한국사는 필수, 세계사는 선택?

진성조 | 2011.04.23 09:01 | 조회 5680

[사설]‘쉽고 재미있는 역사’ 제대로 가르치려면

정부가 내년부터 고등학교의 한국사를 반드시 이수해야만 하는 필수 과목으로 바꾸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선택 과목이 됐던 한국사가 1년 만에 필수로 복권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역사교육 강화방안’이라고 했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고 긍정적·미래지향적 역사인식을 길러주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2년 전 역사학계의 고교 역사교육 붕괴 우려를 귓등으로 흘려듣더니 이제와서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요란을 떠는 정부의 오락가락 교육정책이 영 마뜩지는 않지만, 너무 늦기 전에 고교생 모두가 한국사를 배울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역사교육 강화방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사 교과서 서술방식을 초·중·고교의 눈높이에 맞춰 전면적으로 바꾸기로 한 점이다. 예컨대 초등 역사교과서는 인물 중심, 중학교는 역사적 사건 중심, 고교에선 시대별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 위주로 각각 기술할 방침이라고 한다. 시대별로 사건을 나열하는 일률적인 통사 기술방식에서 탈피해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배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제대로만 된다면 학생들이 역사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든 잘못된 역사교육의 관행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낳게 한다.

하지만 정부의 느닷없는 역사교육 강화방안에는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1년 만에 정책이 바뀐 배경이 석연치 않다. 정부는 그간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좌편향’이라며 이념논쟁으로 몰아가 역사학계의 권위를 무시하고 입맛대로 직권수정한 바 있다. 정부가 밝힌 ‘긍정적·미래지향적’ 역사교육 강화 방향이 ‘우편향’으로 몰아가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게 한다.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는 선택으로 남고 한국사만 필수가 됨에 따라 역사교육에 국수주의적 쏠림도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역사교육이 내실있게 강화되기 위해선 엄정하고 정제된 표현의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져야 하고, 수업도 역사의 흥미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역사교육 강화가 일·중 주변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한다며 어쭙잖게 국가주의를 부활시키기 위한 것이어선 곤란하다. 학생들로 하여금 역사를 늘 가까이 하고 자신과 사회를 비춰보는 거울로 삼게 할 수 있을 때 한국사 고교 필수 환원도, 역사교육 강화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정부는 “우리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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