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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독립선언’ 낸 박일환

대선 | 2022.11.05 17:48 | 조회 3770


                       ‘국어사전 독립선언’ 낸 박일환

     표준국어대사전 어휘 분석해 ‘국어사전 독립선언’ 낸 박일환
    “무분별하게 日사전서 가져온 死語 400여개 아직 남아있어”

/박일환씨 제공
/박일환씨 제공


   ‘온도차시계’ ‘육체문학’ ‘기회시’ ‘몽롱체’ ‘소절수’ ‘흡반투쟁’ ‘온습회’ ‘난탑장’ ‘급산’…. 웬만한 한국인이라면 살면서 좀처럼 들어보지 못했을 이 기묘한 어휘들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지금도 버젓이 실려 있다<표 참조>. 이 중 소절수는 ‘수표’, 난탑장은 ‘묘지’와 같은 말이라는 데 이르면 더욱 어리둥절해질 지경이다.

   최근 ‘국어사전 독립선언’(섬앤섬)을 쓴 전직 국어교사이자 시인인 박일환(61)씨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분석해 이런 ‘기이한’ 낱말 400여 개를 찾아냈다. “국어사전을 찾아볼 때마다 어휘가 이상하거나 뜻풀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걸 깨닫고 사전 연구를 시작했죠. 이런 단어들은 대체로 20세기 초 일본어사전이나 일본 백과사전에 있는 것을 가져다 실은 것이었습니다.”

   어휘를 일본에서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낱말 풀이를 그대로 갖다 쓴 경우도 있다. ‘표준검사’의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는 ‘1.일정한 표준을 정하여 거기에 맞는지의 여부를 측정하는 검사. 2.통계학적 방법을 사용하여…’로 돼 있는데, 이것은 ‘일본국어대사전’의 풀이를 똑같이 번역한 문장이라는 것. 그는 “과거 기본을 지키지 않은 편찬 태도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했다.

   실소가 나오는 낱말도 적지 않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승기악탕(勝妓樂湯)’이란 음식이 표제어로 올라 있는데, 알고 보니 일본 음식 ‘스키야키(すきやき)’를 한자를 빌려 우리 발음에 가깝게 적고 ‘기생이나 음악보다 나은 탕’이라는 의미를 붙인 것이었다. 하지만 사전에 올라 있어 엉뚱하게 우리 전통 음식이라는 오해도 생겨났다.

   세월이 흘러 어휘를 가져올 당시의 뜻과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사전에 옛 뜻풀이가 올라 있는 경우도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간담회(懇談會)’를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고 풀이했는데 과연 그런가? ‘친밀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라는 ‘고려대한국어사전’의 풀이가 현재 ‘간담회’의 의미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박씨는 “일본에서 유래한 모든 한자어를 몰아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근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지만 이미 우리말로 굳어진 ‘경제’ ‘철학’ ‘예술’ 같은 말을 쓰지 말자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그는 “하지만 최소한 오류를 충분히 검토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지금은 쓰지 않는 말’이라는 것 정도는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법률 등에서 유래된 말이 설명 없이 국어사전에 실려 있다면 마치 우리 것인 양 오해할 수 있게 됩니다. 국어사전은 국민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낱말 중심으로 등재하고 그 뜻을 제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분기별로 열리는 국립국어원 국어사전 정보보완심의위원회에서 일부 수정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고,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1. 유석재, "국어사전 속 난탑장 급산...이게 쓰는 말인가요?", 조선일보, 2022.10.14일자. A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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