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코로나 이후의 자본주의

환단스토리 | 2020.04.05 13:00 | 조회 5441

[책과 미래] 코로나 이후의 자본주의

매일경제 20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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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과 은총'(이제이북스 펴냄)에서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빛과 중력, 두 힘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력은 물질의 법칙으로 인간을 지상에 비끄러매는 힘에 대한 은유다. 빛은 정신의 실체로 인간을 더 높은 존재로 끌어올리는 힘의 상징이다.

인간은 대부분 중력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베유에 따르면 사람들은 계란 한 개를 얻으려고 새벽 1시부터 아침 8시까지 서 있을 수 있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좀처럼 못 그런다. 인간을 비천한 쪽으로 이끄는 힘이 인간이 고귀한 곳으로 향하게 하는 힘보다 훨씬 세다. "똑같은 고통이라도 저급한 동기보다 고귀한 동기에서 견디는 것이 훨씬 어렵다."

현대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러한 본성, 즉 나약함을 원료 삼아 작동한다. 믿음이나 사랑 같은 보이지 않는 것을 부인하고 보이는 것, 즉 돈에 사로잡힌 물신주의야말로 자본의 원리이자 인간 추락의 정수다. 이로 인해 인간은 물질의 풍요를 대가로 얻었지만, 일체의 고결함을 상실한 채 정신적 공허에 시달리는 중이다.

삶의 의미를 잃은 인간이 스스로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주 어렵다. 처음에 "사람들은 어떤 것이 좋다고 믿고 그쪽으로 향"하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필요해져 계속 묶여 있다". 인간의 등에는 본래 날개가 달려 있지 않다. 빤한 결과를 내다보면서도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을 보라.

놀랍게도, 이런 자본주의를 멈춰 세운 것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다.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 중인 코로나19의 원인은 자본주의 자체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이 동굴에서 박쥐와 공생하던 바이러스의 생태계를 파괴하자, 바이러스가 변형을 일으켜 인간과 공진화를 시도한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이고, 세계화의 이름으로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이 바이러스 전파 통로가 되면서 의료 시스템이 붕괴할 정도로 급속한 확산을 일으킨 것이 이 사태의 진행형이다.

베유는 "저급한 동기에 부여된 에너지를 고급한 동기로 옮"기려면 '지렛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올리고 싶을 때에는 먼저 낮추어야 한다." 중력을 좇는 인간의 삶이 남김없이 파산해야 비로소 빛을 향한 상승 운동이 생겨난다. 이런 뜻에서 코로나19 사태는 비극적이지만, 지구가 인간에게 준 은총의 지렛대일 수 있다.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 싶다." 전 인류가 호소 중이다. 지구 생태계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삶, '지역 생산, 지역 소비' 비중을 높인 반(半)세계화 경제, 기본소득·공공의료 등 보편 복지의 확대 등을 논의하고 실천할 때다. 세상에는 중력 말고 빛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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