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에게 왜 절을?"- 추석맞는 외국인 며느리

진성조 | 2010.09.22 19:27 | 조회 6651

"죽은 사람에게 왜 절을?"…첫 추석 맞는 외국인 며느리들

노컷뉴스 | 입력 2010.09.22 09:36 | 수정 2010.09.22 13:55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울산

[CBS사회부 이지혜 기자]

전라도 광주에 사는 캄보디아 출신 포우 스레이넷(19)씨.

한국에 온지 고작 3개월밖에 안 된 새댁이라 한국의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찾아온 것만으로 큰 부담이었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간신히 끓여내는 게 전부인 스레이넷씨는, 며칠 전 송편을 빚고 생선과 과일 손질에 나물까지 무쳐야 한다는 남편의 말에 깜짝 놀랐다.

다행히 남편은 어린 신부를 대신해 추석 음식을 손수 준비했고, 시동생 부부까지 팔을 걷어붙여 모든 차례상을 무사히 차릴 수 있었다.





연신 안도의 한숨을 쉬던 그녀는 "올해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넘겼지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라며 이마의 땀을 쓸어냈다.

지난 4일 결혼해 서울 중랑구에 정착한 태국출신 위파편 풀싸왓(29)씨에게도 상차림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그는 고향에 있을 때부터 한국을 연구해 지금은 국내 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학 전문가다.

그러나 식혜와 갈비찜을 직접 요리하다 보니 한국에 대해 모르는 게 이리 많다는 걸 처음 느꼈다고 했다.





특히 시어머니로부터 홍동백서와 어동육서 등 제사상 차림의 기본을 배웠지만, 도통 머릿속에 남질 않는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어머니께서도 (상차림) 공부하려면 한국 여자라도 고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하셨다"며 "아무래도 외국 사람이라 배우는 데 더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힘겨움을 토로했다.

결혼 5년차에 접어든 그루지야 출신 마리암 바부나 쉬빌리(25)씨에게도 올해 추석이 만만치 않다.

한국에 산 지 2년이 넘었지만 지난해 시댁에 내려가지 못해 올해가 사실상의 첫 추석이다.

그녀가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 중 배운 것이라고는 다문화가정센터에서 하는 '추석맞이 송편 만들기 행사'에서 몇 개 송편을 빚어본 게 전부.

따라서 가족들이 모두 만난다는 명절을 앞두고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사실 그루지야에도 그리스 정교 교회에 가 음식을 바치고 절을 하는 날(9월19일)이 있어 영 낯설기만 한 날은 아니다.

하지만 신을 모시는 그루지야와 조상을 모시는 한국 제사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마리암씨로서는 추석이 '신기한' 날이다.

마리암씨는 "우리는 신에게만 절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한테 절하고 돌아가신 사람한테도 절해서 깜짝 놀랐다"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첫 장면을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상한테 드릴 음식을 준비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며 "큰집에 내려가서 시댁 식구들을 도와 열심히 음식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낯설고 손에도 설지만 민족의 대명절을 지내며 진정한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이들을 사랑하는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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