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행복

환단스토리 | 2016.07.06 22:37 | 조회 6152

[삶과 문화] 행복

한국일보 2016-07-06 



며칠 전 예루살렘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기자가 찾아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예후디트라는 유명한 여기자였다. 그는 왜 한국인들이 탈무드 공부에 열정적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이 왜 탈무드 공부에 관심 있을까. 탈무드에 관한 도서들이 넘쳐난다. 탈무드 태교, 탈무드 천재교육방법, 주식 탈무드, 비즈니스 탈무드 등 ‘탈무드’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나는 한국인들이 탈무드 공부에 환상을 가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요즘 세상을 지배하는 정보통신(IT) 기업인들이나 금융인들이 대부분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부한 탈무드를 공부하고 암기하면 그들과 같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특히 노벨상을 탄 유대인들이 많아, 노벨상 조급증을 앓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탈무드 공부는 선망의 대상이다. 탈무드를 공부한다고 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우리 아이들이 노벨상을 탈 수 있을까. 


예후디트는 내가 진행하는 탈무드 수업에 참관했다. 나는 ‘선조들의 어록’을 가르쳤다. ‘선조들의 어록’은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구전으로 내려오는 유대현인들의 명문집이다. 이 책은 동양의 ‘논어’와 비교할 만한 경전이다. 나는 ‘선조들의 어록’ 2번에 등장하는 문장을 설명하였다. “우주는 다음 세 가지 원칙 때문에 유지 됩니다; 첫째 토라, 둘째 아보다, 셋째 헤세드. 첫 번째 ‘토라’라는 히브리 단어는 ‘경전’이면서 ‘길’이란 의미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기에게 유일한 ‘길’이 있으며, 매 순간 발걸음이 닿은 길이 바로 ‘목적지’라는 인식이다. 공자가 말한 ‘도’(道)와 유사한 개념이다. 종교적인 ‘죄’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안다 할지라도 그 길에서 벗어나는 행위다. 두 번째 ‘아보다’라는 히브리 단어는 ‘노동’이면서 ‘예배’다. 이 히브리 단어의 이중적인 의미 때문에 1611년 영어흠정역 성경이 히브리 원문에서 영어로 번역될 때, service란 영어단어가 만들어졌다. 이웃이나 낯선 자를 위해 하는 일이나 노동은 바로 신에게 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자신이 하는 일을 신을 위해 하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삶의 원칙이다. 그리고 낯선 자를 신처럼 섬기라는 윤리적인 명령이다. 세 번째 ‘헤세드’라는 히브리 단어는 ‘변하지 않는 어머님의 사랑’이다.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행동의 둘레를 확장하여 타인을 자신처럼 아끼는 마음을 가지라는 주문이다. 


기사 이미지기자는 ‘선조들의 어록’을 고등학교 때 배웠다고 말했다. 유대 교육의 가장 중요한 점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선조들의 어록’의 목적은 그 내용에 대한 암기가 아니라 그것을 들을 때, 우리 마음속에 일어나는 질문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여러분은 언제 가장 행복하십니까?” 이 질문을 받은 교실엔 적막이 잠시 흘렀다. 한 학생이 다시 그녀에게 되물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그녀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는 행복이 다음 두 가지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때 옵니다. 제 아버지는 폴란드에서 홀로코스트를 피해 예루살렘으로 이주한 가난한 농부였습니다. 아버지는 마당에 해바라기를 키우셨는데, 그 꽃이 자라나는 것을 보며 늘 행복하셨습니다. 해바라기를 자식처럼 키우셨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보면서 배웠습니다. 저도 제가 가진 것에 만족하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두 번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때 행복합니다. 저는 기자로 30년간 글을 썼습니다. 내가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는다면, 저는 감정적으로 죽을 것입니다.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할 때, 저는 행복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두 가지를 점검하십시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가? 그 일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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