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1994년과 2013년- 신율 명지대 교수

위국지도 | 2013.04.10 13:47 | 조회 6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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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論]북핵 위기, 1994년과 2013년- 신율 명지대 교수

[이투데이/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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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본 한반도는 정말 험악한 상황인 것 같다. CNN을 비롯한 외국의 뉴스만 보면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만 같은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 1994년이 생각난다. 당시 나는 독일에서 유학 중이었다. 그때 독일 언론들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때 나도 서울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돼 전화를 했었지만 정작 서울에 있는 가족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외국에 있는 우리 교민들은 한반도 상황을 상당히 걱정하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 자신 역시 이번 일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에 적응됐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위기에 대한 온도차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번은 과거 북한의 도발 양태와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다. 가장 큰 차이는 1994년과는 달리 북한이 지금 핵보유국으로 거의 묵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핵보유국은 다른 국가가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핵전략에서는 2차 타격(second strike)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특정 국가가 핵보유국을 타격한다 하더라도 그 국가가 핵으로 반격한다면 그 결과가 엄청나기에 핵보유국을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보유국은 다른 비핵국가와는 달리 자신들의 행위를 상대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지금의 북한도 그러할 것이다. 자신들이 웬만큼 행동해도 미국 혹은 중국이 쉽게 자신들의 행위를 제지하고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계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만 보더라도 북한이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행동들을 쉽게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성공단 잠정 폐쇄만 해도 그렇다. 많은 이들은 고립된 북한에 그나마 외화벌이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개성공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성공단만은 살려둘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북한은 그런 외화 창구를 스스로 폐쇄했다.

북한이 이 정도로 나온다면 지금의 상황은 정말 장난이 아닐 확률이 높다. 개성공단의 폐쇄는 그곳에 가 있는 기업뿐 아니라 남북관계의 흥망을 가를 수 있는 결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북한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고 이를 위해 도발 수위를 조금씩 높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물론 미국과의 담판을 원하겠지만 그런 것이 단순히 원조나 받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북한은 오히려 훨씬 큰 것을 미국에 요구할지 모른다. 바로 미국과 북한 간의 평화협정 체결이다. 북한의 입장에선 미국과 평화협정만 체결하면 경제회생에 전념할 수 있고 아예 핵보유를 공식화할 계기까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자신에게 결여된 정통성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세 가지 문제가 파생된다. 첫 번째는 김정은의 입장에선 지금의 승부수를 자신의 정권의 운명과 동일시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선에서 대충 얻을 것을 얻는 식의 절충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이 이런 김정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이란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점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높이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자칫하면 북한과 미국 사이에 구경하는 참관자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상황이 이렇게 어렵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가 쉽게 가라앉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더욱이 북한의 작년 작황이 근근이 버틸 수 있는 450만 톤이라는 얘기들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일 경우 북한은 더욱 위기를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침착한 건 좋은데 이런 상황을 보다 냉철히 판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만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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