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 영성문화 산책
  • 한국의 역사문화
  • 지구촌 보편문화
  • 제5차 산업혁명
  • 연구소 칼럼
  • 태고시대 문명과 여신문화
  • 기타

달노래 <춘산채지가>

2023.06.23 | 조회 1606 | 공감 0



본부도장 김남용


※ <춘산채지가>는 동학과 참동학 증산도의 진리를 듬뿍 가사체로 기록한 비결서입니다. 진리 공부에 관심 있는 도생이라면 읽는 재미가 쏠쏠하여 도담道談의 주제로 적격입니다. 수박 겉 핥기 식이라도, 앞으로 다양한 비결 코드를 풀어 가는 데 만능 키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 주註]


━━━━⊱⋆⊰━━━━


🌕 달노래 해제

지금 연재하고 있는 「춘산채지가」는 봄산(春山)에 올라 지초芝草를 캔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초는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불로초不老草라 알려진 영물이지요. 지금은 흔하지만 지초는 임금님의 옷(곤룡포)을 물들이는 붉은 물감의 재료가 됩니다. 그 지초를 그야말로 불사약으로 가공하는 곳은 바로 지구가 아니라 달이라고 알려집니다. 음정陰精을 취해야 된다는 것이지요.


전설에 나오는 그림에서 보듯, 옥토끼 금토끼가 마주 보며 절구에 넣고 찧는 그 재료가 되는 거지요. 매우 상징적이고 더욱이 무한한 상상력을 돋우지 않습니까? 그 구체적 목록을 한번 보겠습니다. ‘남조선 뱃노래’와 ‘초당의 봄꿈’에 이어서 이번 ‘달노래’를 가만히 살펴보면 어떤 이미지 하나에 실루엣처럼 겹쳐지는 그 무엇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달노래는 앞의 회回에서 장막에 가려져 있던 의문의 커튼 한 겹을 벗기는 재미가 있습니다.


━━━━⊱⋆⊰━━━━


🌕 본문 이해

달노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보름달은 온달이오 나흘달은 반달일세

섣달이라 초나흗날 반달 보고 절을 하네

대월(大月)이라 삼십일 소월(小月)이라 이십구일

옥토(玉兎)는 만월(滿月)이요 백토(白兎)는 소월(小月)이라

수종백토(隨從白兎) 주청림(走靑林)은 세상 사람 뉘 알쏘냐

유시(酉時)에 해가 지고 술시(戌時)에 달이 비쳐

동(東)에 동천(東天) 비친 달이 비친 곳에 비치련만

산양산남(山陽山南) 비친 달은 산음산북(山陰山北) 몰랐던가

근수누대(近水樓臺) 선득월(先得月)이라 향양화목(向陽花木) 이위춘(易爲春)이라

흑운(黑雲) 속에 숨은 달이 별안간에 밝았거든

개벽천지(開闢天地) 열렸도다 문명시대(文明時代) 되었던가

완월루(玩月樓)에 높이 올라 요순건곤(堯舜乾坤) 만났던가

월궁선녀(月宮仙女) 단장(丹粧)할 제 광한전(廣寒殿) 열어 놓고

단계지(丹桂枝)를 꺾어 들고 예상우의(霓裳雨衣) 노래 불러

시방세계(十方世界) 통찰하니 십주연화(十洲蓮花) 더욱 좋다

금강산(金剛山)은 명산(名山)이라 일만이천(一萬二千) 높은 봉에

봉봉(峯峯)이도 비쳤으니 옥부용(玉芙蓉)을 깎아낸 듯

십이제천(十二諸天) 금불보살(金佛菩薩) 강림하여 내릴 적에

열석 자 굳은 맹서(盟誓) 우리 상제(上帝) 아니신가


━━━━⊱⋆⊰━━━━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우리나라에서 불리는 달노래는 모두 이렇게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하면서 마치 애인 대하듯 친근감을 듬뿍 담아서 뽑아냅니다. 그리고 그다음엔 판에 박은 듯이 ‘이태백’이 등장하지요. 달은 많은 시인들의 사랑받는 주제였지만 그중에서도 이태백은 온갖 전설의 근원이 되는 달 스토리를 영혼에 담아 여지없이 녹여 냈기에 그의 시에는 술과 호수, 토끼와 두꺼비가 으레 등장하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많은 대중들의 머리에 마치 판에 박히듯 고정적으로 굳어 있는 이태백이란 단어는 사실 비결秘訣 용어用語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앞의 남조선 뱃노래에서 태백산太白山이 등장했는데 역시 비결어입니다. 백白은 서방西方을 표상하는 색色이요, 획劃을 분해하면 인人+산山=선仙이 되므로, 태백은 태선太仙을 상징하는데 태극처럼 역할이 짝을 이루는 관계로 양선兩仙을 나타냅니다. 더 설명하면 다음 이야기가 재미없어지므로 끝까지 읽어 주세요.


🌓섣달이라 초나흗날

달 하면 보름달이 제격이겠지요? 이지러진 데 없는 온달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나흗날의 달이 등장합니다, 반달이라고 하면서. 그런데 보름달은 15일째의 달, 초승달은 초하루부터 며칠 동안 보이는 달, 그러면 반달은 그 사이 7~8일 정도의 달이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4일이면 초사흗날 바로 다음 날이니 막 초승달을 벗어난 것이잖아요. 이상하죠. 이렇게 사설을 길게 하는 이유는 「달노래」 초반부에서 이 달노래를 지은 작자作者가 누군인지 알 것 같아서입니다.


1920년대 당시 ‘정읍엔 차천자車天子, 태인엔 조천자趙天子’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무극대도교란 간판을 내건 조철제의 생일이 12월 4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섣달이라 초나흗날 반달 보고 절을 하네’라는 구절은 누가 보더라도 비난조非難調가 분명하다는 거죠. 아마도 달노래의 저자는 정읍 보천교 판의 기라성 같은 문장가 중의 한 명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봅니다.


수종백토주청림隨從白兎走靑林은 세상사람 뉘 알쏘 냐 이번 호에는 처음부터 비결어가 연속으로 등장해 혼란스러우시죠. 여느 때보다 조금 복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백토白兔는 달에서 방아 찧는 토끼[卯]이고 청림靑林은 3⋅8목木인데, 서양에서 노스트라다무스는 ‘목성木星 기운을 타고난 위대한 사람(Jovialiste)’을 언급하였고, 전통 비결에서 남사고는 이에 대해 ‘수원 나그네’라고 의미를 붙여 놓았습니다.


🌕유시酉時에 해가 지고 술시戌時에 달이 비쳐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지만 해는 유酉(오후 5~7시)에 지고 달은 술戌(오후 7~9시)에 떠오릅니다. 그러므로 후천이라는 음의 세계를 열어 가는 성인(청림靑林)도 술戌의 이치를 가지고 나올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우주 원리로 보면 술戌은 불기운이 완전히 없어지고(고장庫葬) 물이 새로이 창조되는 근원 자리로, 술오공戌五空이라는 말을 씁니다.


🌕금강산金剛山은 명산名山이라

가곡 <그리운 금강산> 가사 구절에도 나오는 장안사長安寺는 금강산 4대 명찰 중의 하나입니다. 장경봉長慶峰 자락에 자리 잡은 이 절은 고려 때 원元나라 순제順帝의 황후였던 기奇씨가 1343년부터 3년 동안 내탕금을 대어 중창하였습니다. 이곡李穀이 지은 비문을 보면, 이런 놀라운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 금강산은 고려의 동쪽에 있는 산으로서 …··· 이 산의 승경勝景은 천하에 이름이 났을 뿐만 아니라, 실로 불서에도 기재되어 있으니, 《화엄경華嚴經》에서 설한 “동북쪽 바다 가운데에 금강산이 있는데, 그곳에서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법기보살法起菩薩)이 1만 2천 보살과 함께 항상 반야般若를 설법하고 있다.”라고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옛날에는 동방 사람들이 당초 그런 줄을 알지 못하고서 단지 선산仙山이라고만 지칭하였다. …···


- 『신화엄경新華嚴經』 권45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


금강산金剛山 일만 이천 봉은 누가 세어 보지도 않았을 터인데, 그 근거가 바로 화엄경이라고 합니다. 이 내용은 『신화엄경新華嚴經』 권45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에 나오는데 담무갈曇無竭(Dharmodgata)은 보통 법기보살法起菩薩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남조선 뱃노래에서 우리는 ‘만국활계남조선’을 먼저 알고 있는데, 달노래에서는 북조선의 ‘금강산’을 말합니다. 금강산은 일만 이천 도통군자가 나오는 자리라고 합니다. 여기에 대하여, “이존사二尊師 칠십이진인七十二眞人 등등…” 일만 이천 도통군자의 서열을 나누는 금강산 비결도 있다고 합니다.


🌕열석 자 굳은 맹서盟誓 우리 상제上帝 아니신가

불교 화엄경에서 전하는 소식은 약속約束입니다. 그것은 이 땅에서 무극대도를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상제님은 불가佛家의 이상理想인 미륵 부처님의 도법으로 오셨습니다. 하늘의 주인인 천주天主님이 인간으로 오신 것이지요. 무극대도를 선포한 동학의 창도주 최수운崔水雲 대신사는 열석 자 주문을 지어 상제님을 모시는 시천주侍天主 시대를 열었습니다. “열석 자 지극하면 만권시서萬卷詩書 무엇하리”라 하시고, 더불어 “유도儒道 불도佛道 누천년에 운運이 역시 다했던가.”라고 선언하셨습니다.




━━━━⊱⋆⊰━━━━


고대춘풍(苦待春風) 바라보니 하지하지(何遲何遲) 우하지(又何遲)라

언제 보던 그 손님인가 수원(水原)나그네 낯이 익네

대자대비(大慈大悲) 우리 상제(上帝) 옥추문(玉樞門)을 열어 놓고

대신문(大神門)을 벌려 노니 신명(神明)걸음 더욱 좋다

천상공덕(天上功德) 선령신(先靈神)들 자손(子孫)찾아 내려올 제

춤추고 노래하며 나를 보고 반가와서

적선(積善)일네 적선(積善)일네 만대영화(萬代榮華) 적선(積善)일네

백조일손(百祖一孫) 그 가운데 자손줄을 찾아가니

어떤 사람 이러하고 어떤 사람 저러한고

자손줄이 떨어지면 선령신(先靈神)도 멸망이라

희희낙락 기뻐할 제 한모퉁이 통곡이라

뼈도 없고 살도 없다 영혼(靈魂)인들 있을쏘냐

화인적악(禍因積惡) 되었던가 너의 운수(運數) 가소(可笑)롭다

복연선경(福緣善慶) 되었으니 이내 운수 좋을시구

자손을 잘못 두면 욕급선조(辱及先祖) 된다 하고

자손을 잘만 두면 조상여음(祖上餘陰) 송덕(頌德)이라

천지인신(天地人神) 대판결(大判決)은 선악분간(善惡分揀) 분명(分明)하다

무섭더라 무섭더라 백포장막(白布帳幕) 무섭더라

작대산(鵲大山)에 달이 떠서 봉우리에 비쳤구나

성주사(聖住寺) 늙은 중이 문안차(問安次)로 내려올 제


🌕고대苦待 춘풍春風 바라보니 하지하지何遲何遲 우하지又何遲라

이렇게 세상의 언어를 빌어서 수천 년 전의 문서까지 들추며 우리 모두가 고대苦待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그날”의 의문입니다. 여기서는 “봄바람이 부는 때”라고 합니다. 기독교의 성경聖經은, 그날 그때는 하느님 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인자人子도 모른다고 하였지요. 무극대도無極大道는 그런데 한 단계 베일을 벗기며 들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춘말春末 하초夏初”, “백양나무가 싹이 없는 때”, 그리고 춘산채지가는 “봄산에 올라 지초芝草를 캔다.”는 뜻입니다. 달노래는 옥토끼 백토끼가 그 지초를 절구에 넣고 약藥을 만든다고 합니다. 무얼 하려고 그러는 걸까요? 이 모든 것은 오직 하나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주의 주재자主宰者, 천주天主님, 상제上帝님이 오셨다. 모든 예언이 성취되는 때라는 것입니다!


🌕언제보던 그 손님인가 수원水原 나그네 낯이 익네

상제님이 오시고 일만 이천 도통군자를 길러내는 대역사의 원주인原主人은 어떤 존재일까? 달노래는 수원水原 나그네라고 말합니다. 수원이란 물의 근원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우주생명인 물의 순환으로 보면 물[水]이 통일된 자리요, 지지地支의 술戌(공空) 자리인데 삼극三極 중에서는 태극太極을 상징합니다. 상제님이 무극無極이라면 수원 나그네는 태극太極입니다.


『도전道典』에는 상제님의 어용御容에 대하여, “상제님은 왼 손바닥에 ‘북방 임壬’ 자와 오른손바닥에 ‘별 무戊’ 자 무늬가 있고(도전道典 3:320:3)”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원 나그네는 상제님의 손이 되어 일(천명天命)을 완수하는 분(대행자代行者)이고 천지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상제님이 어천하시고 4·9금의 정신으로 13년 만인 임술壬戌년에 이 세상에 나오시게 됩니다. 그러한 위격位格임에도, 술戌은 동물로는 개[狗]로 상징되고, 방위로는 서북방이고 민간에서는 구석狗席이라 하여 결코 화려하지 않은 고난과 역경의 운명길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나그네라는 말에는 역사의 봉사자이며 희생의 주인공이라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상말에 ‘이제 보니 수원水原 나그네’라 하나니 ‘누구인지 모르고 대하다가 다시 보니 낯이 익고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니 낯을 잘 익혀 두라. 내가 장차 열석 자로 다시 오리라.” 하시고, “수운가사에 ‘발동發動 말고 수도修道하소. 때 있으면 다시 오리.’라 하였나니 알아 두라.”


(도전道典 10:24:3~5)


🌕백조일손百祖一孫 그 가운데

개벽 주제를 다루는 일명 예언서를 동서양으로 구분해 보면, 서양 문서는 주로 자연개벽(지진, 화산, 자연재해 등등)을 상세하게 기술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문서들에 예외 없이 등장하는 것이 백조일손百祖一孫(천조일손千祖一孫)이라는 말입니다. 백명 천명의 조상 가운데 한 명 자손이 산다는 뜻이죠. 증산 상제님께서도 백조일손이란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자손줄’이란 말은 선령신과 연결하여 사람을 표현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언어 표현이죠? 이는 이번에 인류가 맞이할 천지인신天地人神 대심판이라는 것의 본질이 일개인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각성하게 해 줍니다.


🌕작대산鵲大山에 달이 떠서

작대산鵲大山은 어디에 있는 산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알아도 의미가 크게 없고 상상의 산일 수도 있습니다. 작鵲은 까치를 말하고, 그다음에 나오는 ‘봉鳳우리’는 그야말로 봉황을 말하니 이제 천지인신의 대심판이 마무리되었음을 넌지시 알리고 있습니다. 달노래는 개벽 상황에 대하여 더 이상 전개하지 않습니다. 대신 ‘달의 정신精神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합니다. 작자는 더 말하고 싶은 그 무엇이 있습니다.


🌕성주사聖住寺 늙은 중이 문안차問安次로 내려올 제

달노래를 처음 보면 이 구절에서 혼동이 옵니다. 전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성주사聖住寺는 충청도 보령 땅에 지금은 빈터만 남은 폐허지일 뿐입니다. 이곳에는 신라 문성왕(47대, 재위 839~857)에서 진성왕(51대, 재위 887~897) 때까지 두 차례 국사國師를 지내고 구산九山의 하나인 성주산聖住山파를 개창한 대낭혜화상大朗慧和尙(시호 대낭혜大朗慧, 생존 801~888, 호 무량無量, 무주無住)이 주석駐錫하였습니다. 


이분은 역대 왕으로부터 시호를 받은 분 중 유일하게 대大 자가 들어가는데, 그만큼 열심히 봉사한 분입니다. 일월가사日月袈裟를 떨쳐입고 총총걸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그가 갑자기 여기서 소환되느냐? 그는 불교 선종禪宗의 개조 달마達摩의 10세손입니다. 중국 땅 곳곳을 다니며 진리를 구하다가 마곡사麻谷寺에서 보철화상寶徹和尙(마조도일馬祖道一의 제자)을 만나서 법法을 이어가도록 인가印可를 받았습니다.


이때 보철화상은 “대법이 동으로 흐른다는 말은 대개 예언에서 나왔는데 해 뜨는 곳 신라의 선남자善男子들의 근기가 거의 무르익은 듯하니 네가 만약 동방 사람으로서 마음을 통할 자를 얻으면 잘 지도하라.”라는 스승 마화상馬和尙의 말을 낭혜화상에게 전해 주었다고 합니다. 이는 육조六祖 혜능慧能이 입적하기 전에 남긴 “칠십 년이 지나면 동방에 두 보살이 와서 자기의 법통을 이을 것이다.”라는 말과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그는 육조 혜능-마조도일-마곡 보철로 이어지는 선종의 법맥을 이은 것입니다.


그는 대륙 곳곳을 다니며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구제하였습니다. 중국에 있을 때는 동방대보살東方大菩薩이라 칭송받았습니다. 그보다도 저는, 후일 고운 최치원崔致遠이 이분에 대하여 동방東方의 가섭迦葉이라는 뜻을 담은 글을 비문에 남긴 것에 주목합니다. “계족산 봉우리에서 미륵불을 기다리니 장차 동방의 계족산이 바로 이곳이로다.”


잘 아시다시피, 가섭迦葉은 석가 부처의 수제자입니다. 동시에 석가 부처로부터 불법이 다할 때까지 입멸하지 말라는 명命을 받은 4명 가운데 한 명으로 미륵불彌勒佛의 출현을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가섭은 석가 입멸 이후 교단을 이끌었고, 성전聖典 편찬을 마치고 입멸의 시간이 왔을 때 계족산으로 올라가 험한 벼랑의 작은 길을 지팡이로 두드리며 길을 찾아 산꼭대기에 이르러 동북쪽 세 개의 봉우리 가운데 들어가 부처의 가사袈裟를 봉헌奉獻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손오공이 나오는 『서유기西遊記』로 유명한 현장玄奘 법사(602?~664)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가섭이 들어간 봉우리는 그를 감쌌고 그곳에서 미륵 부처님이 그를 찾아와 (닫힌) 봉우리를 열고 미륵님의 도道를 전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불법이 전하는 미륵님 소식입니다.


계족산은 미륵 부처님을 기다리는 마하가섭摩訶迦葉의 전설이 숨 쉬고 있습니다. 달노래의 작자는 달노래의 주인공이 나오면 불가佛家의 최대 미스터리인 가섭과 미륵 부처님의 전설이 풀릴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의미를 담은 메시지를 그렇게 많이 에둘러서 꼬아 놓은 까닭은 일제日帝의 압정壓政 때문일 것입니다. 지면이 허락하면 더 많은 내용을 살펴볼 수 있겠으나 이만 멈춥니다. 그 와중에 성주聖主라는 용어를 절 이름에 붙이고, 문안問安이란 단어에서 성씨姓氏를 암시하는 것은 절묘한 기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


일월가사(日月袈裟) 떨쳐입고 총총걸음 바쁘도다 

방합(蚌蛤)은 조개로다 월수궁(月水宮)에 잠겼으니

오일(五日) 십일(十日) 때를 따져 열고 닫고 개합(開闔)하니

한 달이라 여섯 번씩 육육(六六)은 삼십육(三十六)을

월수정기(月水精氣) 갈마노니 토기금정(土氣金精) 길러내어 

후천도수(後天度數) 삼십육(三十六)에 중앙어복(中央魚腹) 태을(太乙)이라

존주의리(尊主義理) 높았으니 노중련(魯仲連)의 기상(氣象)이요 

채석강(采石江)에 비쳤으니 이태백(李太白)의 풍류(風流)로다 

소월(少月)동산 적벽강(赤壁江)에 임술지추칠월(壬戌之秋七月) 소동파(蘇東坡)요 

사가보월(思家步月) 청소립(淸宵立)은 두자미(杜子美)의 사향(思鄕)이라

추풍월야(秋風月夜) 초병산(楚兵散)하니 수식(誰識) 계명산월명(鷄鳴山月明)고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후천명월(後天明月) 밝은 달아


🌕방합蚌蛤은 조개로다

방합蚌蛤은 민물조개입니다. 조개는 음체이지만, 방합조개는 특히 달의 변화에 함께 부합하여 살이 쪘다 빠졌다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곧 보름에는 방합의 속살도 차고 그믐엔 속이 비게 된다는 거지요. 저 높은 하늘의 달과 저 깊은 연못 바닥의 방합이 호흡을 함께한다는 것, 참으로 신비롭지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담은 책’이라고 자부하며 “이 책에서 한 글자라도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자에게 천금千金을 주겠다!”라는 말을 했다는, 일자천금一字千金의 유래가 되는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방합은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기회를 타고 진주眞珠(珍珠)를 배태한다고 합니다. 이를 방태蚌胎라고 하는데 중추절에 달이 밝으면 진주眞珠가 생성된다는 거지요.


5일, 10일 때를 따져 열고 닫는 개합開闔을 말하는 것은 곧 중앙中央 오십토五十土의 상象이니 이것은 중궁中宮의 주군主君을 상징합니다. 진주眞珠와 달은 그대로 ‘진주眞主’를 상기하게 합니다(음동音同). 진주眞主는 곧 진명지주眞命之主요 하늘의 뜻을 받아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고 통일하는 어진 임금을 뜻합니다(한자성어•고사명언구사전).


그러므로 여기서 방합 조개를 끌어들인 것은 달노래의 주인공이 유가儒家의 이상적인 군주君主 출현과 관련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세상에서 씹조개라는 별명을 가진 하찮은 미물을 통해 체통을 귀히 여기는 점잖은 전통 유가의 가장 지밀至密한 세계를 표현하는 이 부분은 달노래의 백미白眉라고 봅니다.


🌕육육六六은 삼십육三十六을

5五는 중궁수中宮數이고 한 달이면 여섯 번 열고 닫고(개폐開闔) 하는데, 이는 음수의 지극至極함을 상징합니다. 1⋅3⋅5⋅7⋅9는 양수(홀수)이고, 2⋅4⋅6⋅8⋅10은 음수(짝수)인데, 음陰은 수렴하는 고로 성수成數 중 가장 큰 수는 6이 됩니다(2, 4는 생수生數라고 함). 이는 정히 후천의 음 세계를 상징하는 수와 부합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이를 월수정기月水精氣, 토기금정土氣金精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36은 6이 가장 큰 변화를 일으켰을 때의 모습을 나타냅니다(이를 자화自化라고 함). 그래서 36은 후천을 상징하는 수입니다.


🌕중앙어복中央魚腹 태을太乙이라

하늘의 이치가 없다면 어떻게 진주眞主와 같이 참 진眞 자를 붙일 수 있는 주군主君을 만날 수 있으리오? 이제 그 근원의 이치를 찾아볼 요량입니다. 「초당의 봄꿈」에서 얼핏 바둑판의 구조를 살펴보는 기회가 있었는데 순장점巡將點의 가운데 부분을 어복魚腹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정중앙은 천원天元이라고 합니다. ‘하늘의 으뜸’이라는 뜻인데 우리말로는 배꼽점이라고 합니다.


하늘이라는 말도 수식어에서 가장 높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으뜸이라고 원元 자를 붙이면 그야말로 ‘본디, 시초’를 뜻하는 것이지요. 또한 배꼽이야말로 나의 생명을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자리, 생명줄인 탯줄이 있던 흔적 아니겠습니까? 온 우주에서 이 모든 것을 담아서 표현하는 말이 있다는 겁니다.


태을太乙.


이 두 글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불가의 심법心法 세계에서 내려오는 신비한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유가의 수리數理로 추론하는 이상적理想的인 주군대망主君待望의 꿈, 그리고 마침내 온 우주의 생명체를 낳는 자궁子宮으로 의식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배꼽이 있다면 반드시 자궁子宮(포궁胞宮), 아기집, 자호子壺가 전제되는 것이니까요.


태을은 예로부터 하늘 북방北方에 있다고 합니다. 그 기운이 비추는 곳에는 전쟁戰爭이 그치고, 질병疾病이 낫고, 생사판단生死判斷이 선다고 합니다. 신령神靈 그 자체이지요. 전쟁이 그친다, 질병이 없다는 말에서 지금과 같은 선천 세계에서는 사실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선천의 상극 질서가 심화될수록 세상은, 생명체라면 본능적으로 어머님의 품과 같은 돌아갈 곳을 그리워하는데 그것이 태을太乙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자리를 누가 알겠습니까?


우리 전통 바둑을 조선 바둑 또는 순장巡將바둑이라고 하는데 열여섯 개의 꽃무늬가 그려진 화점花點(꽃점)에 피차의 돌을 같은 모양으로 섞바꾸어 배치하고 중앙의 복점腹點, 즉 천원天元에 흑돌을 놓은 다음 백의 선수先手로 바둑을 시작한다고 하였습니다(바둑용어사전, 서림문화사). 요점은 그 첫 점을 반드시 천원天元에 먼저 두고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바둑이 전쟁의 축소판일 수도 있는데 그 시작은 반드시 전쟁을 그치게 하는 태을점에 먼저 두고 한다는 것은 많은 시사를 줍니다.


바둑의 시조가 단주丹朱 대종大宗이시라고 하는데, 그는 평화주의자가 분명합니다. 주위의 16순장巡將점은 태을신太乙神이 16신을 거느리는 것과 정히 합하는데 이를 팔음팔양八陰八陽이라고 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8수를 좋아하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지난 호에서 알아보았듯이, 한국전쟁 때 유엔 16개국 원조로 오늘의 한국이 있게 된 것은 세계 역사에서 그 전례를 찾기 어려운 특별한 사례인데, 태을신太乙神이 우리나라를 돕는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상제님께서는 우리나라가 도주국道主國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태을의 정신이 무엇인지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소환하여 살피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40개(2/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