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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벤크족의 곰 신앙과 최고신의 기원

2023.09.21 | 조회 1264 | 공감 0



상생문화연구소 류한나 연구원


(Культ медведя у эвенков и проблема генезиса представлений о верховных духах) 이 글은 아르카디 아니시모브(Аркадий Анисимов)의 저서 『에벤크족 종교와 원시신앙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 문제에 대하여(Религия эвенков в историко-генетическом изучении и проблемы происхождения первобытных верований)』(1958)의 제4장이다. 


에벤크족 문화권에서는 곰을 사냥한 후에 곰을 대상으로 씨족의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해야 할 종교적 특성을 지닌 방대한 의식을 치르는 풍속이 있다. 이 의식은 자연의 다양한 영역을 다스리는 여러 명의 최고신 숭배 사상의 기원 문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함으로 종교사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죽은 곰에 관한 의례의식은 대규모의 축제와 유사하기 때문에 <곰 축제>라는 이름으로 일컫게 되었다. 의식절차는 다음과 같다.


곰굴을 발견한 사냥꾼은 굴의 위치를 다음날 찾을 수 있도록 부락으로 가는 길을 표시한다. 부락에 가까이 이르면 사냥꾼은 의례 행위를 수행하기 시작한다. 즉, 팔을 마치 날개처럼 펼치고 목을 앞으로 내밀고 까마귀를 모방하여 까악 까악 운다. 숲을 뒤흔들 정도로 내는 그 큰 소리를 듣고 천막에서 다른 사냥꾼들이 나와 동일한 소리로 응답을 하며 까마귀인 동료를 반긴다. 곰굴을 발견한 사냥꾼은 팔을 양쪽으로 뻗어 까마귀 소리를 흉내 내면서 여러 천막을 뛰어다닌다. 이 의례 행위는 한 까마귀가 숲에서 찾은 먹이를 나누어 먹기 위해 다른 까마귀 형제를 부르는 광경을 표현하는 것이다.


행위가 끝난 후에 곰굴을 발견한 사냥꾼의 천막에 모든 사냥꾼들이 모여 앞으로의 사냥 계획과 각자의 역할에 대해서 논의한다. 이튿날 해가 뜰 무렵에 사냥꾼들이 곰굴을 향해 떠난다. 그때는 많은 금기가 정해진다. 의례의식에 따르면 사냥꾼들은 문턱을 밟는 것과 뒤를 돌아보는 것이 금기이고 부락에서 남은 사람들은 머리 빗는 것, 손을 씻는 것, 날카로운 물건에 접근하는 것 등에 대한 금기를 지켜야 한다.   


굴에서 지내는 곰을 총으로 쏘아 죽인 다음 곰의 몸통을 굴에서 끌어내기 위해서 한 사냥꾼이 굴속으로 들어간다. 그때 곰에게 풍부한 사냥감을 얻고 사냥이 순조롭게 되게 해달라고 빈다. 사냥꾼들은 곰의 성별에 따라 수곰을 아마까 (할아버지), 암곰은 에네께(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조심해서 나오세요" 라는 말을 한다. 


곰을 밖으로 꺼낸 후 사냥꾼들은 까마귀가 날카로운 소리로 까악 까악 외치며 날아다니는 것처럼 팔을 들어 올리고 죽은 곰 주변을 뛰어다닌다. 이 행위는 사냥의 성공에 대한 기쁨의 표현방식이다. 그 이후에 사냥꾼들은 늑대, 여우 등의 동물 흉내를 내면서 마치 사람이 아니라 숲속 짐승들이 곰 고기를 먹으러 오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이러한 행위는 곰의 영혼에게 보복이나 원한을 사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곰의 영혼이 그 곳에 모인 다양한 동물들을 보면서 자신이 사람에게 사냥당한 것을 모르길 바라는 사냥꾼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행위가 끝나면 곰의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꺼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곰의 영혼이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빨 사이에 나무 막대기를 껴서 영혼이 그 사이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한다. 가죽을 벗기는 작업을 행할 때 사냥꾼들이 이구동성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가죽을 벗길 때가 되었어, 개미가 몰려왔다"고 말한다. 에벤크인들은 이 말을 들은 곰의 영혼이 사람이 아니라 개미가 몸통을 기어 다니면서 고기를 먹고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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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풍속에 따르면, 죽은 곰은 반드시 다른 씨족 사람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다른 씨족이라는 말은 사냥꾼 아내의 친족을 가리킨다. 선물로 곰을 받는 사람은 곰의 가죽은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고기는 곰을 잡은 씨족과 함께 먹어야 한다.  


곰 몸통의 처리작업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의례적 놀이가 실행된다. 그때 한 사냥꾼이 곰을 대신하여 다른 사냥꾼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곰의 숲속 삶에 대해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진다. 


곰의 장기를 꺼내고 심장은 조각을 내서 생식을 한다. 몸통을 조각내고 뼈는 부서지지 않도록 관절별로 분리시킨다. 마지막으로는 죽은 동료에 대한 의례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작별 인사 의례가 곰을 대상으로 거행된다. 이를 위해서 사냥꾼들은 곰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단을 마련하여 그 위에 곰의 내장을 올려놓은 후 내장을 향해 작은 활로 화살을 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활을 계속 쏘면서 뒷걸음질하는 것이다.


의례를 마무리하고 곰 고기를 싣고 부락으로 돌아간다. 부락 한가운데 모닥불을 피워 곰 고기를 삶는다. 고기가 익는 동안 춤과 놀이 그리고 경기가 진행된다. 남성과 여성은 손을 잡아 원을 만들고 환무環舞를 춘다.


나이가 가장 많은 사냥꾼이 주관자 역할을 맡아 몸을 양쪽으로 갸웃대면서 짤막한 두 줄짜리 즉흥곡을 부른다. 나머지 사람들은 노래 박자에 맞추어 몸을 갸웃대며 즉흥곡을 따라 부른다. 다음은 무릎을 구부렸다가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면서 해가 뜨는 방향으로 환무를 추면서 이동한다. 환무가 한 바퀴를 돌때마다 사람들이 활발해지면서 이동의 속도가 빨라지고 노래 소리가 화합하면서 커진다. 


노래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춤이 빨라지면 노래가 주관자의 외치는 소리로 전환된다. 춤의 빠른 박자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땅에 넘어지면 그의 손을 놓고 옆 사람과 손을 잡아 다시 원을 이어서 이동한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지면 젊은 사람들이 대체하서 춤을 춘다.


처족 대표자는 고기 삶는 것을 담당한다. 까마귀 소리를 내어 고기가 익었음을 알린다. 사람들은 팔을 날개처럼 흔들면서 고기 먹으러 날아온다. 이때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숯가루로 까맣게 칠한다. 식사가 완료되면 놀이가 다시 시작된다. 한 짝이 서로 마주보면서 손을 등 뒤로 돌리고 상대방을 다리로 친다. 오른쪽 다리로 상대방의 왼쪽 다리, 왼쪽 다리로 상대방의 오른쪽 다리를 번갈아 치면서 동시에 점점 빠르게 회전한다. 여러 짝이 동시에 놀이를 하고 가장 오래 버틴 자가 승리자로 간주된다.


춤이 끝나면 활쏘기가 펼쳐진다. 이때는 과녁뿐만 아니라 동료도 겨냥했다. 서로 간에 활을 쏘면서 솟구쳐 올라 화살을 피하는 실력을 뽐냈다. 또 장대높이뛰기 경기와 두 사람이 양쪽 끝에 줄을 잡아 회전하여 한 사람이 줄을 넘어서 뛰는 경기, 일종의 줄넘기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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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에는 곰 머리에서 눈을 파내는 의식으로 축제가 시작된다. 나이가 가장 많은 사냥꾼이 칼로 눈을 파내어 자작나무껍질에 싼다. 숲속에 있는 삼나무의 몸통 두 군데를 도끼로 찍어 틈을 만들고 그 속에 곰의 눈을 넣어 안치한다. 의식이 끝나면 모두 부락으로 돌아와 춤과 놀이 그리고 음식을 즐긴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셋째 날은 곰 머리 장례의식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머리를 삶은 후 고기를 발라 먹고 두개골을 고정시켜 씨름 준비를 한다. 어린 남자 아이한테 두개골을 주어서 아이가 곰과 싸우는 연기를 펼친다. 결국, 두개골이 땅에 떨어지면 떨어진 두개골 위에 무릎을 올려놓고 승리를 표현한다.


그 후에 장례가 이루어진다. 훗날에 부활할 곰은 모든 신체 부위를 소유해야 하므로 두개골뿐만 아니라 곰의 뼈와 몸통의 각 부위의 조각을 함께 모아 장례를 치른다. 단을 만들어서 그 위에 곰의 뼈를 곰의 형태에 맞추어 놓고 장례 의식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다른 에벤크인 부족들은 곰의 뼈를 다 맞추는 대신 높은 삼나무의 그루터기에 두개골만 안치한다. (그림1, 2)



(그림 1) 두개골 안치  /  (그림 2) 뼈대 안치단

 

곰 축제에 내재되어 있는 곰 숭배 관념은 에벤크족만의 독특한 문화가 아니라 남쪽 퉁구스-만주계 그룹에 속한 민족들에게 널리 퍼진 문화이다.


곰 의례의 성격과 기원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는 토템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특히 곰을 사람의 조상으로 모시는 의식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에벤크족 민간전승에서 곰은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땅에서 생긴 가장 최초의 존재, 인간의 조상, 죄를 범해 짐승으로 변한 인간 그리고 샤먼의 보호신인 곰 정령으로 묘사된 ‘만기’가 그 것이다.


에벤크인 가치관에서 ‘만기’라는 반인반수는 하계下界의 주인이자 조상신이면서 또 그 모든 조상신들의 주인이다. 이 개념은 의미론적으로도 확인된다. ‘만기’라는 단어는 ‘곰’과 ‘조상신’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에벤크족 샤먼 설화에서는 샤먼 분신의 역할은 곰이자 조상신인 만기가 수행한다. 이는 토템신과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인격화된 4마리의 모습은 샤먼의 깔개 모서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이 깔개의 이름은 ‘데투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에벤크족 세계관에서 신비로운 강의 수원지는 동일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이 수원지를 둘러싸고 있는 동토의 땅은 수많은 에벤크인들과 동물들이 자신의 부활을 기다리면서 살고 있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3) 데투르 깔개와 사람 모습을 한 곰


곰을 어떤 한 무리의 조상으로 여기는 설화는 아시아 북부 지방과 시베리아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에벤족 설화에서 곰이 어머니의 남동생으로, 타즈족 기원에서는 여성과 곰의 혼인관계로, 오로치인들에게는 곰이 성스러운 존재일 뿐만 아니라 전 민족의 시조로 간주된다. 유사한 의미를 지닌 관념은 수많은 시베리아 소수민족 문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어떤 한 무리의 동물 토템, 조상 토템으로 곰을 받아들이는 가치관은 시베리아 민족이 곰을 일컫는 명칭에서 드러난다. 대부분의 시베리아 민족은 곰을 할아버지, 친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흰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곰 축제에서 거행되는 의식은 토테미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씨족공동체의 고기섭취는 토템의 몸통 섭취 의식과 유사한 성격이고 곰의 뼈에 관한 장례의식은 마치 사람의 유골에 관한 장례의식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에벤크족의 곰 축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비슷한 관념과 의식은 대부분의 시베리아 민족 문화에 공통된다.


이러한 의식은 토템 숭배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신으로 받드는 곰을 죽인 것에 대한 죄의식이 발생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죄로 인해 곰으로부터 벌을 받는 것이 두렵기에 자신의 죄를 감추고자 속임수를 쓰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곰과 곰의 신체 부위의 명칭이나 곰을 잡고 가죽을 벗기고 몸을 분해하는 행위에 관한 언어적 금기는 위와 같은 이유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 비추어볼 때 곰 축제에는 또 다른 측면, 즉 씨족공동체가 강조되고 있음이 명백해진다. 곰은 일반 짐승이 아니라 조상동물로 간주되고 이에 관한 의식이 씨족공동체가 조상을 받드는 행위라면 곰 축제 자체는 씨족공동체의 종교적 의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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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씨족이 진행하는 곰 축제에서 다른 씨족인 처족이 참여하고 이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까?

이에 관한 단서는 사촌혼인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퉁구스-만주계 민족은 일반적으로 사촌끼리 결혼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하여 처족이 엄마와 같은 씨족이 되고 있다. 이 사실은 의례의 토템적 기초가 모계사회 시대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로 인하여 곰 축제내용은 부계 중심적이고 참가자와 그의 역할은 모계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벤크족 가치관에서 곰은 어머니의 남동생으로 여겨진다. 이 관계는 의례 절차에서 드러난다. 모계 중심 사회에서 혈연관계는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태어난 아이들은 어머니 씨족 공동체에서 자라면서 외삼촌들로부터 양육을 받았다. 아이 아버지는 남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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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숭배에 관하여 분명하게 드러난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성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편으로 볼 때는, 곰 의례는 토테미즘 사상에 기초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목적은 반토테미즘적이다. 즉 새로운 사회구조로 인해 생활 속에서 금기를 어기는 것을 승낙하고 곰 사냥을 정당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대 토템 신앙이 부계 곰 숭배로 전환된 것은 모계 사회 질서의 붕괴로 인한 결과로 추정된다.


에벤크족을 비롯한 시베리아 대부분의 소수민족들이 곰의 존재를 신으로 모시는 동시에 사냥을 하는 이 모순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도는 소를 신성시하기에 절대 죽이거나 먹지 않지만 예벤크족과 기타 소수 민족들은 곰을 신성시하는 동시에 죽이기도 한다.


한편으로 곰은 성스럽고 신비로운 존재로 복잡한 대규모 숭배예식으로 모시는 대상이다. 곰은 외삼촌이나 할아버지로 간주되며 수많은 부족과 민족의 조상이자 시조이다. 곰을 신으로 모시며 숲의 주인으로 간주하여 그의 의지에 따라 사냥의 성패가 결정되고 부족의 풍요가 좌우된다고 믿었다. 또, 곰의 모든 뼈를 모아 사람의 유골처럼 모시며 장례용 단에 (그림 2) 올려 장사지냈다.


성물로 여겨 뼈를 부러뜨리거나 개에게 물어뜯기지 않도록 엄격히 지키고 땅이나 불에 던지지 않았다. 곰의 피는 한 방울이라도 땅에 떨어져 밟히거나 더럽히면 안 되는 것이고 곰의 일부 신체 부위는 상상 속에서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신성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즉, 병으로부터 지키는 부위도 있고 산모의 고통을 완화하는 부위도 있고 행운을 주는 부위 그리고 악신을 쫓아내는 부위도 있다.


곰의 형상물은 샤먼의 만신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다양한 형태의 곰의 형상물은 한 가족이나 씨족의 성물이 된 것뿐만 아니라 샤먼 의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죽은 곰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의례의식에서는 곰을 토템 동물로 대한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의례와 전승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곰을 숭배함과 동시에 곰의 성스러움을 제거하는 행위를 통해서 곰은 신적인 존재에서 다른 짐승들과 마찬가지인 비참한 존재로 전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중적인 가치관은 곰에 해당된 것뿐만 아니라 곰의 토템 분신인 까마귀에도 해당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리야크족 문화권에서는 까마귀를 최초 인간의 조상으로 간주하는 것과 동시에 부정적인 성질을 가진 존재로 간주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오헬리선, 「유카기르어와 유카기르 설화의 연구자료, 1900, 124쪽)


신성한 토템의 존재를 사냥하는 이런 이중적인 태도로부터 고대 토템 신앙이 붕괴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토템을 다른 동물들과 같이 어리숙하고 미련한 존재로 취급하는 모습을 또한 볼 수 있다. 결국 고대 토템 신앙의 붕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토템을 대하는 이중적인 특성의 원인은 사회구조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즉, 모계사회 조직이 부계사회 조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에스키모족 민속을 연구한 보고라즈-탄에 따르면 여신은 공기의 여신, 폭풍의 여신, 바다짐승의 여신 등 많은 전설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 속의 여신들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으로 여신들은 짐승의 주인이자 수렵채집 활동의 통치자로 형상화되어 여신들의 뜻에 따라 인간의 생계와 생명이 결정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신들이 의도적으로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모순은 특히 최고의 바다 여신 세드나의 모습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세드나 동상


모계중심 사회에서 씨족의 명칭은 동물 이름을 갖는다. 각 구성원이 동물의 후손으로 여겨졌다. 이로 인하여 토템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모계중심 씨족 조직에서는 성스러운 동물의 모순적인 특성이나 여성과 동물 간의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에 세드나 설화에서는 여신이 동물과 관계를 맺었다는 행위가 가부장적 관점에서 강력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 금기로 여겨진다. 또, 여신이 동물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가족에서 쫓겨나는 것, 자신의 부모를 죽인 후 암컷 바다코끼리로 변한 것 그리고 바다짐승의 주인이 된 것은 부정적인 측면으로 묘사된 것이다.


에스키모족의 여신 전설이 모계중심 사회에서 부계중심 사회로 전환하는 것을 드러내었다고 보는 보고라즈-탄의 추정은 타당한 것이다. (「북미대륙 에스키모족의 사회 구조」, 1936, 251쪽)


여신 전설의 대부분은 모계사회 시대에 탄생되었지만 부계사회 구조로 변화하면서 본 전설의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다는 것이다.


곰 의례에 진행되는 행위는 짐승 숭배 문화의 토테미즘적인 기원의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식은 죽은 곰의 영혼을 속이거나 즐겁게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모방 행위로 이루어진 몸동작은 토템을 숭배하는 씨족의 의례적 춤이다. 한티족과 만시족의 민속을 연구한 하루진은 곰 축제에 행하는 동물의 몸동작을 의례적인 토템 춤이라고 했다.

(하루진, 「한트족과 만시족 곰 숭배의 토템적 기반과 곰 맹세에 대하여」, 1898, 『민속학의 흐름』, № 3, 22~28쪽).


이로 인하여 설화와 의례의식의 주인공인 신성한 곰의 모습은 다양한 씨족의 토템들이 합쳐져서 인격화된 최고신의 아들인 유일한 부족 신의 모습으로 발전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일 과정은 특히 만시족 민속자료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만시족 전설에 따르면 곰은 신묘한 존재이다. 곰을 ‘하느님’이라는 의미로 ‘토르브’ 또는 ‘토라’라고 일컬은 것은 이를 증명해준다. 원래 하늘에서 살았던 곰은 궁금증이 심해서 토름 신으로부터 아래로 떨어뜨려졌다고 한다.

(바블러브스키, 『만시족』, 1906, 26쪽).


곰 축제는 상고원시시대, 모계사회 시대에 씨족 토템 숭배로 발생하여 부계사회 시대로 이동하면서 점차 씨족 의례에서 씨족 간의 의례로 그리고 부족 의례 모습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곰-토템 관념은 씨족과 부족의 최고신으로 전환되면서 곰 숭배는 모계사회에서 가부장적 사회, 또 나아가 씨족사회와 부족사회의 숭배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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