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잘 되게 하는 마음

2010.03.11 | 조회 2877

[사랑과 자비]남 잘 되게 하는 마음
 

 -신민식


수령이 십 수년이 됨 직한 감나무가 이웃에 두 그루 있어 도심이지만 사뭇 전원의 정취를 돋워준다. 계절의 시간은 예외 없어 감나무들도 여름의 화려한 옷을 벗어 대지에 담요처럼 덮어 주고 어느새 나목(裸木)이 되었다.

얼마 전만 해도 남아나질 않던 감도 이제는 시간의 전리품처럼 매달려 스산한 초겨울에 그나마 생명력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 조상들은 감을 수확할 때 까치밥이라 하여 몇 알은 남겨 두셨다. 농사철에 농부가 새참을 먹을 때도 고수레를 하곤 했다. 우리 모두의 생명의 어머니인 천지에 나의 몫의 일부분을 먼저 드리는 나눔의 의식인 것이다.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오히려 이런 마음은 물질의 풍요와는 정반대의 길로 가는 것 같다. 이런 세태에 대해 증산 상제님께서는 “칠산(七山)바다에 조기잡이도 먹을 사람을 정해 놓고 잡히나니 굶어 죽지는 아니하리라. 우리 일은 남 잘되게 하는 공부니 남 잘되는 것을 부러워 말고 남은 복이 많으니 남은 복을 구하라”고 경계해주셨다.

요사이 서민경제는 외환위기 때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 경제가 어려워 가정이 무너지는 집이 늘고 있다. 심지어 삶의 터전을 등지고 밤에 도주하듯 이사하는 가정이 속출한다니 가슴이 막힌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이런 일에 속수무책인 나 자신에게 답답해지기까지 한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우리 일은 천하의 모든 사람이 함께 잘되는 상생(上生)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하나, 현실은 너나 할 것 없이 상극(相克)의 올무에 걸려 내 것만을 찾고 있다. 이웃을 잊고 나만 생각하니 이 세상이 나만으로 채워지곤 한다. 나만으로 채워진 마음의 구석은 다른 것이 들어갈 틈이 없어지게 된다.

지난 시절 어려웠지만, 춥고 긴 겨울에 이웃의 김장과 연탄을 내 일처럼 걱정했던 따스한 마음이 이웃의 일을 나의 일로 만든다. 이렇게 되면 마음에는 어느새 훈풍이 돈다. 이런 남 잘되게 하는 상생지심이 생활화하는 날! 동장군같이 얼어버린 지금의 경제 불황, 가정 파괴 등의 아픔도 금세 녹아 우리 사회는 상생의 지상낙원으로 화(化)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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