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로부터 시작된 나의 열망

초립쓴30대 | 2009.10.21 14:14 | 조회 1056

“인간이란 동물이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지…”
 
 서지혜/서울 노원도장/도기134년 양력 7월 31일 입도
 
 
 내가 처음 증산도에 대해 알게 되었던 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우연찮게 일어난 일이라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당시 만화가를 꿈꾸던 나는, 협소한 상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속박된 채 제자리를 맴돌다 기어코 후퇴하고 있는 만화시장에 염증을 느끼면서 읽을 만한 만화찾기를 열망했다.
 
 그러다가 결국 찾아낸 만화책이 있었는데, 한국의 고대사를 다룬 만화책이었다. 그 책을 다 읽은 후에 어렴풋이나마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가끔은 고대사 관련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평소에 서로 인사도 잘 안하고 지내던 친구 영미가 신기한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친구와 약간의 대화를 나눈 후에 ‘아, 얘가 뭔가 알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자꾸 이것저것 물어봤다. 결국 나는 『만화 한단고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그게 시작이었다.
 
 집에서 부모님께 영미에게 들은 이야기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했더니 그거 혹시 증산도 아니냐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땐 너무 생소해서 웃지도 않았던 것같다. 그때쯤 영미로부터 상제관 소책자를 얻어보게 되었다. 솔직히 그 책을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아니, 당시의 정신상태로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런 식의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런 식으로 지내도 이 세상이란 건 무리가 없었다.
 
 소위 등 따시고 배불러서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달까. 대충대충 하고 싶은 대로 사는데도 세상은 잘 굴러가고, 나도 썩 괜찮은 녀석인 것 같았다.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자극적인 것이라면 스스로 찾아서 꼬박꼬박 챙겨봤고, 결국 어느 순간 후부터는 뭘 봐도 충격이 없었다. 그저 ‘응,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내가 처음 ‘상제’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이미 내 마음에서는 뭘 해도 괜찮았고 그럴 수도 있는 거였다. 도덕, 윤리라는 개념은 이제 더 이상 머릿속을 맴돌면서 나를 괴롭히지도 않았다. 죄책감 따윈 잊어버린지 오래였고 또 있다해도 괜찮았다.
 
 왜, 왜 그렇게 된 걸까? 나는 정확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당당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인간이란 동물이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세상이 참 슬프게만 보였고 다 별것 아닌 것 같았다. 쉬워만 보였고 짧기만 했다. 인간을 동정하면서 스스로를 동정했다. 그 속에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런 일종의 나르시시즘(Narcissism) 속에서 허덕이다, 결국은 빠져죽을 상황이었다. 허우적대느라 온몸이 녹초가 된 나는 임시방편으로 지푸라기를 잡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지푸라기는 지푸라기일 뿐이었다.
 
 처음 도장에 갔던 건, 한국 고대사에 대해서 더 자세히 배우고 싶어서였다. 당시에 나는 스스로를 철저한 경험주의자에 빗대고 있었기 때문에 신도, 귀신도 믿지 않았다. 그저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고정관념 속에서 ‘상제’라는 존재 역시 ‘응 그럴 수도 있구나’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그저 배우고 싶은 것만 더 배워오자, 이런 심산이었다.
 
 그런데 도장의 수석포감님은 우주관과 개벽에 관한 틀을 말씀해 주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인간이 왜 사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순간, 하늘에서 밧줄이 하나 쑤욱 내려온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회피하는 화제를 오히려 끄집어내고 있었다. 순간 생각했다. ‘야, 이건 정말 꼭 해봐야겠다!’
 
 대입(大入)이다 뭐다 바쁜 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곧 나는 입문을 했고 팔관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공부는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천지공사였는데, 너무나 딱딱 맞아떨어지는 상제님 말씀과 지난 100년 역사를 보면서 입이 쩍쩍 벌어졌다. 빼도 박도 못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정이구나, 이게 진정 진리가 맞구나!
 
 그리고 과거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양심을 콕콕 찔러대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지르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가고 있었는지…. 물론 사람의 생활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일 조석으로 청수를 올리고 정성수행을 하면서 기도를 한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내 자신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서지 않는다. 나이도 나이거니와 그동안 생활도 그렇고, 하루아침에 그 꼴이 된 것도 아니고 웬만큼 회복하려면 여지껏의 배가되는 시간을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내가 꼭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또 약속한다. 이제야 내가 인생에서 광명을 만난 것을 느끼며, 이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 꾸준한 수행과 진리공부를 통하여 스스로를 성숙시키고 성숙시켜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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