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의 필요성

신상구 | 2021.12.18 02:33 | 조회 4799

                                      평화통일의 필요성

 
   최근 ‘분단 고착’ 주장이 거침없이 발신되고 있다. 이는 100년 전 ‘자치론’을 소환한다. 그때, 일제는 강성하고 조선인의 역량은 보잘것없으며 조선 독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니 일제의 통치권을 인정하는 대신 최소한의 자치권을 확보하기 위해 타협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라던 자치론자들은 일제 말 황국신민 운동을 전개하고 징병을 청원했으며 창씨개명에 앞장섰다. 당시 해방될 전망은 어둡고 항일 독립운동이 가시밭길이었지만, 독립지사들은 일제에 동화돼 잘사는 게 옳은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독립운동의 깃발을 내리지 않았다.

   지금 어떤 사람들은 한반도 통일은 어려워졌으니 포기하고 남북이 두 나라로 공존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분단된 지 오래이며 북한은 체제가 다르고 핵무장을 했으며, 국제 정세가 엄혹해지는 상황에서 통일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통일하기엔 이미 늦었다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다거나 특수관계를 폐기하고 양국 관계로 가자거나 사실상 분단에 안주하자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통일부를 폐지하자거나 간판을 바꾸자는 주장도 그 연장선에 있다. 통일을 추구하지 말고 평화롭게 살자는 주장이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나 옳지 않다. 분단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남북 통일은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정착을 위해 필요하다. 남북 분단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충돌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강대국 간의 국제분쟁에 휘말려 들게 하는 구조적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남북 관계를 이웃 국가 관계로 바꿔도 위험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쉽지도 않은 통일을 구태여 말함으로써 분열과 갈등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엉뚱한 얘기다. 우리는 평화통일을 추구한다. 우리 국민은 그 누구도 통일 지상주의나 급진 통일을 주장하지 않는다. 남북한 간에 평화를 정착시킨 가운데 점진적으로 공동체를 회복해 민주적 방식으로 정치적 통일을 이룩하고자 한다. 북한의 무력(武力)통일론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인데, 그것을 우리의 평화통일론 탓으로 돌려 싸잡아 공격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통일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의 규모와 국력이 2배로 커지고 국민이 2배 이상으로 잘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나라다. 이는 또한 우리가 분단으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분단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했고, 국가와 민족의 존엄을 손상하고 경제적 손실과 인도적 비극과 심리적 위축을 가져왔다. 우리는 이미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세계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국가다. 하지만 분단으로 인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거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통일을 주장하는 것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통일의 권리가 있음을 내외에 분명히 밝히는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이나, 그래서 통일을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일을 말하지 않으면 통일의 권리는 소멸돼 버리고 한반도는 영구 분단된다. 통일을 포기하면 우리 스스로 작은 나라가 되기를 작정하는 것이다. 남북한이 영구 분단되면 역내 질서의 흐름을 볼 때 북한이 어디로 갈지는 불을 보듯 뻔하고, 그 후 남한도 지정학적 위기에 설 것이다. 통일을 추구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장래 우리가 존엄한 나라가 될지 아니면 지질한 나라가 될지가 좌우된다. 그것은 현재의 국가 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질적인 남북한이 통일하면 혼란스럽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걱정도 허상이고 기우(杞憂)다. 통일 비용은 우리가 부담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지출한다. 그리고 재원은 세계적으로 엄청나다. 독일은 통일 비용 때문에 국민의 부담이 과도하거나 나라가 잘못된 적 없고 오히려 더 강한 나라가 됐다. 동서독이나 유럽연합(EU)을 보면 통합을 통해 못사는 지역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잘사는 지역은 더 잘살게 됐다. 통일 비용이 안 들 수는 없지만, 이는 결국 더 커져서 되돌아왔다. 이런 경험을 보고도 여전히 통일 비용의 공포를 조장해 통일 의지를 꺾으려는 세력은 누구인가? 통일 비용을 걱정하기 전에 분단 비용에 대한 계산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1. 김천식, "통일을 결코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 문화일보, 2020.12.16일자.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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