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릿말 


저무는 가을녘의 꿀벌 한 마리 …

어느 가을날, 길가 화단에서 꿀벌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녀석은 연신 날갯짓을 해대며, 이제 막 이파리마저 다 떨어지려는 초목 사이를 날아다녔습니다. 열심인 그 모습을 화창한 봄날이나 여름날 보았다면 한없이 기특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때는 뭇 생명이 총총히 제가 태어났던 자리로 돌아가는 한가을. 꺾어지는 계절의 마디를 알지 못한 채 분주한 녀석의 모습은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곧 된서리가 내리고 찬 바람이 세상을 때릴 텐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 지축이 움찔한 순간에 꿀벌처럼 무심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아이티 섬의 수십만 생명이 사라졌습니다. 어려움 속에도 내일을 바라보던 그들이었지만 천지天地는 인정사정 두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한마디 작별할 겨를도 주지 않고 가을바람에 낙엽처럼 쓸어갔습니다. 저마다의 꿈도 미래도 가정도 한꺼번에 무너졌습니다.


부富와 권력, 명예와 인기… 우리는 흔히 ‘성공’이라 부르는 무언가를 이루려고 뛰고 또 뜁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네 인생 무대는 질주하는 사람들의 가쁜 숨소리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토록 앞만 보고 뛰는데 문득 하늘땅이 무너진다면? 혹은 무서운 질병이 덮쳐 순식간에 나와 가족의 운명을 바꾸어 버린다면?


그 순간, 우리가 좇던 모든 것은 의미를 잃게 됩니다. 건강 재물 명예 권력, 아무리 귀한 것도 나와 가족이 이 천지간에 온전히 ‘생존’할 때만 참된 가치를 갖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천지 대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계절을 잊은 한 마리 꿀벌처럼 그저 뛰기만 합니다.


가을 문턱에 온 천지의 시간대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긴 옷을 꺼내어 입습니다. 인생에서 때를 알고 철을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내가 지금 어떤 때,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아야 그에 걸맞은 채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느 때일까요?


한마디로 지금 인류는, 지구의 1년처럼 돌아가는 ‘우주의 사계절’ 가운데 봄여름을 다 보내고 가을 문턱에 왔습니다. 우주의 가을! 나와 내 가족의 진정한 성공은 이 다섯 글자를 만나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제 ‘인간의 눈’을 넘어 ‘우주의 눈’을 뜨십시오.


대 우주에 가을 기운이 퍼지고 있습니다. 가을은 ‘모든 것을 거두어 들이는’ 계절입니다. 봄여름내 자랑스럽던 잎과 줄기도, 아름답던 꽃무리도 가을바람이 불면 여지없이 말라 비틀어져 떨어집니다. 춘생추살春生秋殺! 천지天地는 봄에 뭇 생명을 낳지만 가을에는 반드시 거둬들입니다.


사람도 예외가 아닙니다. 봄에 낳은 대다수 생명을 천지가 가을걷이합니다. 묵은 세상을 갈아엎고 묵은 사람을 거둬가는 천지의 손길, 그것이 가을개벽입니다. 영화 2012 이 그려내는 지구 최후의 모습은, 가을개벽이 몰고 올 충격에 비하면 ‘순진한 상상’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그 충격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을개벽이 지금 다가오고 있습니다.


천지의 시간대를 아는 사람은 살지만 때를 모르면 낙엽으로 뒹굴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쓸어가는 개벽의 물결에서 살아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늘땅의 판板이 뒤집어지는 이 때, 살려달라고 하늘에 울부짖는 것만으로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길은 하나, 가을의 진리요 상생相生의 대도大道인 증산도를 만나야 합니다. 이 책을 통해 그대 안에 잠자고 있는 우주의 눈, 진리의 눈이 번쩍 떠지기를 기원합니다. (증산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