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21일 화)

선기옥형 | 2020.07.21 11:27 | 조회 597

목차

1.중국경제 홀로서기 할수 있을까?/[다산칼럼]

2.뉴욕타임즈는 왜 도쿄로가지 않았나?/[글로벌 아이]

3.주한 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지마라 /정의길의 세계그리고

4.절충은 융합이 아니다/정희진의 융합

5.간추린 뉴스

6.코로나 19확산현황


1.[다산 칼럼] 중국 경제, 홀로서기 할 수 있을까?

2020.07.20 

안세영 < 서강대 명예교수 > 칼럼

2분기 3.2% 성장한 中 경제

홀로서기 가능성에 들떠있지만

패권전쟁 벌이는

미국의 압박은 거세지고

내수경제 전환도 쉽지 않아

중국夢은 일장춘몽 될 수도

[다산 칼럼] 중국 경제, 홀로서기 할 수 있을까?

중국 경제가 2분기에 3.2% 성장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데 유일하게 중국만이 플러스 성장한 것이다. 아무리 서방 세계가 코로나 책임론과 홍콩보안법 사태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디커플링(decoupling)’을 해도 경제가 홀로서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기에 벌써 베이징에선 ‘적이 공격할 때는 후퇴해 버티자’는 마오쩌둥의 ‘지구전론(持久戰論)’이 회자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게 아닌가 싶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디커플링이 생산·기술·무역 등 분야에서 아주 철저하고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우선 ‘생산 디커플링’이다. 이는 중국을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만든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완전히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의 단순한 관세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외국 기업의 중국 대탈출’이다. 지금 미국과 일본은 자국 기업에 “중국을 떠나면 지원해 주겠다”며 정부가 발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 리서치업체 퀴마가 최근 200개 다국적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5%가 ‘중국에서 빠져나오겠다’고 대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미·중 패권전쟁으로 ‘차이나 리스크’가 너무 커져 구매처나 투자대상국을 베트남, 인도 등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국에 주요 기술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기술 디커플링’이다. 첫 번째 타깃은 인민해방군의 스파이 기업이라고 낙인찍힌 화웨이다.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통신장비를 고집하던 영국이 ‘탈(脫)화웨이’를 선언했고 호주, 캐나다, 인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차세대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의 선두주자로 잘나가던 화웨이가 흔들리고 있다.



기술 디커플링의 불똥은 대학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 대학은 중국 학생에게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문을 닫았다. 더욱이 중국과 불법적 공동연구를 했다고 명문 하버드대 같은 미국 대학의 연구자들이 줄줄이 법적 제재를 받고 있다. 러시아도 중국을 위한 산업스파이 혐의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북극연구소장을 국가반역죄로 기소했다. ‘앞으로 2년간 2000억달러어치를 미국으로부터 추가 수입하겠다’는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놓고도 벌써 잡음이 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를 핑계로 중국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 관세 보복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서방세계의 압박으로 중국은 당분간 위기에 처할 것이다. 앞으로 내수 중심의 성장과 인공지능(AI), 차세대 위성 같은 기술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하자!’ 지난 5월 공산당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밝힌 디커플링에 맞서기 위한 중국 경제 홀로서기 전략이다. 과연 내수와 기술혁신이라는 쌍두마차로 중국이 직면한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


어느 나라 경제든 체질이라는 것이 있다. 외국인투자기업과 무역으로 성장해온 중국 경제가 갑자기 내수경제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중국 기업,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 그래서 ‘화웨이 스마트폰 사주기’ 운동도 벌였다. 문제는 이 같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정책은 가뜩이나 불안해하는 외국 기업을 쫓아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벌써 경제위기 탈출 방법을 놓고 리커창 총리와 시 주석 사이에 균열음이 나고 있다. “중국 인민의 40%인 6억 명이 한 달에 1000위안(약 17만원)을 버는 빈곤층이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80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노점상을 허용하는 것이다.” 하이테크 위주로 경제난을 타개하고 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었다고 자화자찬하는 시 주석의 대외 이미지에 먹칠하는 2인자의 목소리다.


마지막으로, 중국 경제 홀로서기의 또 다른 걸림돌은 미·중 패권전쟁이다. 홍콩보안법에 실망하고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도전에 놀란 워싱턴은 중국을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못 박고 있다. 신냉전 체제에 들어가면 홀로서기하는 중국 공산당 경제는 ‘바오류(保六·6% 이상 성장률) 시대’에 들어가기 힘들다. 그러면 2050년까지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중국몽은 말 그대로 일장춘몽이 될 것이다.


2.[글로벌 아이] 뉴욕타임스는 왜 도쿄로 가지 않았나

[중앙일보] 입력 2020.07.21

윤설영 도쿄 특파원


뉴욕타임스는 최근 디지털뉴스본부의 일부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국가보안법 사태로 내정이 불안정해진 데 따른 조치다. 뉴욕타임스는 “외국 기업이 활동하기에 서울이 좋다”고 했는데, 취재 환경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아시아 정보의 중심지는 일본 도쿄였다. 사람이 모이고 정보가 모이는 곳이었다. 많은 언론사들이 도쿄를 거점으로 서울, 평양, 베이징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을 취재해왔다. 그런데 뉴욕타임스가 그 거점을 도쿄가 아닌 서울로 택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외무성에는 외국 언론사로부터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입국 금지를 언제쯤 풀 것인지, 취재 비자는 언제부터 다시 내줄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유럽계 한 언론사 기자는 “일본으로 재입국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 외국으로 나갈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재난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는 일본 국민들은 언제나 존경스럽다. 하지만 현실의 범위를 뛰어넘는 일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다.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표어가 그렇다.

 


실의에 빠져 분노만 하지 말고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주의다. 상당히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 폐해가 드러났다. 검사 능력이 따라오지 못하자, 정부는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매뉴얼을 아주 깐깐하게 만들었다. 해야할 일(검사량을 늘리는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검사를 안받도록 하는 일)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검사도 못 받고 사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매뉴얼은 사라졌지만 현장에선 아직도 검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달 초 도쿄 신주쿠의 한 소극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관객 등 850여명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아직 결과는 듣지 못했다. 한 관객은 “지금 예약해도 2주 뒤에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답을 보건소에서 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도쿄의 신규 확진자 중 60%는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른다.

 

일본 정부도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보다 해야 하는 일에 지금보다 더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윤설영 도쿄특파원

[출처: 중앙일보] [글로벌 아이] 뉴욕타임스는 왜 도쿄로 가지 않았나


3.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지마라

정의길의 세계그리고


트럼프가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뜯어내려고 주한미군 감축을 운운한다면, 그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을 필요가 없다. 진의라면, 미국과 진지하게 무릎을 맞대고 한국의 인계철선 역할을 줄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인계철선은 부정적인 용어이고 미 2사단 장병에게는 모욕적인 발언이다. 인계철선은 파산한 개념이다.” 2003년 초 현안이던 주한미군 재배치에서 정부가 요구했던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 유지에 대해 리언 러포트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 거칠게 비난했다.


미국은 한국에 동두천의 2사단 등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배치를 통보했다. 한국은 미군의 대북 억지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동두천의 2사단 등은 북한이 남침하면 자동적으로 참전해, 미국의 개입을 보장하게 된다. 이는 ‘인계철선’(tripwire이라는 개념으로 포장됐다. 인계철선이란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하는 부비트랩(설치용 폭약)의 폭발장치’다.

고건 총리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에게 이 인계철선 개념 유지를 제시하자, 러포트 사령관이 미군 장병을 총알받이로 해서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한 것이다.


17년이 지나서 다시 주한미군 재배치가 얘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월 독일의 적은 국방비를 이유로 주독미군을 감축하는 조처를 밝히는 과정에서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미국대사가 주한미군도 감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운을 떼었다. 지난 17일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안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펜타곤이 세계적 차원에서 미군의 재배치 및 감축에 대한 폭넓은 재검토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구조를 점검하고 있다는 것이다.


17년 전의 주한미군 재배치도 미 군사력의 세계적 재배치의 일환이었다.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의 회피가 아니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을 전후해 해외 주둔 미군들을 신속기동군화해서, 주둔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분쟁 지역으로 파견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를 뒷받침하는 일환으로, 주한미군 재배치를 밀어붙인 것이다.


당시 우리가 우려해야 했던 것은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 회피가 아니었다. 신속기동군이 된 한반도의 미군이 한반도 주변 분쟁에 파견되면 우리도 자동적으로 말려들어갈 우려였다. 우리의 반대에 미국의 세계 전략이 바뀔 리가 없어서,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에서 한국의 안보 주권을 강화할 계기로 삼고자 했다. 전시작전권 회수가 그 일환이었다.


17년 전에 우려했던 대로 현재 한국 자체가 인계철선이 됐다. 격화되는 미-중 대결 와중에서 한국은 점점 미국의 대중 포위망의 전초기지로 요구받고 있다. 사드 배치에서 보여준 중국의 격렬한 보복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미군을 감축하려는 것이 진의라면, 우리로서는 미국과 진지하게 무릎을 맞대고 한국의 인계철선 역할을 줄이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띄우는 주한미군 감축은 진의라기보다는 한국에 미군 주둔비를 더 부담시키려는 ‘뻥카’다. 미국이 주독미군 감축의 이유로 인도-태평양에서 전력 보강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논리적 타당이 없다.


주독미군이나 주한미군 철수 보도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특정 기자가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 때 <뉴욕 타임스> 기자였던 그는 펜타곤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이라크 전쟁을 보도한 인물이다. 사실 펜타곤은 해외 미군 감축에 찬성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압박 앞에 시늉만 하는 것이다. 펜타곤으로서는 한 몸처럼 움직이는 기자를 통해 트럼프에게 보이려는 언론플레이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독미군 철수에 독일 정치권은 일절 반응을 안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어떤 정치인도 언급하지 않고, 군사전문가들만 그런 징벌적인 조처는 아프리카·중동에서 미군의 작전 능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국방보좌관이던 에리히 파트는 “그 조처는 독일 안보에 아무런 영향을 못 준다. 미국이 독일에서 갖고 있는 것은 유럽과 그 이외 지역에 있는 미군의 병참에 기여하는 허브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독일에서 빠진 병력을 배치하겠다는 나라인 폴란드에서도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유럽에서 미군 철수는 유럽 안보에 매우 유해하다며 주독미군 철수 재고를 요청했다.

트럼프가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뜯어내려고 주한미군 감축을 운운한다면, 그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을 필요가 없다.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54388.html#csidx43cdf9209e7e855a1d6b04621af9300 




4.[정희진의 융합] 절충은 융합이 아니다

한겨례 2020-07-20 

정희진의 융합


스무살 청년이 ‘정희진의 융합’을 먼저 읽고 그리다. 장태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립하는 논리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융합은 충돌을 지향한다. 충돌하지 않으면 새로움도 없다. 물과 기름이 섞이려면 다른 세계 간의 결합을 촉진하는 계면/활성제가 필요하다. ‘계면활성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첫 회분 글이 나간 후, 몇몇 독자의 이메일을 받았다. 가장 인상적인 사연은 필자 소개를 보고 한 독자가 보내온 글이었다. “휴대전화 없이 어떻게 사는지, 요즘은 공중전화도 없는데….” “선생님과 제가 이렇게 메일로 소통하고 있지 않나요?”라고 답장했지만, 내게 공중전화 문제는 융합을 논하기에 좋은 사례이다. 스마트폰이 기술 발전의 산물이 아니라 공중전화와 사회적 가치의 경합을 다투어야 할 ‘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화번호가 주민등록증을 대신한 지 오래다. ‘전번’ 없이는 통화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교통편 예약부터 통장 개설까지 일상이 불가능하다. 나는 시간강사로 일할 때 성적 입력을 못 하게 되자, 결국 2G폰을 구입했고 사용하지는 않는다. 기기가 아니라 번호를 구매한 것이다. 휴대전화를 잊고 외출하거나 분실했을 때 ‘나’ 자체가 실종된 듯한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국가가 무료로 시민증을 발급하던 시대에서, 개인정보를 독점한 통신회사에 매달 몇만원 이상을 내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이 ‘IT 혁명’이다. 감시료에 대한 자발적 납부, 왜 우리는 저항하지 않는가. 공중전화? 일부 시민이 쓰레기를 버리고 배뇨를 하여 공중전화는 흉물이 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휴대전화 관련 편지를 한 독자도 다소 독특한 분 같다. 내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대개 사람들은 “그러면 어떻게 사나요?”라며, 내가 불가능한 삶을 사는 양 반응한다. 그러나 이 독자는 짧은 메일에서 공중전화를 여러 번 강조했다. 개인이 각자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와 불특정 다수가 함께 이용하는 공중(公衆)전화를 뚜렷이 대비시켰다. 이 독자의 관심사는 ‘비사회적인 인간’인 내가 아니라 “전화로 통화할 일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예전처럼 공중전화가 많으면 괜찮은데…… 요즘엔 공중전화 찾기가 힘들어서요”라며 전화(電/話) ‘본래’ 기능에 관심이 많았다.


이 독자는 휴대전화와 공중전화의 대등성을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공중전화를 대체했다고 보는 시각은 발전주의 관점일 뿐, 자명한 사실이 아니다. 각각 기능이 다를 뿐, 같은 가치를 지닌 기기이다. ‘스마트폰 중독자’도 공중전화가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은가. 이름을 밝히기 곤란한 제보나 비밀로 하고 싶은 친밀한 관계 등. 두 기기가 전후(前後) 발전 순서라는 생각을 버리면, 둘은 동시대 같은 위상을 갖게 되고 사회적 가치를 두고 논쟁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움직일 때마다 휴대전화 번호를 요구하는 상황은 소비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게다가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은 몸의 확장이다. 기억은 점차 몸에서 기계로 이전되고 있다. 인간의 몸은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디지털 성폭력은 단지 부작용일까….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다른 소비만으로도 보이지 않았던 세상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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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충은 최악의 논리

지난번 글 제목대로, 융합은 지향이 아니라 방식이다. 융합에 이르는 방식 중에 가장 흔한 방법이 ‘반대말, 비슷한 말’ 공부다. 모든 지식은 다른 지식과의 비교나 대비 등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절대로, 홀로 성립하는 개념은 없다. 모든 개념은 연결의 법칙이 다를 뿐 연결된다.


예를 들어, 근대적 이성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와 반대되는(돋보이게 하는) ‘감정’의 발명이 필요했다. 동성애 인권운동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이성애자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성애자)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장애인의 상대어는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다. 기준이 되었던 개념이 달라지면 새로운 지식이 출현한다.


융합(融合)에 ‘합하다’는 뜻이 있어서 그런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을 나열하는 절충(折衷)을 융합으로 오해하기 쉽다. 절충은 ‘가장’ 대립하는 두 가지 개념에서 ‘제일’ 좋은 것만 나열하는 사고방식이다. 개념들의 접목이 융합이 되려면, 무관한 개념처럼 보이는 것들 사이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반대 개념은 양립할 수 없으므로 충돌과 모순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를 절충으로 해소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주변에 흔한 절충의 예를 보자. “전통과 현대, 녹색성장, 서구의 인권과 아시아적 가치, 개인과 전체…” 좋은 말의 나열은 아무런 의미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갈등 봉합이 주요 목적이다. 충돌 과정을 없애는 것이다. 절충이 대개 지당하신 말씀, 진부한 표현, 영혼 없는 연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절충 방식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조화’라는 말이 동반되고, 또 하나는 근대 서구 콤플렉스가 반영된 ‘식민주의 지식인’의 언어라는 사실이다. 정반대의 개념을 붙여놓으니, 말도 안 되고 지식도 생산되지 않고 작동(practice)하지도 않는다. 좋은 것을 둘 다 가졌다는 자기 위로만 남는다. 즉 현실에서 불가능한 논리이기 때문에 실행력을 가질 수 없거나, 실행된다면 반사회적 언설이 된다. 조화가 불가능한 일방적 언설인 국가보안법이나 진영 논리가 대표적이다.


물과 기름은 절충될 수도 융합될 수도 있다. 물과 기름이 분리된 채 컵에 담겨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절충), 융합은 계면활성제(界面/活性劑)를 사용하거나 기름의 입자를 나노 크기(10억분의 1m) 정도로 줄이는 과정을 통해 마요네즈 같은 제3의 물질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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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서기의 경우

대립하는 논리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융합은 충돌을 지향한다. 합치지 말고 충돌 양상을 질문해야 한다.

구한말부터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트라우마는 외세가 우리의 운명을 좌우했다는 인식이다. 19세기 말, 서구가 물질문명을 앞세워 침략하자 동아시아 국가들은 “어육(魚肉)의 화(禍)” 즉 “우리는 물고기 신세”라고 표현할 만큼 혼란과 공포에 빠진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고유의 사상(道)은 지키되 서구의 기술(器)은 받아들인다는 상상으로 도피했다.


한국의 동도서기(東道西器), 중국의 중체서용(中體西用),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가 그것이다. 이같은 사고는 동도, 중체, 화혼이라는 정신이 원래부터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러한 ‘정신(道)’만으로는 ‘물질(器)’을 당해낼 수 없으니, ‘우리의 정신과 서구의 물질’을 동시에 추구하여 서구보다 더욱(?) 앞서가자는 논리다.

물론 이는 가능하지 않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로컬의 지배 권력은 ‘한국적인 것, 전통’을 만든다. “페미니즘, 동성애는 서구에서 유래”가 대표적인 주장이다. 나는 묻는다. “그러면, 마르크스주의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왔습니까?”


동도서기는 정신과 물질의 이분법을 전제한다. 동도서기는 우리는 물질이 없으므로 정신을 가졌고(東道), 서구는 정신은 없고 물질만 가졌다(西器)는 ‘망상’이다. 이러한 절충 논리만이 우리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내가 아는 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절충 논리인 동도서기를 처음 문제제기한 지식인은 인류학자 강신표다. 그는 동도서기가 아니라 동도동기나 서도서기만 가능하다고 본다.


절충은 순수한 뿌리가 있다는 몰역사적 사고이다. 실제 인간은 모두 혼종적(混種的) 상태를 산다. 서구에서는 ‘전통과 현대’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근대화를 주도한 서구에게 전통과 현대는 연속되어 있지만, ‘비(非)서구’에게는 전통과 현대가 외부의 침략으로 단절되었으므로 전통은 우리 것이고 모던(자본주의, 민주주의…)은 서구의 것이다. 문제는 그 ‘남의 것’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산업혁명 이래 오늘날까지 국제관계, 글로벌 자본주의를 벗어난 인간의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윌슨의 ‘통섭(統攝)’의 번역과 관련한 편지와 댓글도 있었다. 댓글을 쓴 조성환님과 선행 연구자(윌리엄 휴얼, 심광현, 임춘성 교수)는 횡단의 의미를 살린다는 점에서 이미 통섭(通攝)을 주장했다. 윌슨의 논지는 융합이라기보다 통섭(統攝)에 초점이 있다. 그러므로 윌슨의 개념은 ‘通攝’이 아니라 그냥 ‘統攝’이다.

융합은 충돌하고 같이 도약하는 과정에서(jumping together) 서로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알려면? 기득권자가 새로 공부해야 한다. 다음 회에는 이 문제를 다룬다.

정희진 ㅣ 여성학 연구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54425.html#csidx346348685c4e220b6ccb773a0931460 


5.간추린뉴스

성경은 동성애를 모른다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의 태도는 대단히 다양하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54409.html


한국 가계빚 세계최고

1분기GDP의97%...5.8%P높아져


6.코로나 19 확산현황

전세계확진자 14,852,883(+164,954)  사망 613,173(+3,338)  발병국214개국(-)

국내확진자 13,816(+45)  296(-)


주요국가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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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17일금) 첨부파일 선기옥형 511 2020.07.17
156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16일목) 첨부파일 선기옥형 568 2020.07.16
155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15일 수) 첨부파일 선기옥형 676 2020.07.15
154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14일 화) 첨부파일 선기옥형 682 2020.07.14
153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13일 월) 첨부파일 선기옥형 579 2020.07.13
152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11일 토) 첨부파일 선기옥형 617 2020.07.11
151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9일 목) 환단스토리 153 2020.07.10
150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10일 금) 첨부파일 선기옥형 634 2020.07.10
149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8일 수) 첨부파일 선기옥형 540 2020.07.08
148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7일 화) 첨부파일 선기옥형 710 2020.07.07
147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6일 월) 첨부파일 선기옥형 651 2020.07.06
146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4일토) 첨부파일 선기옥형 858 2020.07.04
145 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7월3일 금) 첨부파일 선기옥형 582 2020.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