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묻지마 폭행을 못말리는 이유 있었다

진성조 | 2011.07.20 15:10 | 조회 7242
지하철 묻지마 폭행을 못말리는 이유 있었다
<긴급진단-만연하는 지하철 폭행 무엇이 문제인가②>피해자 돕다간 봉변
구호자 보호 위한 관련법 국회서 1년여 계류중…제도적 개선 대책 시급
조소영 기자 (2011.07.20 13: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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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지하철 묻지마 폭행 사건과 관련 피해자를 도와주는 구호자를 보호해주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하철 막말남´과 관련한 동영상 화면 캡처.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일어났던 지하철 묻지마 폭행 사건 당시, 언론은 현장을 목격하고도 모른 척 상황을 회피하는 ‘방관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 ‘당신 또한 그런 일을 겪을 수 있다. 어려운 일을 함께 돕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 관련기사 : '공포의 지하철' 묻지마 폭행에 승객들은 방관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네티즌들의 ‘넷심’은 냉랭하기만 했다.

네티즌 김** 씨는 관련 기사에 단 댓글을 통해 “괜히 도와줬다가 한 번 밀쳐봐라. 바로 폭행죄로 고소당한다”라면서 “개인주의니 무관심이니 말하지 말고 법부터 개선해라. 앞뒤 사건 보지도 않고 처리를 하니 누가 도와주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김**라는 네티즌도 “사람들의 개인주의를 지적하거나 신고 정신이 없다고 운운하기 전에 사회 시스템이나 법부터 고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말린 사람이 가해자가 되고 공범이 되고, 신고하면 종일 경찰서에 불려다닌다. 이런 시스템 아래서 어느 누가 신고하고 누가 말리겠느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네티즌 정** 씨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들며 다른 이들에게 나서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정 씨는 “예전에 한 번 친구랑 어려움을 겪는 분을 도와줬다가 경찰서 가서 진술서를 쓰고 합의를 봤다. 지금 세상은 정의감만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라면서 “용기가 없는 것, 비겁한 것 전에 뒷감당을 먼저 생각하라. 당시엔 정의감이지만 후에는 골칫덩이가 된다”고 말했다.

앞서 나열한 글들을 제외하고도 동일한 사례와 생각을 가진 글들은 수두룩했다. 넷심은 분노에 가득 차 “내가 ‘방관자’라고? 국가가 ‘목격자’와 ‘구호자’도 보호해주지 못하면서 어디서 그런 소릴하느냐”고 외치고 있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도움을 주고도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현실이 서글퍼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다는 이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렇다면 ‘착한 사마리아인’들을 위한 대안은 우리 사회에서는 정녕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곽대경 교수 “의로운 사람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개선 필요하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네티즌들의 이 같은 반응과 관련,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연하다”는 대답을 내놨다. 곽 교수는 “범죄라는 것이 예측할 수가 없다. 사소하게 생각했으나 실제상황에서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심각한 장애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현재는 피해자를 돕는 의로운 일을 하다가 되려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서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만한 장치가 전혀 없다. 그러니 (피해자를 보고도) 나서질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또한 명문규정들, 근거조항이 있어야 이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고 일도 수월하다. 이에 대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를 도운 이가 부상했을 때 치료를 해주거나 또는 보상을 해주는 구조기금이 마련돼 있다면 사람들의 방관자적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또 “이 같은 문제는 개인이 나서기가 힘들다. 정부와 의료기관의 협조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방관자’에 대한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의 개선과 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목격자나 구조자가 여러 번 경찰서를 출두해야 해 생활에 지장을 주는 부분이나 신변보호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곽 교수는 “아무래도 조사자의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직접 만나서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한 뒤 “지금은 녹화진술 시스템이 있으니 이를 통해 진술하고, 부족한 부분은 전화라든지 이메일로 보충해 제도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하면 좋겠다. 수사제도에 대한 개선 또한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또 사회적으로 노력해야할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 목격했다면 힘을 합쳐 함께 상황에 대처하려고 하면 좋다”면서 “이런 행동을 보이면 범죄자들은 상당히 위축되고 기가 죽는다”고 덧붙였다.

관련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통과 시기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고, 전문가 또한 심각하게 이를 거론하고 있는 만큼 ‘착한 사마리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10년 10월 1일,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은 일명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라고 불리는 ‘인명구호활동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위험에 직면한 사람을 보고도 도움을 주지 않는 ‘방관자’일 경우에는 처벌토록 하고, 반대로 ‘구호를 한 이’에 대해서는 포상과 함께 부득이하게 발생한 민·형사상 책임을 감면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현재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방관자’ 문제와 도움을 주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구호자’에 대한 보호 문제를 모두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통과만 된다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만한 법. 하지만 이 법은 제안되고 1년여 지난 지금까지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임 의원 측 관계자는 1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법을 추진하게 된 계기에 대해 “당시 한 신문에서 지나가던 학생이 어떤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아 죽어가는 것을 보고도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고 무시했던 사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행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면서 “또 방관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도움을 준 사람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조자에 대한 손해보상도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제쯤 통과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답한 뒤 통과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당시 국회에서 ‘만약 맞는 사람을 지나가는 10명이 봤는데, CCTV에 1명만 찍혔다면 그 사람만 처벌해야 하느냐. 그렇다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말이 있었다. 또 ‘불쌍한 사람을 돕는 마음은 개인의 양심에 따른 것이지 법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심을 가지고 법으로 규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척박한 세상이지 않느냐’고 말했고 그리하여 통과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지하철범죄 줄어들지 않는데…경찰대 수는 현격히 줄어

한편, 방관자 문제를 촉발시켰던 지하철범죄는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지하철 내 안전을 책임지는 지하철경찰대 수는 점점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장제원 의원실에 제출한 ‘지하철범죄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 조사’에서 ‘지하철경찰대 및 인원현황’에 따르면 2005년 출범 당시에는 지하철경찰대원이 서울·부산·대구·인천·경기 등 5개 지역에 총 359명(의경 80명 포함)이 배치돼 있었으나, 2011년에는 159명으로 무려 200명이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이는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및 9호선에 CCTV가 총 10,549대, 스크린도어 설치역 292곳, 비상통화장치가 총 12,055대가 설치되는 등 범죄예방시설이 증가되면서 인력이 조절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청 자료는 지하철 절도가 지난해 505건, 올해 6월 179건에 폭력은 596건과 308건, 성폭력이 1,268건과 745건을 각각 기록하면서 범죄가 줄어들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데일리안 = 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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