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방송 3회 만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한 자리대에 머물던 시청률을 두 자리대로 만든, 게다가 뜨거운 사전 기대감에 힘입어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도 바라볼 수 있었던 코너가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으면서 총 지휘자가 하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도전 논란의 불씨가 됐던 김건모도 자진 하차하면서 ‘나는 가수다’는 코너의 존폐 위기감까지 일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無 원칙’이 자리했다.
당초 ‘나는 가수다’는 7명의 실력파 가수가 출연해 500명의 일반 청중 심사단 앞에서 노래를 부른 뒤 7위를 한 가수가 떨어지는 서바이벌 형식의 리얼 예능을 표방해 왔다. 김 PD도 코너 시작에 앞서 밝혔듯 “7위를 한 사람은 탈락이 아닌 다음 도전자를 위한 양보의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도 이 원칙은 재도전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무너졌다.
예능 프로그램이 단지 흥미와 재미를 안겨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의 감동까지 전달해야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는 스스로 규정한 원칙을 스스로 뒤바꿔버리는 우를 범했다. 바로 그 점이 시청자들을 뿔나게 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게시판과 각종 블로그, 커뮤니티를 통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나는 가수다’는 ‘무한 재도전’ 코너가 될 것”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패러디도 등장했다. ‘나는 가수다’의 첫 탈락자는 PD, 재도전에 재도전 또 재도전이라는 등 원칙을 지키지 않은데 따른 웃음거리도 됐다. 심사에 참가했던 500명의 청중 심사단은 과연 뭐가 되는가. 이들의 소중한 선택과 투표의 박탈감이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실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을까.
결국 ‘나는 가수다’는 ‘원칙을 지키라’는 시청자들의 질타에 김 PD를 하차시키고 김건모의 자진 하차라는 결과까지 초래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나는 가수다’가 방향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MBC가 “시청자들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 더욱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만큼 ‘無 원칙’에 따른 혹독한 결과를 반성하고 원칙을 바로 세워 시청자들 앞에 다가서야 한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중인 가수들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시청자들은 가수들이 흔들려서 잇따라 자진 하차하는 모습을 원치 않는다. 분명 ‘나는 가수다’는 신선했다.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나와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포맷이었다. ‘진짜 가수들이 설 수 있었던 무대’인 ‘나는 가수다’가 당초 기획했던 재미와 흥미 외에 감동을 안겨 줄 수 있는 코너가 되길 기대해 본다.
['나는 가수다'를 총 지휘했다 재도전 논란으로 하차한 김영희 PD(위)와 방송 캡쳐. 사진 =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