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의 힘

박기숙 | 2011.02.28 19:09 | 조회 4853

연습의 힘


2009-04-04 [정진홍의 소프트 파워] 중앙일보



# 지난 2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자정이 훨씬 넘도록 북적거렸다. 서른여덟 살 나이에 이미 '피아노의 전설'이 돼 버린 예프게니 키신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서른 번이 훨씬 넘는 커튼콜과 열 번의 앙코르 연주를 소화하느라 자정이 다 돼 끝났기 때문이다. 이날 키신의 피아노 연주는 한마디로 징글징글했다. 도저히 사람의 연주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였다.

오직 피아노가 삶의 전부인 것 같은 사내가 사랑하는 여인을 온갖 손길로 다루듯 건반을 두드렸다.

그는 연주 내내 별반 표정의 변화도 없이 오직 무아지경의 타건만을 계속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엷은 미소를 띤 것은 연주를 모두 마치고 나서였다.

# 키신이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8번을 연주할 때는 마치 피아노로 철학을 하는 구도자 같았다. 게다가 쇼팽의 에튀드(연습곡)들을 연주할 때는 그의 탄탄한 기본기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자고로 실력은 어렵고 잘 연주되지 않는 곡에서 드러나기보다 피아노를 접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도 쳐봤음 직한 연습곡을 “저렇게 칠 수도 있구나”라는 대목에서 판가름이 나는 법이다.

# 키신은 흔히 천재로 불린다. 이미 두 살 때 귀로 듣기만 한 것을 그대로 피아노로 연주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키신은 자신의 천재성으로 승부하지 않았다. 그는 연주여행 중에도 예외 없이 하루 6~7시간을 꼬박 피아노에 몰입하는 지독한 연습과 그것으로 다져진 기본기로 승부했다. 키신은 그 흔한 쇼맨십도 없이 오직 자신의 연습의 힘에 바탕한 기량만으로 4시간 가깝게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연습의 힘이 그날의 마법 같은 콘서트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 최초의 흑인 홈런왕 행크 에런은 이렇게 말했다. “매일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연습에 쏟고 나면 이상한 능력이 생긴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없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부터 그 공이 커브냐, 직구냐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날아오는 공이 수박덩어리처럼 크게 보인다.” 결국 연습의 힘은 마법을 만든다. 아니 세상의 모든 기적과 마법의 진짜 비밀은 연습에 있다.
 


# 영화 '바람의 파이터'의 실제 인물이자 '극진(極眞) 가라테'의 창시자인 최배달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일천 일의 연습을 '단(鍛)'이라 하고, 일만 일의 연습을 '연(鍊)'이라 한다. 그런 혹독한 단련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 승리는 끊임없는 연습과 단련의 결과일 뿐이다.


# 김연아는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연습'이라 할 만큼 지독한 연습벌레다.

그 덕분에 열아홉 살 어린 나이에 은반의 여제가 됐다. 프로골퍼 최경주는 하루 8시간씩 4000번 이상 공을 쳐내는 피나는 연습 끝에 세계 무대에 우뚝 섰다. '슈투트가르트의 강철나비'라 불리는 발레리나 강수진은 올해 마흔두 살이란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시즌에 토슈즈를 수십 켤레씩 버릴 만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무대에 오른다. 그녀는 말한다. “더 못한다고,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할 때 그 사람의 예술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라고.
 


# 예술과 운동만이 아니다. 천재로 불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말했다. “세상에는 고군분투 대신
나태와 오만함에 몸을 맡겨 버리는 천재들로 넘쳐난다. 그들은 한때 면도날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번쩍임과 예리함을 잃어버린 채 아무 의미도 소용도 없는 쇠붙이로만 살아가야 하리라.” 그렇다. 타고난 재능만 믿고 게으른 자는 결국 쇠붙이로 녹슨다. 하지만 끊임없이, 우직하게 연습하고 단련하는 이는 날 선 면도칼이 될 수 있다. 날 선 면도날이 될 것인가, 녹슨 쇠붙이로 남을 것인가? 그 선택과 결단 앞에 우리는 예외 없이 서 있는 것이다.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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