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의 교감- "동물은 정직해요. 그러나 사람은.... "

진성조 | 2011.02.22 07:40 | 조회 6358

"동물은 정직해요…사랑 준만큼 돌려받죠"

[데일리노컷뉴스 대담·정리=변이철 기자]

독자 여러분 가운데 최근 아쿠아리움(대형 수족관)에 다녀오신 분들이 혹시 계신가요? 눈 앞에 펼쳐진 이색적인 바닷속 풍경과 다양한 해양동물 쇼는 보는 이들을 잠시나마 환상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하지만, 수중·해양동물과 동고동락하는 아쿠아리스트들이 없다면, 아쿠아리움은 단 하루도 운영될 수 없습니다. 오늘 노컷피플의 주인공은 63씨월드의 김재수 차장(어류 담당)과 정태영 과장(해양동물 및 공연 담당)입니다. 두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형 수족관인 63씨월드에서 각각 25년과 18년 동안 근무한 우리나라 최고의 베테랑 아쿠아리스트입니다. [편집자 주]

▶아쿠아리스트가 일과 중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김재수 : 전시생물의 건강문제죠.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중동물들도 움직임을 보고 건강상태를 판단합니다. 특히 먹이를 먹는 행동이 급격하게 느려지거나 바위 밑으로 자꾸 숨는 녀석들은 뭔가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일단 발병하면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생존율이 30%밖에 안 돼요.
그만큼 질병에 대한 사전예방이 중요하죠.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다 보면 정도 많이 들 텐데…

=정태영 : 친자식과 마찬가지죠. 바다표범이나 물개는 자기감정을 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해요. 아쿠아리스트와 더 놀고 싶으면 아예 수조 출입문을 막아서면서 못 나가게 하죠. 또 먹이를 똑같이 나눠주지 않고 다른 친구만 편애하거나, 칭찬을 잘 안 해주면 아예 '쇼'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분이 나쁘거나 발정이 났을 때 잘못 건드리다 물려서 수십 바늘씩 꿰매는 사례도 가끔 일어나곤 하죠
.

▶그렇게 피붙이처럼 키우다가 죽기라도 하면 마음이 아프겠어요.

= 정태영 : 6년 전쯤 '예쁜이'라는 바다표범 암컷이 죽었을 때는 직원들이 제대로 식사도 못 하고 사무실 분위기도 정말 초상집처럼 변했어요. 외부에서 찾아온 손님들도 사무실 분위기가 "왜 이러냐?"며 바로 눈치를 챌 정도죠. 어미가 제대로 돌보지 않아 인공사육을 시켰던 자카스펭귄이 다른 개체의 공격을 받아 죽었을 때도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아쿠아리스트는 몸이 약한 녀석일수록 정을 더 많이 주거든요.

▶오랫동안 아쿠아리스트로서 일을 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 김재수 : 물고기 키우는 것도 농사와 똑같아요. 농부가 부지런하고 정성을 다해야 곡물이 잘 자라듯이 아쿠아리스트도 부지런하고 생물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해요. 예를 들면, 아쿠아리스트가 수조를 3번만 노크를 하면 물고기들이 먹이를 먹으러 수면으로 다 올라와요. 그런데 성의 없이 먹이를 던져주면 물고기들이 잘 먹지를 않아요. 물고기들도 사람의 행동을 보고 일종의 반응을 하는 셈이죠.

정태영 : 동물은 정직해요. 사랑을 많이 주는 만큼 그대로 돌려받죠. 사람은 배신하지만, 동물은 절대 배신하지 않거든요.

김재수 : 수조 안도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하나의 자연이에요. 큰놈이 작은놈을 지배하고 심지어 잡아먹기도 하죠. 잔인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강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해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힘든 일이 있거나 마음이 약해질 때는 저 자신도 '더 강해지자!'고 많은 채찍질을 하게 되죠. 또 한가지는 녀석들이 먹이 활동을 얼마나 부지런히 하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에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모이를 먼저 얻는다'는 격언은 수족관에서도 통하죠. 그러니까 수족관은 겉보기에는 그저 예쁘기만 하지만, 그 안에는 사람 사는 지혜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거죠.

▶가장 애정이 가는 동물은?

= 김재수 : 남미 아마존에 사는 피라누크에요. 자연에서 최대 5m까지 자라죠. 성격이 거칠어서 수조를 청소할 때는 굉장히 조심하죠. 꼬리 부분으로 한 대 맞으면 체중 100kg의 거구도 1m 이상 뒤로 나가떨어져요. 63씨월드에 있는 녀석들은 약 8년 전 10cm짜리 치어로 들어와서 지금은 1.5m까지 자랐어요.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가슴 뿌듯하기도 하고···.

정태영 : 저는 63씨월드의 효자동물인 수달을 꼽고 싶어요.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먹이(미꾸라지)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거든요. (웃음) 3년 전에 수달의 야생적인 본능과 개성적인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행동전시'를 위해 소형 수조 2개를 밖에 설치해 대형 수조와 아크릴 관으로 연결했어요. 처음에는 땅속으로 관을 연결했는데 수달들이 어두워서 안 들어갔죠. 그래서 연결통로를 결국 공중으로 설치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6개월 동안 머리를 끙끙 싸매고 시행착오를 거쳐서 그런지 이 녀석들이 정이 많이 가요.

▶이제 후배 아쿠아리스트들도 많이 생기셨죠?

= 김재수 : 사실 우리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학력이 그렇게 높지 않았어요. 하지만, 최근 아쿠아리스트가 전문직종으로 인기를 끌면서 예전과 달리 학력도 높고 외국어도 잘하는 똑똑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요. 하지만, 동물에 대한 애정이 다소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죠. 생물은 마음으로 키워야지 머리로는 절대 못 키우거든요. 그런데 요즘 신입사원들을 보면 자기가 배운 지식만을 믿고 머리로만 키우려고 해요. 애정과 관심을 두고 생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안타까움으로 이런저런 시도도 해보면서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기거든요. 우리가 자식을 키울 때도 책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키울 수 없잖아요. 똑같은 거죠.

▶관람객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것은?

= 김재수 : 오셔서 사진을 찍는 것은 괜찮은데 수조를 두드리거나 이물질을 넣는 것은 특히 피하셔야 합니다. 63씨월드 같은 경우는 병으로 죽는 물고기는 전체의 2% 정도밖에 안 돼요. 나머지 98%는 모두 스트레스로 죽습니다. 특히 갑자기 수조를 두드리면 물고기들이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리고 수조에 과자나 핸드폰고리, 동전 같은 이물질이 나오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이곳 물고기들은 인위적으로 키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요. 그래서 사람이 주는 것은 뭐든지 다 먹는 습성이 있거든요. 그만큼 관람객들께서 각별히 조심해 주셔야 합니다.

정태영 : 아쿠아리움은 생물 보호의 산교육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친숙해짐으로써 생물보호에 대한 의지를 고취하는 것이 존재 목적이죠. 아쿠아리움을 방문하시는 분들께 이 점을 꼭 한 번 되새겨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올해 목표는?

= 김재수 : 내년 5월과 7월에 각각 여수와 제주에 대형 아쿠아리움이 새롭게 문을 엽니다. 벌써 그 준비작업으로 전 직원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각종 해양동물과 어종도 수급해야 하고 물고기 집도 제작해야 하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정태영 : 특히 올해는 마리당 가격이 수억 원에 달하는 '바다코끼리' 4마리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63씨월드에 들어옵니다. 이 녀석들의 운송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도 큰 과제죠. 그리고 여수와 제주 아쿠아리움에서는 더욱 색다른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물개를 훈련해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 등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겁니다.

▶여러 가지 일로 많이 힘드시겠군요.

= 정태영 : 몸이 고되기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거죠. (웃음)
okwater7@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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