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메모는 힘이 세고, 공부도 잘된다!

진성조 | 2011.02.16 11:38 | 조회 5546
메모의 힘?공부의 힘!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한겨레 김청연 기자
» 대학생과 고교생이 말하는 메모의 기술- 자신에게 맞는 메모 방법을 익힌 유엘림씨. 자신만의 방법으로 쓴 사회문화, 서양윤리 학습 메모를 각각 공개했다.
개학이 코앞이다. 준비할 것들이 많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강희경(47)씨는 요즘 딸과 함께 학습 플래너를 고르는 중이다. 강씨는 “계획하고 메모하면 공부도 잘하는 것 같다”며 “최근에 수능 시험에서 전국 최고득점을 올린 학생도 메모를 고득점의 비결로 꼽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필기를 메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메모의 기술>(해바라기)을 쓴 최상희 <경향신문> 기자는 “메모와 필기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노트 필기가 객관적이라면 메모에는 작성자의 주관성이 들어갑니다. 필기는 선생님이 말한 것을 거의 그대로 옮겨 적은 거죠. 메모는 작성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핵심 내용을 선택해 자기 방식으로 적은 겁니다.”

그렇다면 메모는 학생들의 공부와 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까? 실제 “메모 덕에 공부를 안정적으로 잘할 수 있었다”는 메모광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회문화 과목에 나오는 용어들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둔 겁니다. 메모 자료 찾다보니 그때 갖고 다니던 것들이 이렇게 나오더라구요.” 반으로 접은 종이(A4 크기)를 펼치니 그 안에는 각종 사회문화 관련 용어와 설명, 각 용어들과의 관계가 정리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사회, 자연현상, 사회·문화현상, 보편성, 특수성, 개연성, 존재법칙, 당위법칙…. 상위 개념은 형광펜으로, 하위 개념은 빨간펜으로 표시를 해뒀다.

표지도 없고, 예쁜 그림도 없는 몇 장의 종이들을 묶은 것이지만 이 메모장은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예비2학년 유엘림씨가 고3 생활을 하면서 손에 쥐고 다니며 의지했던 메모장이다. 유씨는 “이런 학습 메모부터 생활과 관련한 메모까지 여러 방식의 메모들이 공부를 안정적으로 하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대천여고 예비고3 유효원양의 메모는 마인드맵과 비슷한 모양새다. 서양윤리를 이성 중시, 경험 중시라는 말로 나누고 여기서 하위 개념들을 뽑아내 큰 개념도를 그렸다. 유양은 “윤리처럼 암기과목의 경우는 이런 방식으로 메모를 하며 공부하면 효과가 있다”고 했다. 유양도 “평소 수업 시간이나 수업 시간이 끝난 직후 이런 식으로 자기만의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여 공부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보여준 메모는 ‘교과 메모’에 속한다. 메모의 여러 종류 가운데 학생들이 주로 하는 메모는 흔히 ‘교과 메모’와 ‘비교과 메모’로 나눌 수 있다. 특히 교과 메모는 개념이나 정보를 잘 기억하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유양은 “아무리 수업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해도 나중에는 다 잊게 된다”며 “잊어버린 내용을 다시 떠올리고 이해하는 데 메모만큼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고 했다.


‘교과 메모’로 기억·이해력 싹터 개념 구조화·체계화에 도움 줘

초보자라면 ‘비교과 메모’부터손글씨로 나만의 방식 탐색하기

두 사람처럼 교과 메모가 손에 익어 자기 방식으로 구조화를 하게 되면 기억 그 이상의 것도 얻을 수 있다. 유씨는 “사고를 체계적으로 하게 된다”고 했다. “어떤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구조화할 수 있어요. 보통 논술을 쓰라고 하면 그냥 서론부터 바로 쓰잖아요. 근데 저는 개요도 그리기, 그러니까 틀을 먼저 짜는 습관이 몸에 배 있더라구요. 지금 다니는 학교에 논술 전형으로 들어왔는데 그렇게 중요한 시험을 치를 때도 이런 습관이 도움이 많이 됐죠.”

잘 쓴 메모는 공부의 바다에서 허우적댈 때 부표 구실도 한다. 유양은 “암기과목의 경우, 분량이 많으면 내가 지금 어느 부분을 하고 있는지 막막할 때가 있다”며 “내 나름대로 해둔 메모를 통해 지금 배우는 지점이 어디이고, 무엇과 연관고리를 맺고 있는지 맥을 잡는다”고 했다.

» 대학생과 고교생이 말하는 메모의 기술- 자신에게 맞는 메모 방법을 익힌 유효원양. 자신만의 방법으로 쓴 사회문화, 서양윤리 학습 메모를 각각 공개했다.

교과 메모에 익숙한 학생들이 처음부터 교과 메모부터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보통 교과 메모 습관을 갖고 있는 학생들은 비교과 메모 습관을 통해 자신만의 메모 방법을 터득한 경우가 많다. 유씨 역시 사소한 생각들을 적다가 학습 계획, 학습 내용 등을 정리하는 데까지 나아간 경우다. 처음 메모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때였다.

분홍색 스프링 노트에 이것저것 생각나는 단어들을 적어봤던 게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공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 외워야 할 학습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적은 건 아니다. 자장면, 상자로 만든 장난감 집, 말하는 계산기…. 처음엔 이렇게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가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을 적었다. 이렇게 떠오르는 것들을 단어로 적는 습관을 들여놓자 고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공부와 관련한 내용들이 조금씩 더해지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는 “신념은 굳게 믿는 마음이다”와 같이 의미 있는 단어의 뜻을 풀이해서 메모장 한 귀퉁이에 적어두기 시작했다. “제가 명언이나 좋은 글귀에 굉장히 힘을 받는 스타일이거든요.” 고교에 올라가서는 메모가 익숙해지면서 여러 개의 메모장이 생겼다. 각 과목과 관련한 교과 학습 메모장, 생활 시간표 메모장, 시만 창작해서 적어둔 메모장, 책을 보다가 좋은 글귀를 발견하면 적어둔 메모장 등이다.

유씨는 메모 초보자들한테 ‘비교과 메모’를 먼저 해볼 것을 권했다. 평소 생활 시간표, 진로 계획, 목표, 멘토에 대한 생각 등을 적어둔 메모가 비교과 메모에 해당한다.교과 메모가 공부의 구체적인 틀을 잡아준다면 비교과 메모는 공부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유씨는 “이런 메모를 먼저 해보면 교과 메모를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만들고, 자기한테 맞는 방법이 뭔지도 알게 해준다”고 했다.

“풋내기가 상급자로 가는 과정은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것이 그 첫 번째.” 유씨의 고교 시절, 만화 메모장에는 만화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이 했던 이 말이 적혀 있다. 유씨는 “이렇게 만화에 나온 좋은 글귀도 모두 메모를 해가며 마음을 다졌다”고 했다.

흔히 메모를 할 때 학생들은 틀이 다 짜 인 메모장을 구입하기 바쁘지만 메모 잘 하는 학생들은 여기에 반대한다. 유씨는 “예를 들어, 시간 관리를 해주는 메모장의 경우는 시간이나 계획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쪼갠다”고 했다.

“메모는 능동적인 행동인데 이렇게 틀이 있는 메모를 하다 보면 수동적인 되죠. 처음 메모를 한다면 우선 내가 평소에 뭘 잘 적는지, 무엇을 적고 싶은지를 잘 생각해보세요. 저 어릴 때 메모장을 보면 먹고 싶은 것부터 시작하고 있는데요. 교과 메모이건, 비교과 메모이건 나한테 필요한 게 뭔지부터 생각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모든 메모에 해당하는 ‘메모의 원칙’도 있다. 유양은 “거창하게 꾸며서 쓰기보다는 자신이 나중에 봤을 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면서 자기 방법을 터득하는 게 좋고, 특히 교과 메모의 경우는 반드시 나중에 쓴 걸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반드시 손글씨로 써야 한다”고 했다.

“요즘 컴퓨터로 메모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컴퓨터로 쓰는 건 정말 권하고 싶지 않아요. 공부에 대한 것이든, 생활에 대한 것이든 컴퓨터로 해두고 프린트를 해도 내 것 같지 않거든요. 메모에는 아날로그가 진리인 것 같습니다.”

교과 메모, 비교과 메모 나눌 것도 없이 뭔가를 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학생들도 물론 있다. 학습법 전문가 이지은씨는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뭔가를 적으면서 이해하는 걸 편하게 여기는 아이가 있고, 반면 노트필기 하나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메모가 잘 맞는 성격도 있다. 유양과 유씨는 평소 들은 것을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 수업을 들으면서 또는 들은 직후 현장감이 떨어지지 않게 자기식으로 메모를 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유씨는 “중3 남동생은 메모를 스트레스로 여기는 유형”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부에서나 생활에서 메모의 효과를 톡톡히 본 유씨는

“가능하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 진학하고 보니까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기만의 메모장을 갖고 있더라구요. 놀랐어요. 메모는 일차적으로 기억에 도움을 주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의지를 다지는 데도 도움을 주잖아요. 우리가 어떤 습관을 만들지만, 습관은 우리를 만든다는 걸 알고 우선 두 달 정도만이라도 시도해보면 좋겠어요. 필기에도 서툴고 평소 꼼꼼하지 못한 남학생들이라면 그냥 메모장 하나에 학습, 생활 아니면 그냥 생각나는 단어들이라도 먼저 적어보라고 해보고 싶네요.”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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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11-02-14 오전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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