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해 지구의 혈처, 한반도 (중앙일보2010.12.30)

혜원상생 | 2011.02.10 14:32 | 조회 6313

[조우석 칼럼] 새해 지구의 혈처, 한반도

[중앙일보] 입력 2010.12.30 18:51 / 수정 2010.12.31 00:05
조우석
문화평론가
2011년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내년은 2010년대 10년을 맞는 첫 해다. 국내외 싱크탱크들이 위기와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글로벌화 제2막을 예고하고 있지만, 각종 종교적 예언에도 귀가 솔깃해진다. 그건 천기(天機)가 담긴 비밀장부를 넌지시 엿보고 싶은 심리다. 사실 천암함·연평도 사태로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 긴장은 내년에 그 어느 해 보다 극적인 남북관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마침 생각나는 분이 증산도 지도자 안운산(88) 종도사다.

 3년 전 대전에서 들었던 그의 말에 따르면, 한반도 자체가 지구의 혈처(穴處)다.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이 반도를 멀리서 감싸주는 외(外)청룡과 외(內)백호 구조다. 그래서 ‘작은 중심’ 한반도는 유독 예민하고 복잡하다. 단 미래문명도 여기를 무대로 펼쳐진다. 불교계 탄허(1913~83) 스님도 이런 낙관(1974년 『동아시아의 도전』)을 했지만, 종교적 예언으로 유명한 건 구한말 강증산(1871~1909)이다. 증산은 지난 5만년 역사란 우주변화의 봄·여름철에 해당하며, 그 긴 드라마가 조만간 한반도에서 매듭지어진다고 봤다.

 『주역』의 표현대로 “간방(艮方, 동북방 즉 한반도)에서 매듭짓고, 간방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세계사의 모순인 냉전의 마지막 유산을 안고 있는 한반도에 찾아올 큰 평화에 대한 암시일까. 사실 합리주의들은 반신반의한다. 그런 건 옴파로스(배꼽) 증후군, 즉 자기네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는 가짜 과학이라고 본다. 필자 역시 그랬지만, 한반도 지질학을 귀동냥한 뒤 조금 달라졌다.

 두어 달 전 남도 여행 때다. 우리 일행 여덟 명을 태운 승합차가 전남 해남 우황리를 지날 참에 누가 즉석강의를 펼쳤다. 우황리는 공룡박물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2억4000만 년 전 공룡들이 뛰놀던 천국이었고, 그래서 한반도 남부일대는 전형적인 중생대 지질이죠. 놀랍게도 한반도 전체가 지구역사 45억 년이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핫 코너예요.”

 경기·평남 일대가 선(先)캄브리아(45억 년 전~6억 년 전)지질이라면 백두산·제주도는 젊은 땅 신생대다. 반면 삼엽충 화석이 숱한 강원도 태백시 일대는 고생대다. 지질도 변화무쌍하지만 대륙판(板) 충돌설도 극적이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의 딱 중간에 낀 절묘한 구조다. 이에 더해 2억 3000만 년 전 거대한 용트림을 시작했다.

 즉 임진강 위 아래 지점에서 또 다른 작은 대륙판(남중국판과 북중국판)끼리 충돌했다는 게 지질학계의 정설이다. 나중 확인해 보니 『동아사이언스』에서 몇몇 과학자는 한반도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올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이아몬드는 대륙판 충돌시 초고압·초고열로 만들어지지 않던가. 이런 지질학 정보는 무얼 뜻할까. 한반도는 5천년 인류사는 물론 까마득한 태고 쩍부터 다이내믹 코리아였다는 뜻이다. ‘혈처 한반도’는 그래서 설득력이 없지 않다.

 이 땅덩어리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흩어지고 모여드는 부챗살의 중심, 즉 허브란 말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사실 과학적 분석과 종교적 예언이란 상보적이다. 단기 전망과 초장기의 깊은 역사(deep history)가 만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자연사의 놀라운 비밀을 간직한 한반도에서 인류사의 새 모델이 창출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장려한 후천개벽의 첫 걸음을 내딛는 2011년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물론 변화를 이끌어내고 갈무리하는 중심은 사람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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