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한국인 이야기꾼 DNA가 기생충 기적을 낳았다"

환단스토리 | 2020.02.18 18:50 | 조회 1022 | 추천 9

이어령 "한국인 이야기꾼 DNA가 기생충 기적을 낳았다"


매일경제 2020.02.18. 




문화 유전자 비결 다룬 `한국인 이야기` 출간 이어령


오스카 각본상이 가장 큰 쾌거

BTS·기생충 성취, 한국어의 승리


나는 직책이 여러 가지였는데

마지막은 이야기꾼으로 떠나겠다


길고 길었던 지적 여정의 대미일까.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86)가 '한국인 이야기'로 돌아왔다. 2009년 중앙일보에 연재로 시작한 이야기 보따리를 12권의 책으로 갈무리해 담을 작정이다. 한국인의 탄생에서 시작해 인공지능을 거쳐, 한국 문화까지 아우른다. 꼭지마다 각주를 달아 하이퍼텍스트처럼 12권 전체가 얽히는 구조다.


머리 수술을 받았고, 암을 선고받아 또 2차례 큰 수술이 있었지만 10년째 이 책에 매달리고 있다. 첫 책인 '너 어디에서 왔니'(파람북 펴냄)를 출간한 직후 18일 서울 평창동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그는 "내가 몸이 아파서, 모든 것에서 물러나 살겠다고 했는데 거꾸로 사방에서 찾는다. 나로서는 참 난감하다. 기억력도 옛날 같지 않아서 이렇게 써왔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책은 우리가 어린 시절 들었던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젯밤에 했던 이야기가 끊임없이 변주되며 이어지는 꼬부랑 할머니의 이야기를 셰에라자드의 '아라비안나이트'에 빗댄다. 한국인의 이야기꾼 DNA, '호모 나랜스(Homonarrans)'의 근원은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세상이 골백번 변해도 한국인에게는 꼬부랑 고개, 아리랑 고개 같은 이야기의 피가 가슴속에 흐른다."


이렇게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한류의 원동력이며 21세기 생명화 시대의 원동력이라고 그는 첫 책에서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의 이야기 문화는 '막문화'로 설명된다. 막사발, 막걸리, 막말…. 정사에서 벗어난 막이야기, 잡이야기야말로 한국인의 이야기다. "요즘 유발 하라리를 그렇게 많이 읽는데 언제 우리가 인류 걱정을 그렇게 많이 했나. 잡이야기야말로 한국인의 이야기다. 호모 사피엔스의 이야기도, 로마인 이야기도 아닌."


그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지 30여 년 만에 봉준호가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는 기적을 썼다. "옛날에는 외화를 팔아서 영화사들이 돈을 벌었다. 그런데 거꾸로 미국에서 상을 탔으니 이런 역전극이 없다. 굉장히 놀랐다."


그는 방탄소년단(BTS)과 '기생충'의 성공을 '한국어의 성공'이라고 해석했다. "글로벌스탠더드인 영어가 아니어도 우리말이 세계에 통한 거다. 한국말 배워야 BTS를 제대로 랩을 따라할 수 있고, 기생충도 한국말을 배워야 진짜 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거다. '제시카송'도 어떻게 영어로 알아듣겠나. 한류가 강해지니까 그게 뭐가 됐든 한국말을 많이 배운다. 그게 언어의 승리다."


아카데미상도 각본상을 탄 것이 가장 놀랍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이 연기는 기막히게 잘하는데 문학적 콘텐츠가 약했다. 여태 한류 드라마도 권선징악으로만 썼는데 이 영화를 보면 미워할 사람도 존경할 사람도 없다. 전부 희생자고 가해자다. 옛날 '오발탄'처럼 그린 게 아니라, 계층문제와 인간을 입체적으로 세련되게, 어둠을 밝게도 그릴 줄 아는 성숙한 단계에 온 거다. 메시지를 다루는 방법론이 세계 수준에 왔다. 그 다음엔 뭐든지 좋다."


이선균, 박소담, 장혜진 등 '기생충'의 배우와 이하준 미술감독, 김병인 음향감독을 배출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설립한 것도 그의 업적이다. "내가 한 건 없지만 예술학교를 만들고 한국 사람에게는 남이 못하는 재능인 가무악(歌舞樂), 즉 예술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이 방면에선 중국 일본이 아무리 해도 못 따라온다."


2시간 동안 한류(韓流), 근대화 이후 한국의 역사까지 넘나들던 그의 입담은 다음 행보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12권의 저술을 마친다면 그는 마지막으로 죽음의 세계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아이디어는 다 써놨으니까 누구라도 진짜 '한국인 이야기'를 마무리해줄 거다"고 말했다. "98%가 스마트폰을 가진 유일한 나라면서, 또 한 손에는 호미를 든 심마니가 있는 나라다. 누이를 쫓아 달래 캐던 소년이 디지로그와 생명화 시대 강연을 하게 된 사람이 세계에 어디 있겠나. 나는 직책이 여러 가지 였는데 마지막은 이야기꾼으로 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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