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와 성찰] 바이러스에 의해 추방되고 있는 종교

환단스토리 | 2020.09.06 15:58 | 조회 364 | 추천 2

[사유와 성찰] 바이러스에 의해 추방되고 있는 종교


경향신문 2020.09.05. 


노동자들 외면하는 종교,

욕망을 강화하는 종교에 대한

바이러스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종교의 존재 의미는 사라질 것


포이어바흐는 <기독교의 본질>에서 그리스도인이 믿는 하느님은 인간의 투사물이라고 했다. 하느님은 인간이 성취하고자 하는 힘과 재능을 표현하는 상징 언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 마르크스는 “종교는 억압받는 피조물의 한숨이고, 냉혹한 세계의 감정이며, 영혼 없는 상태의 영혼이다. 그것은 민중의 아편이다”(<헤겔법철학 비판>)라며 독설을 날린다. 자본주의에 의해 소외된 노동자들을 돌볼 생각은 않고, 오히려 권력의 편에 서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종교의 처신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원익선 교무 원광대학교 평화연구소


마르크스의 종교비판은 어쩌면 지금의 한국 상황에 딱 들어맞는지도 모르겠다. 전광훈의 행위는 뒤집어놓고 보면 한국교회, 나아가 종교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역행보살의 모습이다. 희한하게도 종교는 모순되고 부조리한 질서를 전복시키기 위해 탄생했음에도 세력이 좀 커져 소위 종교 전문가와 행정가가 가세하게 되면, 야생성은 사라지고 부정적 의미의 보수화가 진행된다. 불교의 탄생은 지금도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는 인도의 신분제도를 타파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천민이든 귀족이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을 지녔다는 것만큼 자명한 평등 논리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라는 말 또한 인류가 형제자매로서 지구가족이 된 혁명적 사건이다. 그러니 종교야말로 역사상 그 어떤 혁명보다도 근본적이고 급진적이다.


전광훈 현상은 기성종교들이 교조의 이러한 가르침을 포기한 책임을 묻고 있다. 사실 종교는 산업혁명 이후 자신의 한계를 보여 왔다. 자본에 의한 분열과 차별은 물론 지구환경의 파괴로 인류의 공멸을 눈앞에 둔 이 현실, 1·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대량학살, 미국을 필두로 한 신자유주의의 전횡으로 지구의 자원을 무한대로 착취하는 이 구조를 막지도 못하고 수수방관했다. 아니 그 일부가 되기까지 했다.


코로나 사태는 종교의 욕망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코로나에 대처하는 것은 과학이며, 이웃을 고통에 빠뜨리지 않는 길 또한 과학이다. 사람들은 예배가 중한가 나라가 중한가를 묻는다. 신학자 박충구는 기독교에서 “죄란 책임 의식이 결여된 자유의 오용에서 일어난다.”(<기독교 윤리사 Ⅲ>)고 단호하게 말한다. 전광훈의 터무니없는 행보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한국의 종교들이 그 뒤로 숨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구는 언제나 약육강식의 역사 속에 있다. 그 원인이 자연의 섭리든 인간의 악이든 변함이 없다. 종교의 최고 역할은 인간의 영혼을 고양시키는 것에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고통의 역사를 끝내는 것에 있다고 본다. 기독교의 종말론적 사고도 예언을 통해 현 질서를 바르게 잡아보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이다. 불교의 말법사상 또한 종교가 타락함에 따라 인간이 구제받지 못하는 탄식에서 나왔다. 마지막 희망이 무너지면 절망과 말세로 이어진다.


비록 마르크스는 무신론적 입장에서 종교를 비판했지만, 덕분에 불의에 저항하도록 종교를 각성시키기도 했다. 신천지도, 사랑제일교회도 한국 종교를 향한 각성제다. 한때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이 민주화의 길목을 지켰지만, 지금 종교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증오로 점철된 한국의 정치현실, 기후위기에 우왕좌왕하는 국제사회, 강대국의 한반도 개입, 자본의 폭주 현장에서 종교는 어디에 있는가.


울리히 벡이 <자기만의 신>에서 ‘신자유주의의 통로를 종교의 보편정신으로 새롭게 포장해야 한다’는 희망을 종교는 끌어안을 자세가 돼 있는가. 오히려 종교는 자본과 국가에 기생하는 집단으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마르크스가 무덤에서 나와서 본다면, 코로나19와 종교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힐난할 것이다. 코로나19는 말하고 있다. “너희들이 살아남으려면 연대의 힘을 보여라.” 종교는 실체가 있는 게 아니다. 오직 말씀과 실천이 있을 뿐이다. 바이러스도 하느님의 창조물이므로 그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원익선 교무 원광대학교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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