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칼럼] 3·1 운동 100년, 시대의 화두는 정치

환단스토리 | 2019.01.08 22:06 | 조회 1591 | 추천 16

[김동춘 칼럼] 3·1 운동 100년, 시대의 화두는 정치


한겨레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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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에선 사회민주주의는커녕 자유민주주의도 발육부진 상태에 있다. 

그래도 유럽과 미국의 청년들은 새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으나 한국의 청년들은 고시원에 웅크리고 앉아 컵밥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장


2017년 말 아이슬란드에서는 41살의 반전 페미니스트 여성 야콥스도티르가 총리가 되었다. 2018년 미국의 중간선거에서는 바텐더 경력이 있는 29살의 라틴계 여성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연방 하원의원으로 입성했다. 2018년 서울에서 열린 촛불 1주년 국제회의에 참석했던 스페인 제3당 포데모스의 전략분석 사무국장은 32살 여성이었다.


아이슬란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으로 제정했고 남녀 임금격차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한다. 미국의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녹색 뉴딜’을 위해 부자들에게 최고세율 70%의 부유세를 거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페인의 거대정당 독점체제를 뒤흔든 포데모스는 시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입법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유럽 각국을 휩쓰는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의 등장, 한달 이상 지속된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미국 트럼프의 극우 인종주의, 브라질의 극우 보우소나루의 대통령 당선 등의 현상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진 경제 격차, 대중의 좌절과 분노가 갈 길을 잃은 채 폭발 직전의 상황에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세기 후반기 세계를 이끈 자유민주주의, 대의제 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고, 정당정치의 대표성과 책임성이 근본적인 도전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유대인 학살 연구자인 크리스토퍼 브라우닝은 지금의 미국은 대공황 직후 파시즘 등장 직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그것은 ‘민주주의의 질식’이라고 요약한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오늘의 미국은 금권 과두정치 상태에 있다고 탄식한다. 현실 사회주의 붕괴에 환호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최종 승리’를 외쳤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자신의 과거 주장을 완전히 뒤집어, 획기적인 부의 재분배만이 오늘의 민주주의 후퇴를 해결할 수 있으며, 사회주의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까지 말한다.


한편 1년에 수백명의 인권운동가·기자·성직자 등이 살해당해도 제대로 통계에 잡히지도 않고, 경찰이나 검찰도 팔짱 끼고 있는 필리핀·콜롬비아·멕시코 등은 사실상 시스템이 무너진 ‘실패한 국가’로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0년 전 서구의 경제적 부와 시장경제에 환호했던 동유럽 국가들은 마피아 자본주의의 양상까지 드러낸다.


지난 박근혜 정부하의 한국은 미국의 금권 과두제와 남미의 ‘실패한 국가’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고, 2016~2017년 촛불시위는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우리 국민의 거대한 몸부림이었다. 이 정도의 민주주의라도 성취한 한국은 후발국 중에서는 참으로 드문 성공 사례라 할 만하다. 그러나 태안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의 사망, 정보기술(IT) 용역업체 청년 노동자 사망, 며칠 전 자동문 설치 작업을 하다 문에 끼여 사망한 또 한명의 20대 청년, 노조 인정과 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하면서 8일로 423일째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 두 노동자의 사례들은 한국이 아직 정치 부재, 정당의 사회적 대표성 부재 상태에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아직 개발독재 시절의 재벌주도 성장주의하의 반민주·반인권의 터널과 신자유주의적 금권정치의 위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에서 정치는 사회적 요구의 대변 기능과 책임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사회민주주의는커녕 자유민주주의도 발육부진 상태에 있다. 그래도 유럽과 미국의 청년들은 새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으나 오늘 한국의 청년들은 고시원에 웅크리고 앉아 컵밥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역사에서 압축은 있어도 비약은 없다. 비동시적인 것이 동시적인 것과 공존할 때는 순서대로 일을 풀 수 없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하고, 정치적 책임성이 보장되는 정당과 정치체제를 건설해야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생활 현장과 정치를 직접 연결하는 제도와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올해는 우리 선각자들이 자주와 독립, 민권, 평화, 관용을 부르짖으며 일제에 항거해 들고일어났던 3·1 운동 100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또한 조소앙이 초를 잡은 또다른 독립선언서는 우리가 ‘개돼지’의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평등복리’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외쳤다. 100년 전 우리 ‘백성’은 ‘국민’으로 거듭났으나, 이제는 이름만의 ‘유권자’를 벗어나 입법, 행정, 사법에 개입하는 주체, 즉 실질적 주권자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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