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총체적 위기가 다가온다 (경향컬럼)

진성조 | 2011.12.12 23:32 | 조회 5207
경향의 눈
[경향의 눈]2012년, 다중(多重)위기
서배원 | 논설위원
2년 전 이맘때 ‘일상화하는 외환위기 불안’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2008년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 상황을 짚어본 글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당한 뒤 정부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막상 금융위기가 닥치자 허무하게도 ‘2차 외환위기’로 치달았다. 환율 폭등, 주가 폭락에다 은행은 외화부채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쩔쩔맸고, 외화부족 사태로 국가부도 직전까지 갔다. 97년 외환위기 때와 달랐던 점은 국제통화기금(IMF) 대신 미국 중앙은행에 손을 벌려 국가부도를 모면한 사실뿐이었다. 외환보유액이 늘었을 뿐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의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비슷한 사태가 수시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대책을 촉구한 글이었다.

2년 전에는 금융불안만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더 나쁘다. 여러 위기요인이 겹쳐 나타나는 상황, 즉 다중(多重)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안요인을 하나씩 해소하는 대신 미봉책으로 대응하거나 해결을 계속 미루기만한 결과다. 2년 전보다 위기의 폭발성이 훨씬 커진 것이다.

대표적인 위기요인은 가계빚이다. 900조원에 이른 가계빚 문제는 수년 전부터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적돼왔음에도 대책 없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 은행 적금과 보험 해약이 증가하는 불길한 징후마저 나타나고 있다. 해약에 따른 손실이 크고 만기가 긴 보험상품의 해약이 증가한다는 것은 가계의 쪼들림 정도가 극심해졌음을 의미한다.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전셋값 등 고물가에 시달리면서 저소득층의 채무상환 능력이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체 가계빚의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질적으로는 더 악화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대출잔액이 연소득의 4배를 넘는 등 ‘취약대출’이 전체 대출잔액의 3분의 1에 이르고, 이 중 3분의 1의 만기가 내년까지 돌아온다. 소득감소 속에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되면 대출 부실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가계빚 문제를 장기간에 걸쳐 해결할 수 있도록 김을 빼는 일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가계빚이 수면 위의 파도라면 경기악화는 수면 아래에서 생성되고 있는 거대한 쓰나미다. 성장·고용 부진이라는 보다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다. 대부분의 경제연구소가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전망하고 있고, 3.0%까지 낮춰보는 곳도 있다.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수출과 제조업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성장률이 낮아지더라도 고용효과가 어느 정도 되면 괜찮지만 현실은 반대다. 이미 주력 산업의 고용효과가 크게 줄어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한 마당이다. 그러니 내년 취업자 수가 올해의 절반 가까이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가뜩이나 최근 수년간 수출·대기업 중심의 불균형 성장으로 ‘기업은 살찌고 가계는 쪼그라드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데 수출 부진으로 고용이 더 악화하면 가계의 소득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성장에 비해 가계소득도 늘지 않고, 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소득 비율도 낮아져 가계의 부실화 추세는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내수진작으로 수출부진을 만회하겠다지만 무역의존도가 80%에 이르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의 불안정한 구조도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등으로 유사시의 방어벽이 다소 강화됐을 뿐이다. 주식시장의 높은 외국인 의존도나 은행 외화부채의 압도적인 미국·유럽 의존도도 변함이 없다. 은행의 외화조달 능력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 자금경색 조짐이 나타나면 급격한 달러유출로 외환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때 외화조달이 잘 안되면 외화부족 사태에 직면한다. 올들어서도 몇 차례 겪었지만 환율 폭등과 은행 외화조달 비상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태가 수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이미 지난 8~11월 사이 유럽계 자금이 11조원이나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탈했다. 유럽계 은행들의 자금 회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진단도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 변동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살얼음 위를 걷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

한국 경제가 다중위기에 직면하게 된 이유는 구조 개선에 게을렀기 때문이다. 금융이 발달하지 않았으면서 대외의존도가 한국만큼 높은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위험구조를 잘 알면서도 뜯어고치기보다는 당장의 성장을 의식해 오히려 수출에 더 목을 매왔다. 경기위축을 우려한 나머지 금리인상을 계속 미뤄 가계빚 문제를 계속 악화시켰다. 주가하락 등 파장을 감수하고라도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을 낮춰나가야 하지만 그럴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경제체질이 나아지기는커녕 위기요인이 하나둘씩 추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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