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전에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 바꿔놓을 것 예연한 앨런 튜링

신상구 | 2021.04.09 03:13 | 조회 3570


                       71년 전에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 바꿔놓을 것 예연한 앨런 튜링


     영국이 새로운 50파운드 지폐<위 사진>를 최근 공개했습니다. 이 지폐에는 영국의 천재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지폐 뒷면에는 앨런 튜링이 만든 '튜링 머신'등이 담겼다고 해요. 튜링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새 지폐의 주인공이 됐답니다.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새 50파운드 지폐에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자 중 한 명을 넣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어요. 영국은 이 지폐를 찍어내 사용하는 첫날을 앨런 튜링의 생일에 맞춰 올해 6월 23일로 정했습니다. 앨런 튜링은 과연 어떤 업적을 세웠기에 스티븐 호킹까지 제치고 영국 화폐에 실리게 됐을까요?

                                       1. 컴퓨터의 시초 튜링 머신

    앨런 튜링은 1912년 6월 23일에 태어났어요. 튜링의 아버지는 인도 공무원이었어요. 어머니가 인도를 자주 오갔기 때문에 튜링은 제대로 된 기초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어린 시절 사회성 없는 내성적인 아이였다고 해요. 튜링의 삶은 크리스토퍼 모컴이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달라졌습니다. 모컴은 수학적 탐구를 좋아했는데, 튜링은 그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해요. 하지만 모컴이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요. 튜링은 친구의 죽음에 큰 상실감을 느꼈지만, 그의 몫까지 더 열심히 연구하겠다는 다짐을 했죠. 이후 튜링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킹스 칼리지에 입학했어요. 눈에 띄는 수학적 재능으로 장학금을 받았고, 20대 초반에 케임브리지대학 특별 연구원이 됐답니다.

    튜링은 1936년 ‘계산 가능한 수에 관하여, 결정 문제에 대한 응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아무리 기계를 잘 만들어도 수학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기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어요. 튜링은 수학 원리로 구상한 가상의 기계를 ‘보편 만능 기계’라고 불렀는데요. 튜링 머신이라고도 하는 이 기계가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원리를 담고 있었어요. 컴퓨터는 튜링의 보편 만능 기계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거예요.

/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암호연구소 소속 직원들이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모습입니다.
/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암호연구소 소속 직원들이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모습입니다.

                                        2. 독일군 암호 해독 기계 발명

    튜링은 1938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그의 천재성을 한껏 발휘했어요. 영국 정부는 튜링을 정부암호학교 수학팀장으로 스카우트했어요. 그의 천재적 두뇌가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당시 독일군이 사용하는 암호는 풀기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독일군은 그리스어로 수수께끼라는 뜻의 ‘에니그마’라는 암호 기계를 사용했어요. 이 기계에는 알파벳 자판이 달려 있었는데요. 특정 문자에 해당하는 키를 누르면 원문을 암호로 바꾼 문자가 작은 창 안에 나타났고 이렇게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송했어요. 암호를 해독하는 경우의 수가 수억 개에 달했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암호를 해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죠.

    2차 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의 위세는 대단했습니다. 영국 전투함이나 일반 선박 등을 대거 침몰시켰지요. 영국으로선 독일 잠수함과 그 잠수함을 지휘하는 독일군 사이에서 주고받는 암호를 푸는 것이 매우 시급한 일이었습니다. 튜링은 독일어로 폭탄이라는 뜻의 암호 해독 기계 봄베(Bombe)를 만들었습니다. 봄베는 에니그마의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가면서 암호를 해독하는 기계였어요. 봄베는 암호를 푸는 데 평균적으로 세 시간이 걸렸는데, 어떤 때는 14분 만에 풀기도 했다고 해요. 튜링이 만든 이 암호 해독 기계는 독일군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격파하고 연합국이 2차 세계대전의 승기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하지만 튜링의 활약상은 군사기밀이었기 때문에 30년이 넘도록 비밀에 부쳐져야 했어요.

                                            3. 인공지능 개념을 제시

    전쟁 후 튜링은 국립물리학연구소에서 컴퓨터 개발 팀장, 맨체스터대학 컴퓨터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했어요. 튜링은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처음으로 생각했는데요. 그는 1950년 ‘컴퓨터 기계와 지능’이라는 논문에서 ‘튜링 테스트’를 제시했어요. 기계가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테스트인데요. 그는 사람이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들었을 때, 그 답이 컴퓨터가 한 대답인지 사람이 한 대답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일 경우 그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인공지능의 개념적 기반을 처음으로 제공한 거지요. 튜링은 이 논문에서 “결국은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과 경쟁할 것”이라고 예상했답니다. 그가 인공지능과 관련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앞으로 다가올 일의 맛보기에 불과하며, 미래에 벌어질 일들의 그림자를 보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어요.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예상한 거지요. 그의 예견은 오늘날 딱 떨어지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튜링이 남긴 이 유명한 말은 새로 나올 50파운드 지폐 뒷면에도 실려 있어요.

천재로 주목받던 그는 1951년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영국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튜링의 동성애는 용인될 수 없었어요. 그는 성문란 혐의로 고소당했고, 재판부는 튜링에게 남성성을 억제하기 위해 호르몬 치료를 받으라고 선고했지요. 튜링은 1954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상을 떠났어요. 약 60년이 지난 2013년 12월 24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튜링의 동성애 죄를 사면했어요. 그의 일대기는 영화로도 제작됐는데요. 2014년 개봉한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제 모델이 바로 앨런 튜링이랍니다.

                                               4. 튜링상 제정

    미국 계산기협회가 매년 컴퓨터 과학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는 상입니다.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앨런 튜링을 기념하기 위해 1966년 제정했어요. 이 상은 ‘컴퓨터 과학의 노벨상'으로 불릴 정도로 컴퓨터 과학자들에게 유명하답니다. 상금도 100만달러(약 11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 인텔이 상금을 후원하다가 2014년부터 미국 IT 기업 구글이 상금 전액을 후원하고 있어요.

                                                                                       <참고문헌>

      1. 서민영,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것 ...71년 전 예언했죠", 조선일보, 2021.4.7일자.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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