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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벨문학상, 佛작가 아니 에르노

대선 | 2022.10.10 17:11 | 조회 4111

                      2022 노벨문학상, 佛작가 아니 에르노


한림원 “사적 기억 덮개 벗긴 용기” 여성으로는 17번째 수상자
언제나 1인칭, 고백형 자전 작가 “내 이야기, 전혀 부끄럽지 않다”
인기 높아 국내 출간 책만 17권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EPA 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EPA 연합뉴스


   삶 자체가 최고의 문학적 성취로 이어질 수 있음을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82)가 증명했다.

   6일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아니 에르노를 선정해 발표했다.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용기와 해부학적인 예리함”이 그 이유였다. “우리는 (시사성이 아닌) 문학성에만 집중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에르노는 여성으로 17번째, 프랑스 국적으로 16번째 노벨문학상 주인공이 됐다. 이날 에르노는 스웨덴 공영방송에 출연해 “대단한 영광이자 책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스웨덴 한림원 측은 “에르노는 글쓰기가 지닌 해방의 힘을 믿는다. 그의 작품은 타협하지 않고 평이한 언어로 명료하게 쓰여 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스웨덴 한림원 측은 “에르노는 글쓰기가 지닌 해방의 힘을 믿는다. 그의 작품은 타협하지 않고 평이한 언어로 명료하게 쓰여 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국내 번역된 책만 17권으로,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리는 작가다. 특히 동명 영화로 제작된 ‘단순한 열정’(1991)이 유명하다. 연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줄거리로 삼은 이 소설은 그 적나라한 리얼리티와 선정성 탓에 경악을 동반한 세계적 명성을 안겼다. 10년 뒤에는 ‘단순한 열정’에서 다뤘던 다소 부적절한 열병의 기록이 담긴 일기를 책 ‘탐닉’으로 펴내 또 한번 충격을 몰고 왔다. 모두 실제 경험에 기반한다. “이런 이야기를 숨김없이 털어놓는 것을 나는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이 읽기 전에 내가 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전쟁이나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시차로 인해 나는 마음 놓고 솔직하게 쓸 수 있다.”

아니 에르노의 저작들. 한국에는 15권이 번역 출간됐다. /AFP 연합뉴스
아니 에르노의 저작들. 한국에는 15권이 번역 출간됐다. /AFP 연합뉴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는 한 번도 쓴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은 곧 그녀의 삶이다. 소상인 가정에서 태어나 부엌에서 몸을 씻고 취객의 저속한 농담을 견디며 다락방에서 불편한 잠을 잤다. 사립학교에 입학하면서 가난과의 단절을 결심하고, 열등감을 우수한 학업으로 보상하려 한다. 이후 중산층 엘리트 남편과 결혼하고 문학 교수까지 되면서 부모의 세계와 멀어지는 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빈곤층 출신 여성이 성장하고 출세하는 와중에 겪는 모멸감과 소외 의식을 체험하고, 이를 자유분방한 언어로 소설화한다.

   그러다 ‘자전적·전기적·사회적 글’이라는 수식의 ******점이 되는 ‘남자의 자리’(1984)를 통해 문체가 변모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장식 효과 대신 사실에 근거한 진실된 감정을 담담히 서술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 소설은 그해 르노도상을 수상한다. 이후 비교적 짧은 분량, 문단 사이의 여백,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는 첫 문장, 그리고 기억의 확실성을 저울질하는 자기 성찰 등이 전작에서 되풀이된다. 2000년에는 당시 불법이던 낙태 경험을 소설 ‘사건’으로 펴내기도 했다. 안데르스 올손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으로 굴욕·질투·무지 등을 묘사해 고통을 드러냄으로써 그녀는 지속적으로 감탄할 만한 것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로 독보적 세계를 펼쳐낸 에르노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상·프랑수아 모리아크상·텔레그람 독자상 수상 등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2003년 작가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제정됐고, 2011년 출간된 선집 ‘삶을 쓰다’는 생존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 프랑스 갈리마르 총서에 이름을 올렸다.

                                            <참고문헌>

   1. 정상혁/이영관, "문학이라는 제단에 바친 자신의 삶… 오로지 경험한 것만 쓴다,” 동아일보, 2022.10.7일자. A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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