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무시일의 정의(定義)
ㅡ일시무시일의 정의(定義)ㅡ
현재의 의식 속에 과거와 미래가 있을 때 그 사람의 발걸음은 가고 옴이 없다. 이것이 "하나에서 시작하나 시작이 없는 하나"인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에서의 하나이다.
{태백일사}[소도경전본훈]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虛空, 與一始無同始, 一終無同終.
"허공虛空은 하나와 더불어 시작하지만
함께 시작함이 없고,
하나로 끝나지만 함께 끝남이 없다"
위의 내용에서 허공은 "하나와 더불어 시작하지만 함께 시작함이 없다"고 했다. 이것은 무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구절을 우리는 천부경에서의 일시무시일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일시무시일의 경우도 "하나에서 시작하게 되나 시작이 없는 하나"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허공의 내용과 일시무시일의 내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시작이 없는 하나인 무형이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까닭에 유형인 하나를 대동하여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기에 일기는 "하나에서 시작하나 시작이 없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것으로 보아 {태백일사}에 있는 허공에 대한 내용만 잘 이해하였다면 일시무시일이란 "하나에서 시작하나 시작이 없는 하나"라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이제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보면 虛空의 설명 중에 "하나와 더불어 시작하지만 함께 시작함이 없다"는 말과 일시무시일이 "하나에서 시작하나 시작이 없는 하나"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 하나는 유형의 개체이기에 시작이 있으나 두 번째에서는 무형의 개체이기에 하나와 더불어 시작하지만 함께 시작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와 같기에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일시무시일에서의 하나란 유형과 무형의 결합인 허조동체(虛粗同體)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庶物之有虛粗同體者는
惟一氣而已오 惟三神而已라
"만물이 허조동체로 있는 것은
오직 一氣일 뿐이요, 三神일 따름이다."
{태백일사}[삼신오제본기]
만물이 허조동체로 있는 것은 오직 일기(一氣)일 뿐이요, 삼신일 따름이라는 것은 일기를 이루는 외형이 오직 조(粗)와 삼신으로부터 비롯된 허(虛)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기는 하나에서 시작하나 시작이 없는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이른바 粗는 물질의 형태이기에 시작하게 되고, 虛는 비물질로 어디에나 존재하기에 시작 그 자체가 될 수 없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까닭에 일시무시일을 직역함에 있어 하나에서 시작하나 시작이 없는 하나로 풀어야 하는 것이 일시무시일에 대한 정의(定義)이다.
지금까지 虛空의 글에서 보았듯이 일시무시일을 직역해야 함에 있어 그 어떤 직역보다도 “하나에서 시작하나 시작이 없는 하나”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바른 직역임을 알 수 있었다. 그 하나인 실체가 일기(一氣)이고, 율려나 태극과 같이 허조동체로 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일시무시일로부터 이기(理氣)가 동체(同體)라고 하는 성리학(性理學)이 나오고, 중관학(中觀學)으로부터 시작하여 공(空)과 색(色)이 동체로 있다고 하는 화엄사상(華嚴思想)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것으로 보아 천부경에서 전하고 있는 일시무시일의 한구절조차도 얼마나 위대한지를 우리는 알아차리게 된다.
참고문헌 : 수행문화의 원전 천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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