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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미술의 선구자 고 유영국 선생, 그는 왜 평생 산을 그렸을까

대선 | 2024.08.21 04:13 | 조회 4118


추상 미술의 선구자 고 유영국 선생, 그는 왜 평생 산을 그렸을


서울 PKM 갤러리에서 열리는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에 전시된 ‘작품’(1967년작). [뉴시스]

서울 PKM 갤러리에서 열리는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에 전시된 ‘작품’(1967년작). [뉴시스]

“여름엔 마당에서 러닝셔츠 바람으로 못을 입에 문 채 캔버스 틀을 직접 짜느라 땀을 뻘뻘 흘리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진 이사장이 기억하는 아버지 유영국(1916~2002)의 모습이다.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가 서울 삼청로 PKM 갤러리에서 21일부터 열린다.

 

전시된 1950~80년대 유화 34점 중 21점이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채 유족들이 간직하던 그림들이다.

 

19일 전시장에서 만난 유영국재단 유자야 이사는 “겨울에는 난방비를 아끼려고 작업실을 나와 안방 앞 좁은 마루에서 소품을 그리셨다. 사람들이 소품이니까 싸게 사려 하자 아버지가 ‘가격은 그렇게 매기는 게 아니다’라며 아예 팔지 않고 보관해 오던 것들을 이번에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림에 대해 말을 아꼈던 아버지의 ‘작품’(1964년작)에 장남 유진 씨는 ‘대지’라는 부제를 붙였다. [사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그림에 대해 말을 아꼈던 아버지의 ‘작품’(1964년작)에 장남 유진 씨는 ‘대지’라는 부제를 붙였다. [사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색과 면으로 이뤄진 그림을 그리며 “추상은 말이 없다”고 했던 유영국이다. 유진 이사장은 “아버지는 과묵했다. 어릴 적 어떤 그림이 좋은지 여쭈어도 ‘네가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는 그만이셨다”고 돌아봤다. 유영국은 이중섭(1916~56)의 2년 선배로 1938년 도쿄 문화학원을 졸업했고, 미술창작가협회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일제 말 고향 울진에까지 특별고등경찰의 감시가 미치자 고기잡이에 나섰고, 6·25 피란 시절부터는 양조장을 운영했다. 유진 이사장은 “아버지의 그림에서는 울진 앞바다, 배후의 산, 고기잡이배에서 만났을 일출이 보인다”고 말했다.  

처음 공개된 1964년 소품. 작은 크기지만 밀도는 대작 못지 않다. [사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처음 공개된 1964년 소품. 작은 크기지만 밀도는 대작 못지 않다. [사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풍경화도 아니건만 빨강과 녹색을 주조색으로 한 그의 그림에서 사람들은 산과 바다를 본다. 자연을 모티프 삼은 ‘유영국 월드’는 소품에서도 그대로다. 그린 뒤 긁어내거나, 화면을 다 채우지 않고 흰 여백을 군데군데 남긴 그림도 있다. 고(故) 정병관 미술사학자는 생전에 유영국에 대해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전통과 현대성 사이에서, 화면 구성의 지혜에 있어 중도를 걷고 있다. 강한 것과 유연한 것 사이에 그 자신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했다”고 썼다.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유영국의 전시는 최근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지난해 뉴욕 페이스갤러리에서 해외 첫 개인전을 열었다. 올해는 세계 최대의 미술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전시로 퀘리니스탐팔리아 재단에서 유럽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PKM 갤러리는 다음 달 초 열리는 국제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에서 유영국의 1973년도 대작을 주요작으로 소개한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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