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류열풍에 세계가 주목하다

진성조 | 2011.01.04 23:31 | 조회 5666

[배인준 칼럼]“코리안 웨이브, 아시아를 휩쓴다”

--- 2011-01-04 (동아일보) 19:02 2011-01-04 19:24 여성 | 남성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남동쪽으로 80km 떨어진 세렘방 지역에 있는 삼성 3개사(전자·SDI·정밀소재) 생산단지를 볼 기회가 있었다. 현지 종업원은 5000명으로 말레이시아 인구 2800만 명의 5600분의 1이지만, 이들이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창출한다는 설명이었다. 20년 전 삼성SDI 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세렘방은 야자수 농장만 있는 낙후된 농촌이었다.

<< 자랑스러운 세계 속 韓流영웅들>>

종업원들은 참 순박해보였다. 이들은 일감이 많으면 잔업도 열심히 한다. 그런데 잔업 신청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날이 있었다. 현지 TV에서 한국의 인기드라마를 방영하는 날이었다.

미국 CNN은 지난해 12월 31일 ‘대중문화의 한류(Korean Wave)가 아시아를 휩쓸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콕의 화장품 가게들은 ‘한국인과 닮게 해주는 화장’으로 젊은 태국 여성들에게 인기를 끈다고 한다. TV드라마로 시작된 한류는 어느새 ‘K-pop’으로 불리는 대중가요에서도 젊은 세대를 매료시키는 신(新)한류로 진화했다. 한류는 영화 비디오게임 등 다른 문화산업 분야로도 확산되고 한국스타 닮기, 한글 배우기, 한식 먹기, 한국제품 갖기, 한국패션 따라하기, 한국 여행하기로 이어진다. 한류 열풍이 센 나라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선호도 역시 높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은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을 수주한 것도 2005년부터 한류 드라마가 UAE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두바이 공주 세이카 마이타는 현빈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수년전 터키의 한 요인은 한국의 수출기업이 사업상 애로를 털어놓자 “대장금의 이영애를 한번 보게 해주면 도와주겠다”고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최재철 모로코주재 대사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에도 한국드라마를 비롯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작년 말 국내 언론에 소개했다.

남한 인구는 세계 인구의 140분의 1이다. 국토는 더 작다. 이런 나라가 아시아뿐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에까지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다니 경이로운 일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지난해 8월 25일 밤 톱뉴스로 한국 걸 그룹 열풍을 5분간 보도했다. NHK는 그룹 ‘카라’를 예로 들어 “외모 댄스 가창력 등 모든 면이 일본 아이돌 이상”이라며 수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통해 확실히 훈련돼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팬들은 ‘소녀시대’의 그룹댄싱에 감탄하며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아티스트로 바라본다.

<< 규제 풀면 교육-의료 한류도 가능>>

음악프로듀서 출신인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은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려면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1만 시간의 법칙’을 내놓았다. 대성한 한류 스타들은 보통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것을 참으며 기량을 갈고닦은 끝에 그 자리에 섰다. 요행은 안 통한다. 한국이 세계 7위의 수출대국이 된 데도 한류 스타들의 피땀이 밑거름이 됐다.

코리안이 어떻게 이토록 위풍당당해졌는지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13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대중문화에 점령당할 것이 두려워 대일(對日) 문화개방을 하지 못한 나라다. 그게 오히려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심을 키웠다. 1998년의 1차 개방 이후 2004년의 4차 개방까지 일본 문화에 빗장을 열어줬지만 오히려 한류가 일본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제품 수입개방을 했기 때문에 우리 제조업들이 더 악착같이 살아남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것과 비슷하다.

한국 제조업, 스포츠, 대중문화의 세계적 강세를 보면서 다른 분야의 우물 안 개구리 체질도 바꿔냈으면 싶다. 스스로를 얽어매는 규제를 풀면 교육 한류, 의료 한류도 불가능할 리 없다.

정치가 30년 전의 ‘독재 대(對) 반독재’ 프레임에 갇혀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독재국가가 세계 7위 수출국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0 세계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영국 바로 다음이고 일본보다 앞선 20위로 ‘선진민주국가’다. 이런 나라에서 아직도 “독재 타도” 구호로 정치를 하고, 시대착오적 이념으로 ‘한국인이 특히 잘할 수 있는 분야’의 규제를 고집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다분히 이념적 편 가르기로 반대하는 세력이 설친다. 이런 자기 속박에서 해방돼야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신년연설에서 말한 ‘G20 세대’가 국내외 무대에서 날개를 펴고, 각 분야에서 한류를 창출할 수 있다. 진취적이고 글로벌화된 세대가 나라의 희망이다. 북한에도 한류가 스며들면서 밑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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