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로 임원이 된 직원 

대한의혼 | 2010.03.31 14:30 | 조회 7167

출처: 박덕규님의 글

■ 복사로 임원이 된 직원
외국계 회사에서 늘 여성 최초란 말을 몰고 다니며 임원을 했던 김성희씨(가명).
그녀를 임원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은 신출귀몰한 경영 전략이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아니었다. 바로 정성스런 복사 실력이었다.

"부산의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제가 맡은 일이 복사였어요. 그때만 해도 사무실에 대형 복사기가 귀할 때였습니다. 저는 복사할 때 종이를 대는 판, 덮는 뚜껑을 모두 약품과 걸레로 깨끗이 닦고 종이를 정확히 제자리에 배치한 뒤 복사를 했어요.

혹시라도 복사하면서 나오는 검은 점 등 잡티를 없애기 위해서였지요. 그리고 스테이플러도 정확히 일정한 위치에 찍었지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복사 서류만 보고도 제가 한 것인 줄 알아보더군요.

"하루는 사장님께 낼 결재 서류를 복사하란 지시를 받았어요.
퇴근 시간이 지나서 복사를 하는데 양이 많아서인지 그만 복사기가 고장이 났지 뭡니까.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 퇴근한 복사기 회사 직원을 수소문, 협박 반 애걸복걸 반 심야 수리를 부탁해 결국 새벽 3시 무렵에야 겨우 복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소문이 나면서 사장님 귀에 들어갔고, 사장은

"복사를 이처럼 정성스럽게 책임 있게 하는 직원이라면 무엇을 맡겨도 잘할 것”이란 신뢰를 표하며 그녀에게 가고 싶은 부서를 물어 배치해주었고 그 결과 임원까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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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첫 직장에 다닐때 했던 '6개월 복사질' 생각이 났었는데 마침 어느 성도님 미니홈피를 둘러보다가 위 글이 있어서 올립니다.

저도 첫 직장에서 '신입 사원'으로 늘 복사만 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이었는데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제가 상경을하면서 나름 불타는 의욕을 가지고 입사를 했더니 6개월동안 복사나 팩스 보내는 심부름만 시키더군요..;

그런데 너무나 꼼꼼한 차장, 부장님들은 복사가 조금이라도 비뚤어지거나 티가 보이거나 잘못 복사된 부분이 있으면 '다시 해와!'하며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복사하는 것이 점점 고역이 되어갔죠.

함께 입사한 동기들 또한 복사기와 씨름해야했고, 밤에는 같이 남아서 회사에서 가르쳐주지않는 업무 관련 프로그램을 독학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저보다 1년 먼저 들어온 선배에게 따지듯 물었습니다.

"원래 이렇게 신입사원때는 복사만 시키나요? 저도 설계도면을 만져보고 싶습니다."

회사선배는 아무 말없이 책상밑과 캐비넷에 숨겨두었던 서류들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두껍게 파일링된 서류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내가 지난 1년동안 모아둔 자료들이예요. 나도 복사만 1년정도 했죠. 그런데 복사하면서 한 부씩을 더 복사해서 파일링을 해놓고 혼자 독학을 했어요.
가르쳐줄때까지 기다리면 배우는게 없죠. 스스로 공부하는 겁니다."

그 다음날부터 저도 복사 잘하는 법을 독학하기 시작했습니다.
위 글에서처럼 복사하기전에 복사기 유리에 티가 없는지 확인해보고, 스테이플러 위치도 정확하게 찍으려했고 한부를 더 복사해서 몰래 책상속에 숨겨두고 부장님께 갖다드렸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설계도면을 들여다보며 공부를 했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니까 설계도면 하나를 통째로 외워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다녔습니다.

어느날 복사를 시키셨던 부장님께 정성을 다해 복사해서 갖다드렸더니 "어느게 복사한거야?" 물으시더니 "OK!" 하시면서, 차장님을 시켜서 "박덕규씨한테 스펙검토를 맡겨보라"고 지시하시더군요.;; 브라보...부장님은 제 업무스타일을 관찰하고 계셨던거죠

그런데 그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더니 이 회사는 기본 교육 기간이 끝나고 첫 업무시작을 하는 날부터 업무를 맡기더군요.

'중소기업은 이래서 발전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던 첫 직장과 달리, 그냥 시키는대로 하면 편한곳이 중소기업이었습니다. 첫 직장에서 배웠던대로 자료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일어로 된 논문자료부터 기술자료들을 연구소 선배들에게 부탁해서 복사하고 베껴쓰고 한글로 번역해서 파일링을 시작했습니다.

가끔 연구소와 우리 기술팀이 회의가 있어서 참석하면 신입사원인 제가 어려운 기술용어들을 써가면서 의견을 제시하니까, 부장님께서 연구소 세미나에 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박덕규씨는 어떻게 생각해?" 처음엔 심드렁하던 연구원들이 점점 제 말에 귀를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후..
증산도만 하고싶어서 직장을 그만두던 날, 평소 친하게 지냈던 연구소 과장님이 찾아와서 아쉬워했습니다. 과장님께 그동안 한글문서로 저장해둔 파일링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제가 했던 연구입니다. 다 못 끝내서 아쉽네요.. 과장님께서 쓰셔도 됩니다"했더니, 과장님이 놀라시면서 저를 붙잡으려고 하시더군요 -_-;

첫 직장에서 대리님이 제게 해주었던 말이 생각나서 씁니다.

"박덕규씨가 어느 곳에서 일하던, 어느 곳에 소속되어있던.. 회사에서 필요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OO는 박덕규가 잘한다. OO는 박덕규가 최고다. OO는 박덕규가 아니면 안된다. 이런 말이 나와야 해. 안그러면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닌거야. 물론, 그러려면 남들이 모르는 공부를 해야 되"

오늘따라 신입사원으로 아무것도 모르던 저를 하나하나 다독여주며 가르쳐주었던 선배들이 그립군요. 또 저는 아직 그런 사람이 못되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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