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부처는 부동산

신상구 | 2021.12.29 02:57 | 조회 4644


                                                       대선 승부처는 부동산


   대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대선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대의 승부처는 부동산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 실망, 분노한 많은 유권자들이 정권교체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후보의 능력이나 자질을 묻지 않고 무조건 야당 후보를 찍으려는 ‘묻지마’ 투표, ‘응징 투표’의 경향을 보인다. 왜 이들은 이렇게 분노하는가. 주된 이유는 부동산이다.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두 배로 폭등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집 없는 우리나라 4할의 국민이 절망에 빠졌고, 앞으로 집을 사기 어려워진 청년 세대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무려 26회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으나 대부분 격화소양 (隔靴搔), 핵심을 벗어난 정책을 남발함으로써 집값 안정에 실패했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민생의 핵심인 부동산 안정에 실패한 근본 원인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게을리한 데서 찾아야 한다(사실 증세를 이야기하기를 겁내는 것은 역대 모든 정부의 공통 병폐다). 정권 초기 정책당국은 금융적 기법, 국지적 규제 같은 핀셋 정책으로 집값을 잡으려 했는데, 그게 착각이었다. 새 정책을 발표하면 부동산 가격은 잠시 주춤, 관망세를 보이다가 금방 오르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정권 출범 1년이 훌쩍 지나고 정책이 열 차례나 시행착오를 거듭하고서야 비로소 종부세 강화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이미 1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정부 신뢰가 떨어진 뒤에야 종부세 강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을 뿐 아니라 종부세 강화 방식도 보편적 보유세 강화가 아니고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에게 왕창 세 부담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갔다. 그러다 보니 대선을 눈앞에 두고 종부세 대란이라는 대형사고마저 터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말았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잘못된 특혜를 없애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자충수, 완착이 너무 많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년 대선에서 좋은 대통령을 뽑아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국힘당의 윤석열 후보 중 누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잘 해낼까? 최근 한국경제신문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두 후보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내놓아 관심을 끈다(한국경제신문, ‘국토보유세는 불가능한 세금’ 2021.12.20.) 이들은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극명하게 엇갈린다고 평가했다. 맞는 말이다.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 도입 공약에서 보듯이 보유세 강화 방향을 제시한 데 반해 윤석열 후보는 종부세 전면 재검토 등 보유세 완화 방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서로 반대 방향인 두 후보를 비교한 뒤 평가단이 윤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은 너무나 의외여서 어안이 벙벙하다. 왜냐하면 지난 30년간 우리 학계의 합의된 정신은 부동산 보유세의 강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를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보유세는 너무 낮고 거래세는 너무 높으므로 당연히 보유세는 강화해야 하고, 거래세는 낮추어줘야 한다는 것은 학계의 합의된 정신이자, 다수 국민들도 이제는 대체로 동의하는 상식이다. 이런 상식, 통념을 무시하고 보유세 완화라는 틀린 방향으로 가려는 후보를 말리기는커녕 편들어주는 경제학자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학자들인가. 부동산 부자들은 윤석열 후보 만세를 부를 것이고 집 없는 서민들은 통곡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대선 평가단이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는 근거도 전혀 뿌리가 없고, 이 후보가 말한 적이 없는 가공의 이유를 내세운다. 평가단은 "이 후보 측은 다주택자를 투기꾼이자 남의 집을 빼앗는 사람으로, 윤 후보는 임대주택 공급자로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는데, 도대체 뭘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것은 근거 없는 상상일 뿐이다. 학자들이 이야기를 할 때는 근거를 갖고 해야지 머릿속의 상상으로 남의 생각을 재단해서야 되겠는가.

   또 평가단은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에 대해 ‘근원 불명의 세금’이라고 매도했는데 헨리 조지의 사상에 뿌리를 둔 국토보유세는 매우 탄탄한 이론적 기반을 갖고 있다. 시장주의 경제학의 원조이자 스승인 시카고대학의 밀턴 프리드먼이 토지보유세를 가리켜 ‘이 세상의 세금 중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격찬했다는 사실을 평가단은 잘 모른단 말인가. 또 국토보유세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을 들어 ‘재정을 기본적으로 부동산 세금으로 충당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하는데, 이것은 시비를 위한 시비 걸기다. 이 세상 세금 중 가장 좋은 토지보유세를 정부 재정의 최우선 재원으로 삼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다만 아직 그 정도로 세제가 발전한 나라가 없을 뿐이다. 한국이 처음으로 그 길을 간다면 그것은 세계적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평가단은 ’국토보유세는 세 부담이 종부세보다 더 소수에 집중될 것’이라고 비판하는데 이것도 전혀 옳지 않다. 현재 종부세는 아주 소수의 부동산 부자에게만 부과되는 데 비해 국토보유세는 한 평이라도 땅을 가진 국민에게 부과되므로 다수의 국민이 내는, 그래서 종부세보다 훨씬 더 보편적인 토지보유세가 된다. 다만 기존의 재산세, 종부세와 통합 운영하므로 중복 과세는 없을 것이고, 기본소득으로 되돌려주는 돈이 있어서 국민의 대부분은 내는 세금보다 돌려받는 액수가 더 크게 된다. 이것은 현행 종부세보다 진일보한 토지 보유세가 될 것이고, 한국의 고질병인 부동산투기를 치유할 근본 처방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의 대선 평가단은 각종 오해와 왜곡된 시각에 입각해서 흑을 백이라고 우기고 있어서 그 폐해가 심히 걱정된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이 있다. 학자가 주장을 펼 때는 오직 논리와 근거로써 해야지 주관과 상상에 기대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의 수준은 높으므로 누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후보인지 똑똑히 판별하리라 기대한다. 내년 대선은 결국 부동산 정책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참고문헌>
   1. 이정우, "대선 승부처는 부동산", 충청투데이, 2021.12.28일자.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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