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권정생과 '종'

신상구 | 2021.12.30 02:32 | 조회 5327


                      동화작가 권정생과 '종'



조선일보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작가 권정생(1937~2007).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노동자의 4남2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해방 이듬해에 귀국했으나 6·25전쟁 때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소년 권정생은 나무장수, 담배장수, 가게 점원 등을 하며 대구, 김천, 상주 등지를 걸인처럼 떠돌았다. 이때 얻은 폐결핵과 늑막염으로 평생 고생했다.

   29세 때 안동의 시골 교회 종지기가 되었다. 혼자 밥을 끓이고 때맞춰 교회의 종을 쳤다.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틈틈이 벙어리, 바보, 거지, 시궁창의 똘배, 강아지똥 등을 주인공으로 동화를 썼다. 1969년 '월간 기독교'에 '강아지똥'이 당선하고 이어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했다.

   1980년대 초 일직교회 언덕배기에 흙집을 지었다. 대문도 울타리도 없는, 몸 하나 누일 작은 보금자리였다. 가진 게 없었지만 영혼이 누추한 적은 없었다. 그가 쓴 동화는 맑고 아름다웠다. 동화를 써서 꽤 많은 인세를 모았으나 그의 삶은 소박했다. 물욕이 없으니 딱히 갖고 싶은 게 없었다. 시골 교회 종루에 달린 특별할 것도 없는 종을 사랑했을까?

   "다시 태어나서 스물다섯 살 때 스물두 살이나 스물세 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죽기 이태 전에 쓴 유서에서 다시 태어나면 25세 때 나이가 두셋 어린 아가씨와 연애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전쟁이나 일삼는 얼간이 같은 지도자가 다스리는 세상에서는 절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못 박았다.

   무욕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이들은 늘 더 많은 것을 갈망하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2007년 5월 17일에 세상을 뜬 권정생도 그런 드문 사람 중 하나였다. 허름한 옷을 걸치고 고독과 질병을 벗 삼아 산 그가 1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남긴 걸 알고 다들 놀랐다. 그 유산으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세워졌다.
                                                          <참고문헌>
  1. 장석주, "동화작가 권정생과 '종'", 조선일보, 2019.4.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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