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최악 상황까지 염두해야 -조선일보 사설

진성조 | 2011.02.14 13:47 | 조회 5526

2011년 02월 14일 (월) 10:40 조선일보

[사설] 구제역, 最惡 상황까지 염두에 두라

구제역 으로 한 달 전 돼지 2000마리를 살(殺)처분한 경기도 한 돼지농장 인근 야산에 죽은 새끼 돼지들이 야생 짐승에 뜯어먹혀 뼈가 드러난 상태로 버려져 있는 사실이 보도됐다. 다른 농장에선 새끼 돼지 4마리가 가축분뇨 더미 위에 버려져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정부 조사단이 한강 상류 가축 매몰지 32곳을 조사한 결과 16군데가 침출수 유출과 붕괴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일 이런 뉴스가 쏟아져 나오자 국민은 위험이 몸 가까이 닥쳐오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 구제역 가축 사체를 아무 데나 내팽개치면 잡식성 멧돼지들이 그걸 뜯어먹고 돌아다닐 텐데 구제역 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넓게 퍼져 가겠는가.

가축 전염병 가운데 전염력이 가장 강한 것이 구제역이다. 감염 동물의 조직·분비물·배설물 모두가 감염원이다. 우유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된다. 감염된 돼지 한 마리가 하루 4억개 바이러스 입자를 뿌리고 다닌다고 한다. 지푸라기에 붙은 구제역 바이러스는 겨울엔 9주(週) 동안 활성(活性) 상태를 유지한다. 까마귀·개·고양이·쥐는 구제역에 걸리지는 않지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1967년엔 영국 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 까지 감염시켰고, 1981년엔 덴마크 에서 스웨덴 으로 바다를 건너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의과학검역원 에선 공기 전염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지만 항상 최악(最惡)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처해야 한다.

환경관리공단 이 2008년 가축 매몰지 15곳의 지하수를 조사해봤더니 7곳에서 유기물질인 질산성질소가 먹는물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고 14곳에서 대장균과 일반세균이 나왔다. 질산성질소는 어린이들에게 호흡곤란과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는 청색증(靑色症)을 일으킨다. 작년 1월 돼지 781마리를 파묻은 강화군 어느 매몰지에선 지하 17m 깊이에서 BOD 772PPM의 침출수가 검출됐다. 쓰레기 매립장 수준의 오염도다.

방역당국은 매몰지 바닥에 3㎝ 이상, 가축 사체를 묻고 나서 다시 5㎝ 두께로 생석회를 덮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유출 위험은 별로 없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가축사체 부패 가스가 배출구로 터져나올 때 바이러스가 함께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름철 폭우로 경사 지역 매몰지가 붕괴돼 가축 사체가 쏟아져 나와 하천으로 흘러들기라도 하면 끔찍한 재앙(災殃)이 된다.

4200군데 매몰지에 320만 마리의 가축 사체를 묻은 것은 처음 겪는 일이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다. 정부는 극한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들짐승에 의한 확산, 매몰지 붕괴, 침출수 유출, 지하수·하천 오염 등에 관한 완벽한 조사를 거쳐 국민 불안을 해소시켜줄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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