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공격 대비한 LA 인근 모하비 사막 지하벙커

상생도군 | 2010.08.08 18:06 | 조회 8321

벙커 내부의 대형 홀 조감도. 간이 침대와 가구 등 장기간의 대피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물품들이 배치된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북한의 핵 공격에도 문제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지구 최후의 날(둠스데이)’을 대비한 민간용 지하 벙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자연재해가 잇따르고 천안함 사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미국에선 북한의 핵 위협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지하 벙커는 로스앤젤레스(LA) 북동쪽 바스토우 인근 모하비 사막에 자리 잡고 있다. 수용 인원은 132명. 1인당 입주비는 성인 5만 달러, 미성년자는 2만5000달러. 분양률은 65% 정도다. 이 공사를 추진 중인 비보스 그룹의 로버트 비치노 회장은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북핵 변수 등 불안한 국제 정세를 감안해 건설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핵전쟁의 공포를 이용한 ‘공포 마케팅’이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LA에서 북동쪽으로 300㎞ 떨어진 바스토우 지역 모하비 사막 인근의 한 주유소. 아무런 건물도 없이 황량한 사막만 덩그렇다. 차량에 설치된 온도계가 화씨 111도(섭씨 43도)를 가리킨다. 사막 찜통 더위는 선뜻 차 밖으로 나설 수 없게 한다. 약속 시간인 오후 3시 정각,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흰색 SUV 차량이 다가왔다. ‘Vivos’라고 쓰여진 붉은 색 로고가 눈에 띈다. 반가운 마음에 창문을 내렸다가 사막의 뜨거운 바람만 마셨다. 숨이 막혔다. SUV 차량에 타고 있던 비보스 그룹의 바비 그로스먼 홍보 매니저는 “벙커가 근처에 있다. 따라오라”며 앞장섰다. 비포장 도로를 따라 100m쯤 달리자 펜스가 둘러진 간이 화장실 크기의 단층 건물이 나타난다. ‘설마 이게 벙커야?’ 실망이 앞섰다. ‘비보스’의 뜻을 묻자 그로스먼은 “생존(To Live)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라고 짧게 설명했다. 그러곤 “더위를 먹지 않게 빨리 벙커로 들어가자”고 재촉한다.

<1> 모하비 사막 위에 노출된 벙커 외부의 모습. <2> 벙커 입구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3> 벙커 안 설비들에 부착된 대형 스프링. 곽재민 기자
철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지만 아무 것도 없다. 지하로 길게 뻗은 가파른 계단만 있을 뿐이다. 조심스레 지하 벙커로 내려가는 첫발을 내디뎠다. 엇갈려 있는 계단을 서너 차례 돌아 내려가자 지하 40m 깊이에 있는 벙커 입구에 다다랐다.

그러나 벙커 내부 진입은 쉽지 않다. 푸른 색의 대형 철문이 벙커 입구에 버티고 서 있기 때문이다. 지하 벙커로 들어가는 유일한 출입구다. 무게만 해도 1.4t, 웬만한 무기로도 부술 수 없을 만큼 튼튼해 보인다. 철문은 바깥 세상과의 완벽한 차단을 위한 방어막이다.

벙커 내부가 궁금해졌다. 철문 손잡이를 힘껏 당겼다. 어른 한 뼘 두께가 넘는 문이 서서히 열린다. 묵직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널따란 벙커 내부가 모습을 나타냈다. 지하 벙커 내부의 선선함이 느껴진다. 외부 온도보다 훨씬 낮은 섭씨 25도 안팎이라고 한다. 직원을 따라 입구 왼편으로 설치된 샤워장으로 직행했다. 비보스의 직원은 “벙커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샤워”라며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눈에 안 보이는 외부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필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샤워실 옆으로는 벙커 내부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대형 공기 정화 시스템과 하수처리 시설이 들어서 있다. 모든 설비 아래쪽에 부착된 대형 스프링들이 관심을 끈다. 안내원은 “벙커 내 모든 시설에 스프링이 설치돼 지진이나 폭발에 의한 파손을 막을 수 있다”며 “벙커 바닥 전체에도 수천 개의 스프링이 설치돼 외부 충격을 흡수한다”고 설명했다. 지하 2층, 1300㎡ 넓이의 이 벙커에서 1인당 생활 공간은 9.3㎡ 정도. 자가발전 시스템과 물탱크, 공기 정화 시스템은 생존 필수 시설이다.
벙커 한가운데에는 대형 홀이 자리하고 있다. 수십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홀 한 편에는 방사능 감지 장치가 설치돼 있다. 핵 폭발에 의한 방사능 유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비보스 그룹의 로버트 비치노 회장은 “2년 전 이 사업을 처음 실행에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국제 정세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최근 뉴스를 통해 북핵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벙커 건설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벙커 분양 신청자 중에는 (김씨와 이씨 등) 한국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자연 재해보다 북핵 걱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지하 벙커에는 취재차 온 독일·호주 언론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기자에게 “북핵 위협은 세계의 문제”라며 질문 공세를 펼쳤다.


가상 시나리오

2012년 12월, 미국 서부지역에 소개령이 떨어졌다. 북한의 핵 미사일이 태평양 건너 서부 연안 도시를 향해 발사된다는 첩보 때문이다. 남은 시간은 단 사흘. 소개령 직후 LA는 도시 기능을 상실했다. 외곽 도로는 도시를 떠나려는 차량 행렬로 대혼잡을 빚었고 곳곳에서 식량과 연료를 구하기 위한 약탈이 벌어진다. A씨는 간단한 귀중품만 챙겨 북동쪽으로 차를 몰았다. 10번 프리웨이는 피난 행렬로 교통 정체가 극심했다. 8시간 만에 간신히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있는 사전 예약 장소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나머지 일행들을 기다렸다. 명단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인근 지하 벙커 입구로 향했다. 작은 문을 열고 지하 2층 깊이의 벙커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간다. 푸른색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한 뼘 두께의 육중한 철문을 열려고 성인 남성 2명이 달려들었다. 형광등 불빛 사이로 지하 벙커 내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홀 내부에는 간이 침대가 줄지어 놓여 있다. 어린이와 애완동물을 선두로 100여 명의 사람들이 차례로 벙커 내부로 들어서자 철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닫힌다. 이어 문에 설치된 3중 잠금장치가 차례로 작동한다. 바깥세상과 단절되는 순간이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지하 벙커 생활은 조용하기만 하다. 바깥 상황을 알 수 없다. 4피트(1.2m) 두께의 콘크리트 벽도 외부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한다. 간단히 세면을 했다. 사용한 물이 하수처리 시설로 흘러든다. 몇 단계의 정수를 거친 뒤 재활용되는 첫 단계다.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 메뉴로 말린 망고와 시리얼이 준비돼 있다. 이 벙커에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1년간 먹을 비상식량이 준비돼 있다. 끼니 때마다 정해진 양만큼 배급이 이뤄진다. 메뉴는 다양하다. 고기와 말린 과일, 채소 통조림 등을 골라먹을 수 있다. 식당에서 시리얼을 먹던 한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한다. 의료진이 달려와 응급처치를 한 뒤 아이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온다. 지루하고 조용한 일상이 이어진다. 며칠 후. 벙커 벽면에 설치된 방사능 감지 장치의 붉은 사이렌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온다. 몇몇은 기도를 시작한다. 이어 “모든 환기구가 폐쇄돼 안전하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아무런 소리도 진동도 느낄 수 없다. 이내 사람들의 표정에 공포와 안도감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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