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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화학박사 고 이태규씨 일가

대선 | 2024.02.10 13:27 | 조회 615


                      [한국의 과학 명가] 한국 첫 화학박사 고 이태규씨 일가 

                   父子가 함께 연구… 논문에 이름 나란히

         30년대부터 세계적 명성… 과학자론 첫 국립묘지 안장
         장남 회인·차녀 신혜·사위 최승철씨도 美서 박사학위

   2대(代)가 함께 과학을 연구하고 논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집안이 있다. 한국 최초의 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태규(李泰圭:1902~1992) 박사 집안이 그렇다.

   이태규 박사는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지낸 장남 회인(會仁·70)씨와 생전에 함께 연구하면서 유타대와 카이스트(KAIST)에서 숱한 제자를 길러냈다. 당시 제자들의 박사학위 논문을 보면 두 부자(父子)의 이름이 나란히 실려 있다.

  이태규 박사는 일제 치하인 1931년 교토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박사학위를 받자 일본 아사히신문과 조선일보에서 “한국인 최초의 이학박사가 나왔다”는 기사와 사설을 실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일제 치하 일본에서 한국인 최초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뜻이며 실제 한국인 최초의 이학박사는 1926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천문학으로 학위를 받은 이원철 박사이다. 이태규 박사는 1938년 프린스턴대 초청으로 미국으로 가서 테일러, 아이링, 아인슈타인, 폰웨일 등 세계적인 석학들과 친분을 나눴다. 아이링 박사와는 함께 액체 점성도에 대한 ‘리-아이링 이론’을 발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1973년 이태규 박사의 3녀 정혜씨의 결혼식 때 찍은 가족 사진. 가운데 왼쪽부터 박인근·이태규 박사 부
부, 장녀 이주혜씨. 뒷줄 왼쪽부터 최승철·이신혜 부부, 이정혜·폴 페인 부부, 이욱경·이회인 부부. 아랫
줄은 이태규 박사의 손자, 손녀들.
1973년 이태규 박사의 3녀 정혜씨의 결혼식 때 찍은 가족 사진. 가운데 왼쪽부터 박인근·이태규 박사 부 부, 장녀 이주혜씨. 뒷줄 왼쪽부터 최승철·이신혜 부부, 이정혜·폴 페인 부부, 이욱경·이회인 부부. 아랫 줄은 이태규 박사의 손자, 손녀들.

   이 박사는 1948년 미국으로 건너가 1970년 퇴임할 때까지 유타대 화학과 교수를 지냈다. 1973년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최형섭 과기처장관의 요청을 받고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영구 귀국, 후학을 가르치다 90세에 타계했다.

   이용태(李龍兌) 전(前) 삼보컴퓨터회장, 한상준(韓相準) 전 한양대총장, 김각중(金珏中) 전 전경련 회장 등이 그의 제자다.

   그는 생전 노벨상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직접 노벨상 추천위원도 지냈다. 사후엔 국내 과학발전의 현대적 초석을 놓은 과학자로 평가돼 과학기술자 최초로 국립묘지에 안장됐으며 2003년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도 헌정됐다.

국립현충원 유품전시관에 있는 이태규 박사의 신조를 적은 액자.
국립현충원 유품전시관에 있는 이태규 박사의 신조를 적은 액자.

   이 박사는 1932년 절친한 벗이었던 시인 정지용(鄭芝溶)의 중매로 가톨릭 순교자 집안의 딸 박인근(朴仁根)씨와 결혼, 1남3녀를 두었다.

   장남 회인씨는 서울대를 나와 유타대에서 응집물질 및 통계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차녀 신혜(李信惠; 1999년 타계)씨는 유타대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노스아메리칸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을 거쳐 피츠버그대 생화학교수를 지냈다. 남편 최승철(崔承喆·71)씨 역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수학박사로 웨스팅하우스 연구센터 연구원을 지냈다. 3녀 정혜(靜惠)씨는 유타대 수학 석사로 케미칼뱅크 뉴욕본사 부사장을 지냈다.

   이회인 박사는 “아버지는 일부러 내가 강의하는 학부 물리학, 수학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함께 풀며 과학을 가르쳤다”며 “밤 10시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 늘 아버지의 연구실로 가서 계속 연구를 하다가 새벽 1시에 함께 퇴근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두 부자의 공동연구는 이태규 박사가 타계할 때까지 이어졌으며, 이회인 박사는 부친이 유타대, KAIST에서 가르친 제자들의 연구 조언자로서 10명의 박사와 2명의 석사학위 취득을 도왔다.

   이회인 박사가 과학자의 꿈을 꾸게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그는 광복 후 덕수소학교에서 과학반장을 맡았지만 “청진기가 뭐냐?”는 친구들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자 ‘다시는 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차녀 이신혜 박사 역시 학위를 받을 때까지 아버지와 오빠와 함께 유타대에서 함께 연구했다고 한다. 이 박사는 병 때문에 경기여고를 2년만 다니고 아버지가 있는 미국으로 갔지만, 5년 만에 유타대 학부와 박사과정을 모두 마쳤다. 이후 피츠버그대 교수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했으나 1999년 다음 학기 수업준비를 하다가 인공심장판막 이상으로 곁에 교과서를 펼쳐둔 채 사망했다.

   손자들 중엔 이회인 박사의 장남 연(淵·30)씨가 MIT 컴퓨터과학 및 전기공학과 석사이며, 이신혜 박사의 작은 아들 윤(潤·35)씨는 일리노이대 물리학과 석사출신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에 근무 중이다.

                                               <참고문헌>

   1. 이영완, "[한국의 과학 명가] 한국 첫 화학박사 고 이태규씨 일가", Chosun Biz, 2007.1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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