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직장서… 신종플루 ‘공황’

초립쓴30대 | 2009.11.11 10:42 | 조회 7746

콜록거리면 왕따, 조퇴·대인기피증, 소아과醫 딸도 응급실행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관공서에서도, 교회에서도…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한국 사회를 아노미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 환자가 급증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학교뿐 아니라 일반 직장 등은 그야말로 대혼란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신종 플루 감염이 의심되는 자녀 때문에 지각이나 조퇴를 하는 직장인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학교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학생들의 빈자리에 난감해하고 있다. 어린이와 임신부,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시민들은 외부 일정을 취소한 채 ‘두문불출(杜門不出) 모드’로 들어갔고, 일선 학교에선 ‘신종 플루 왕따’ 현상까지 나타난다.

27일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 평소 지각 한 번 없던 중간간부 Y씨가 출근하지 못했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전날 밤 갑자기 고열과 기침 등 신종 플루 증상을 보이는 바람에 딸을 응급실에 데리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의 Y씨 집 인근 거점병원에는 Y씨처럼 자녀를 데리고 온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흔하게 목격됐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과 전문의인 C씨도 지난 25일 자신의 중학생 딸(15)이 갑작스러운 고열과 감기 증상을 보이는 바람에 모든 일정을 미루고 급히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항바이러스제를 투여받은 딸은 곧 회복됐지만 교회 장로를 맡고 있는 C씨는 이날 자신이 대표기도를 하기로 예정됐던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다. 예배를 보러 나왔다가 이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유명 대학병원의 의사 자녀가 신종 플루로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라면…”이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신도는 평소에 비해 20% 이상 적었다.

직장인 최모(여·38)씨는 아들(6)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신종 플루 감염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난감한 상태에 빠졌다. 맞벌이 부부인 데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지만, 보모를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직장인 김모(여·32)씨도 매일 같이 보모에게 맡겨둔 아들(1) 걱정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보모가 행여라도 신종 플루 바이러스를 감염시킬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일선 학교의 혼란은 최악 상황이다. 노원구의 한 고교에선 최근 학부모의 거센 항의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양(18)이 수업 중에 콜록거리자 담임교사가 ‘빨리 집에 가라’며 급히 집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A양의 부모는 “고3 학생을 책가방도 제대로 못싸게 하면서 쫓아내는 게 학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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