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상여(喪輿)…상엿집·상엿소리 문화재로 보존해야

신상구 | 2021.12.31 02:41 | 조회 6634



[내고향 新풍속도] 달라진 장례 풍경


매장보다 화장 선호 추세 상여 멜 사람도 없어…


경기 평택시 오성면 안화리의 농협연합장례식장. 이승을 등진 한 고인(故人)의 마지막 가는 길은 고요하고 단출했다. 색색깔 꽃으로 장식한 꽃상여도, 구슬픈 상엿소리도 없었다. 대신 검은 영구차, 통곡과 침묵이 그 자리를 메웠다. 도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장례 풍경이 농촌 마을에도 스며들었다. 불과 10여년 사이의 변화다.


예부터 우리는 마을 주민 중 누군가 숨을 거두면 동네 청년들을 비롯한 이웃들이 앞장서 상여를 멨더랬다. 조립식 목재 상여는 워낙 무거워 장정 12명이 들어도 버거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서로 힘을 합쳐 마을 어귀부터 고인의 집을 거쳐 장지까지 망자를 모셨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허~야~” 가는 내내 울려 퍼지는 애잔한 상엿소리는 고인은 물론이요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농촌에선 이러한 풍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10~15년 전까지만 해도 평택시 읍·면에서 상여로 장례를 치렀어요. 그런데 요즘 매장보다 화장을 택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80% 정도로 늘면서 농촌에서도 상여 쓸 일이 그만큼 줄었지요. 1~2년 전엔 그나마 장지 근처에서 짧게라도 상여를 메는 경우가 있었는데 근래엔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정문용 농협연합장례식장장의 말처럼 이제 더이상 농촌에서도 상여를 보기 힘들어졌다. 집이 아닌 장례식장에서 상을 치르고,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 방식을 간소화하는 흐름이 도시 너머 농촌에까지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상여가 사라진 데는 ‘농촌에 더이상 상여를 들 사람이 없어진 것’도 한몫했다.


“옛날엔 동네에 누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하던 일 멈추고 상 치르는 걸 돕고 상여도 멨지. 그때야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에야 어디 그런가. 마을에 사람도 줄어든 데다가 몇 없는 젊은이도 환갑인 지경이니 상여 멜 사람이 있나.” 마을 토박이인 황인호씨(69·오성면 창내리)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여가 쓰임새를 잃으면서 상여 같은 장례 도구를 보관하던 상엿집도 찬밥 신세가 됐다. 주로 마을 외딴곳에 있는 상엿집들은 오랜 시간 방치해둔 탓에 흉물 취급을 받으며 철거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사라져가는 유산을 지키기 위해 최근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상엿집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하기도 했다. 몇몇 지역의 상엿소리 역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이제 머지않아 상여를 비롯한 옛 장례 모습은 박물관 전시물로만 남을지도 모르겠다. 농촌에서나마 이어오던 우리의 문화가 그렇게 또 하나 사라져간다. 


 <참고문헌>

   1. 평택 하지혜, "사라지는 상여(喪輿)…상엿집·상엿소리 문화재로 보존", 농민신문, 2018.3.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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