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과 유생의 대결

신상구 | 2021.02.08 02:40 | 조회 3257


                                                                                 무당과 유생의 대결


   중국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의 공자(孔子) 묘에는 면류관을 쓰고 용포를 입은, 화려한 제왕의 모습을 한 공자의 신상이 있다. 일본 도쿄(東京) 유시마성당(湯島聖堂) 등 공자를 모신 사당도 신사처럼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그러나 한국 곳곳에 퍼져 있는 공자와 유학자들을 모시는 사당에는 그들의 이름을 새긴 위패만 놓여 있을 뿐이다. 500년 역사 유교의 나라 조선왕조를 거친 한국에서 공자와 유자들이 이렇게 ‘푸대접’받는 것은 어찌 된 일인가.
   비교종교학자 한승훈의 새 책 ‘무당과 유생의 대결’은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이다. 저자는 송나라의 신유교로 무장한 조선의 지배층이 마치 서구 종교개혁을 이끈 프로테스탄트처럼 유교화라는 강력한 종교개혁을 밀어붙였다고 말한다. 이전의 유교가 국가 제도와 의례 체계에 머물렀다면 신유교는 불교와 도교의 영역이었던 우주론과 수양론까지 모두 대체하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조선의 설계자 격인 정도전의 ‘불씨잡변’이 신호탄이었다.
   문화 전반을 유교화하려는 조선의 종교개혁은 유교의 종주국인 중국보다도 더 급진적인 양상을 띠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아이코노클래즘(iconoclasm), 즉 ‘형상에 대한 파괴’다. 16세기 들어 유생들은 불상을 파괴하고, 신당을 불태우고, 신상을 부숴 내다 버렸다. 성상 파괴는 공자상 철거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움직임은 조선왕조가 문을 닫을 때까지 이어져, 적어도 수도 한양에서는 사람들이 거대한 신상에 절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조선의 종교전쟁이 유자들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것은 아니다. 한양 도성을 한 발짝만 나가도 유교의 영향력은 급속히 약해졌다. 도성 출입을 금하는 법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궁궐 안까지 들어가 활동한 무당도 여럿 있었다.
   저자는 “망자(亡者)의 영과 죽음의 세계에 대한 접근권에서는 무당의 우세가 유지됐다”며 “결국 민속종교 무대에서 조선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유교화를 완수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참고문헌>
   1. 오남석, "불상 신당 파괴했던 조선 유교...망자의 영역 무속의 힘은 넘지 못해", 문화일보, 2021.2.5일자.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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