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역습

신상구 | 2021.02.08 02:52 | 조회 3495


                                                                                         문명의 역습

   “문명의 장점은 터무니없이 과대평가되고 맹목적으로 수용되는 반면, 문명의 혜택에 의문을 제기하면 냉소주의자나 몽상가, 아니면 그 두 유형이 결합된 사람으로 폄하된다.”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흔히 문명, 문명화가 인류의 삶을 진보시켰다고 하지만 인류에게 물질적 이득을 제공한 대가로 오히려 많은 것을 앗아갔다고 진단한다. 구체적으로 꼽아보자면 발전 지상주의로 인한 개개인의 탈진, 우울증, 환경 오염, 생태계 위기, 기계에 의한 종속까지.

   저자는 우리가 지금 날카로운 면도날 위를 걷고 있다고 비유한다. “한쪽에서는 경제와 생태가 붕괴하면서 종말론적 현상이 난무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학기술과 인간의 몸이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 창조물에 의해 스스로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지금 우리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저자의 진단이 여기서 그친다면 그리 새로울 것 없다. 하지만 저자의 다음 한걸음은 흥미롭다. 수렵채집시대 우리 조상들의 삶의 방식, 삶의 철학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인의 삶은 우리의 상상과 달리 그리 암담하지 않았다. 수렵채집인의 삶은 평등주의와 이동성,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설계된 인간 본성에 적합한 환경이었다고 한다. 오히려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농업혁명은 우리에게 복음을 전한 게 아니라 우리는 괴롭히는 환경의 출발점이 됐다고 밝힌다. 노동으로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빼앗겼고, 부의 축적은 계급을 만들고, 계층 갈등, 빈부 격차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우리, 호모사피엔스 앞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부정과 분노, 둘째는 타협과 우울 그리고 셋째는 수용이다.

   저자는 우리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길은 수용, 즉 수렵채집인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저자의 제안은 단순한 복고, 복귀가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변화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동료 진보주의 네트워크 구축, 수직적인 기업 구조가 아닌 수평적 조직, 각 지역의 청정에너지 생산, 전 세계적 차원의 기본소득제, 스마트폰을 통한 투표, 독립출판과 독립언론의 확산, 암호화폐의 이용과 환전, 신속한 재난구호조직, 저렴한 교육까지.

   “미래를 향해 내딛는 걸음이 과거를 향해 내딛는 길이라는 인식이 모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겨울이 하루하루 갈수록 여름에서 멀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인간의 삶도 어린아이로 시작해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참고문헌>      
   1. 최현미, "우리는 행복한가...발전지상주의 시대에 던지는 의문", 문화일보, 2021.2.5일자.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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