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지>의 저자인 박제상의 한국선도 사상

신상구 | 2021.01.28 03:31 | 조회 3594

                                                               <부도지>의 저자인  박제상의  한국선도 사상

     2011년, 혜성처럼 나타난 ‘도통군자’라는 이름이 대한민국의 여름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도통군자’는 과연 무엇인지, 언제부터 전해져오던 이름인지 궁금함을 자아낸다. 한국상고사에 전해져오는 ‘1만 2천 도통군자’에 대한 흔적을 찾아가보자.

     신라 눌지왕대의 관인 박제상(朴堤上, 363~419)에 의해 편찬된 선도사서『부도지』는 영해 박씨가문에서 오랜 세월 비장되어 오다가 1950년대에 재발굴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부도지』에는 중국계 전통과 차별화되는 한국선도만의 고유한 철학, 역사론, 정치론 등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한국선도의 으뜸 경전인『천부경』에 나타난 ‘천·지·인 삼원론’, ‘일·삼·구론(삼원오행론)’, 또,『삼일신고』에 나타난 ‘지감·조식·금촉 수행론’과 ‘신인합일’ 사상, ‘성통-공완-조천’ 사상, 『환단고기』를 위시한 여러 선도사서들에 등장하는 ‘환국-배달국-단군조선’의 상고사 인식 등이 하나로 종합되어 있는 철학서이자 역사서로 한국선도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해준다.

                                                  『부도지』마고 신화에 등장하는 1만 2천의 천인

    『부도지』의 첫머리에는 한국선도의 고유 철학인 ‘천·지·인 삼원론’ 또는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이 신화의 방식으로 제시되어 있으니, 이것이 이른바 ‘마고신화’다. 우주 창조의 중심에 있는 마고麻姑 여신, 그녀의 딸들인 궁희穹姬와 소희巢姬, 궁희와 소희들의 자녀인 4천녀天女과 4천인天人, 또 4천녀·4천인의 후예이자 인간의 시조인 1만 2천의 천인天人들이 마고신화의 주인공들이다.

     한국선도에서는 세상을 창조한 우주의 근원적인 생명에너지(氣)를 '하느님 ’으로 부르는데, 이는 또한 빛(천), 소리(인), 파동(지)의 세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랜 역사속에서 우리 한국인들이 시대를 막론하고 한결같은 정성과 믿음으로 공경해온 ‘삼신하느님’은 곧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우주의 근원적인 생명에너지’요 ‘빛(천), 소리(인), 파동(지)’에 다름아닌 것이다.

    『부도지』에서는 이러한 우주의 근원적인 생명에너지를 ‘마고’라는 여신으로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으며 그녀의 움직임에 의해 세상이 창조되었다고 설명한다. 곧 마고가 움직임을 시작하면서 생명에너지의 움직임인 율려律呂가 펼쳐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물질의 4대 요소인 공기(氣)·불(火)·물(水)·흙(土)로 이루어진 현상의 물질세계가 생겨났다고 보았다.

     이렇게 우주의 근원적 생명에너지로서의 마고가 현상의 물질세계를 만들어내었기에 물질세계의 이면에는 언제나 근원의 생명에너지 마고가 자리하게 된다. ‘공기·불·물·흙’으로 이루어진 물질세계의 어떠한 변화상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생명에너지 마고에는 변함이 없다.

     마고에 의해 창조된 우주의 많은 생명체의 하나인 우리 인간들에게도 이러한 원리는 꼭같이 적용된다. 공기·불·물·흙으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 몸의 이면에는 마고 로 불리는 생명력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고는 ‘천부天符’로도 불린다. 물질세계의 현란한 변화상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우리 사람들에게 내면의 생명에너지는 언제나 변함없는 ‘하늘(天)의 신표(符)’가 되어 주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우주의 생명에너지인 마고(천부)가 현상의 물질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마고가 궁희와 소희를 낳고 궁희와 소희는 4천녀天女와 4천인天人을 낳으며 이들 4천녀와 4천인의 결합에 의해 육지와 바다, 산과 강, 초목과 금수가 생겨나고 인류의 시조인 천인天人이 생겨나게 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우주의 근원적 생명력(마고, 천부)에 의해 생겨난 많은 창조물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존재인 천인들은 현인류의 시조로서 마고성麻姑城이라는 이상향에서 생활하였다. 천인들은 내면의 생명에너지인 ‘마고’가 온전히 살아있어, ‘품성이 순정하여 능히 조화를 알고, 지유地乳를 마시므로 혈기가 맑았으며, 귀에는 오금烏金이 있어 천음天音을 들었다’고 묘사되었다. 또, 천인들은 내면에 자리한 생명에너지 ‘마고’를 펼쳐내 세상을 조화롭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세상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우리 인간들의 원래 모습이었다는 구절은『부도지』의 심오한 깊이와 통시대적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천인들은 처음 12명에서 점차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여 황궁족, 청궁족, 흑소족, 백소족 각각 3천 명씩, 곧 1만 2천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살았던 마고성은 중앙의 천부단天符壇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에 4개의 보단堡壇을 갖춘 모습이었는데, 우주의 근원적 생명에너지인 마고가 공기·불·물·흙으로 대변되는 물질을 움직이고 주도한다는 의미를 상징하였다.

                               생명에너지가 조화로운 1만 2천 인류의 모습, '복본의 서약' 다시 새겨 봐야

     이후 마고성의 한 천인이 포도의 오미五味를 맛봄으로 인해 내면의 생명에너지가 오염되는 변고가 일어났다. 『부도지』에서는 이 사건을 ‘오미五味의 재앙’라 하여 인류 최초의 변고로 인식한다. 이 사건은 천인들 내면의 생명에너지가 오염되면서 천인들이 내면의 생명에너지 보다는 육체로 대변되는 현상의 물질에 치중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천인들의 생명에너지가 오염되니 세상의 조화 또한 깨어져 모든 생명체들이 시기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한다.

     마고성이 오염되자 마고성내의 4종족의 우두머리인 황궁족의 수장 황궁씨는 우주의 생명에너지 ‘마고’ 앞에 사죄하고 언젠가는 ‘내면의 생명에너지를 회복하여 근본으로 회귀하겠다’는 복본復本’의 서약을 하였다. 이어 천인들에게 복본의 신표로서 천부天符를 나누어준 후 마고성을 나가 사방으로 분거해 가도록 하였다. 청궁족은 동문으로 나가 운해주로, 백소족은 서문으로 나가 월식주로, 흑소족은 남문으로 나가 성생주로, 황궁족은 북문으로 나가 천산주로 흩어져 갔으니, 이때부터 현생 인류사가 시작되었다고 보았다.

     이처럼『부도지』에서는 마고성시기 1만 2천 인류의 모습을 이상시한다. 내면의 생명에너지가 전체 세상을 조화롭게 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내면의 생명에너지가 손상되고 세상의 조화가 깨어진 ‘오미의 화’를 인류 최초의 변고로 강조하는 만큼 ’복본의 서약’ 또한 그만큼의 비중으로 강조한다.

     이에 인류사를 바라볼 때에도 한결같이 ‘인간 내면의 생명에너지 회복(복본)’이라는 기준, 곧 ‘복본사관’을 적용한다. 이러한 역사인식은 인간과 인류사에 대한 가장 깊고도 본질적인 통찰력을 제시해주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참고문헌>

   1. 정경희, "한국상고사에 나타난 ‘1만2천의 천인’",  코리안 스피릿, 2011.6.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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