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 해부

대선 | 2024.09.07 03:44 | 조회 292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 해부



  독립운동 축소 등 편향된 서술 … 일제강점기 오류 최다 민족문제연, 학계·전문가와 검증 기본적 사실관계 오류 등 388건 일제강점기 132건・현대사 129건 뉴라이트 역사관 교과서 곳곳에 

  <속보>=교과서를 검정하는 이유는 단 하나만을 허용하는 것보다 여러 교 과서를 통해 서로 단점을 보완하고 배 우는 학생들이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역사 교 과서 검정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완 벽하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답이 정 해진 무흠결의 역사 교과서는 없다. 그 래서 검증은 철저해야 한다. 

  최근 친일 인사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 재 옹호, 일본군위안부를 축소 서술했 음에도 교육부 검정을 가뿐히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가 논란 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학계·교육계 전문가들과 함께 학력평가원의 역사 교과서를 검증해보니 결론에 어렵지 않게 도달했다. 이들이 본 학력평가원 의 역사 교과서는 날림과 오류로 점철 된 불량품이었다. 

   ◆ 역사 교과서에 숨겨진 의도 개항기 일본에 대한 긍정적인 편향된 서술이 담긴 ‘강화도조약과 통상 개화론’ 단원.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일제가 조선어를 필수로 정했다고 적 었다. 사실은 1911년 1차부터 필수라 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43년 4 차 조선교육령에 대해서도 이 교과서 는 조선어와 조선역사를 폐지했다고 기술했는데 일제는 조선역사를 별도 교과목으로 편성한 적이 없다. 3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만큼 최소한 교과서로서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은 충 족해야 하나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 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이 내린 최 종적인 판단이다. 시대별로 전근대사 45건(13.3%), 개항기 32건(9.5%), 일 제강점기 132건(39%), 현대사 129건 ( 3 8 . 2 %) 등 3 3 8 건의 오류가 이를 뒷받 침하는 대목이다. 언뜻 집필 기준에 따른 무난한 서술로 보여도 전체적으로 볼 때 어떻게 검정을 통과했는지 의문 이 들 만큼 수준 이하라는 얘기다. 자 연스럽게 교과서 검정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를 분석한 이준식 전 독립기념 관장은 “이런 수준의 교과서가 어떤 근거로 검정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교학사 교과서 사태를 겪 고도 그에 못지않은 엉터리 수준의 교 과서가 또다시 검정을 통과해 불필요 한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본보 9 월 3일자 2면 등 보도> 

   ◆ 절대 이길 수 없는 나라 ‘일본’ 민족문제연구소는 최근 교과서 집필 경력이 있는 현직 역사교사와 학계 전문가 등 13명에게 의뢰해 학력평가 원 역사 교과서를 검증했다. 검증 결과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는 연도나 단 체명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 오류부터 일관성 없는 용어 사용, 부적절한 사진·도표·자료 인용, 음력과 양력의 표 기 오류,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 등 모 두 3 3 8 건의 오류가 확인됐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교육령 에 관한 서술이다.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는 1922년 2차 조선교육령에서 독립운동사 의미를 축소하거나 부 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서술도 관찰 된다.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는 두 사람을 ‘한때 동지였지만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었던 운명’이라고 소개하면서 김구와 김원봉의 분열을 한 페이지로 할애해 탐구 자료로 제시했는데 이 의 도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명숙 민족 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독립운동가 의 정체성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족 주의 등으로 각기 다르지만 근본적인 목표는 독립운동이었다”며 “독립운동 진영 내부의 분열을 강조함으로써 독 립운동 전체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꼬 집었다. 

   ◆ 식민지 시대는 행운이었다 개항기 일본에 대한 긍정적인 편향 된 서술은 기가 찰 노릇이다. ‘강화도 조약과 통상 개화론’을 다룬 단원에서 집필진은 중국과 일본의 근대화 운동 을 기술하면서 중국의 양무운동에 대 해서는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일본의 메이지유신은 긍정적인 얘기만 나열했다. 특히 ‘내가 선택한 국권수호 운동’이라는 주제탐구 코너에선 ‘국권 회복을 위해 총칼을 들고 일어난 의병 의 애국 정신은 존경하지만 열악한 조 건으로 일본군과 싸워 이기는 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라 는 예시만 제시하고 ‘내가 선택한 국권 수호운동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생각 해보자’라며 마치 그것만이 합리적인 대안처럼 오해 소지가 다분한 내용을 담기도 했다.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에는 뉴라 이트 역사관의 흔적이 심심찮게 포착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조선사회의 성립과 발전’이라는 단원에 대한 설명을 통해 집필진은 ‘조선왕 조가 건국되면서 중화사상이 국가 정체성이 되었고, 소중화 의식이 조선인의 신념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이 결 과 정치뿐만 아니라 일상 깊숙이 유교 가까스로 형식만 갖춘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의 목적은 검정 통과가 아 니라 학교현장에서의 교과서 채택을 노린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강성현 성 공회대 교수는 “맹탕 뉴라이트 교과 서 같지만 전 사회적 불채택 운동을 상 쇄시키면서 학교현장에서의 채택률을 높이려는 목표를 세운 것 같다”며 “이 교과서가 일부 학교에서 채택되기만 하면 출판사가 절차적 하자가 많고 영세하더라도 뉴라이트 교과서를 띄워 더 멀리 보는 진지전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화가 들어와 지금까지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적었다. 전문가들 은 이 서술이 명백한 논리적 오류이자 식민사관이라고 판단했다. 소중화 의식으로 유교 문화가 들어왔다는 건 논 리적으로 맞지 않을뿐더러 중국에 대 한 의존성과 타율성을 조선시대 역사의 본질로 강조하는 건 식민사관의 영 향이라는 것이다. 이승만의 정읍 발언과 관련한 주제 탐구 서술 부분도 석연찮다. 학력평가 원 역사 교과서는 이승만의 정읍 발언을 스탈린의 지시로 북한이 먼저 단독 정부를 세운 점을 강조하고 이미 공산화된 북한에 대한 대응을 위한 용단이었다는 평가를 유도하듯 쓰고 있는데 이 대목은 2008년 출간된 교과서포럼의 ‘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직접 인용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5 년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 이 창립한 교과서포럼은 식민지 근대화 인정, 반공독재체제 긍정, 북한 체제 비판을 기조로 삼았는데 교과서포 럼에서 교학사 역사 교과서, 국정 역사 교과서를 거쳐 이승만으로 향하는 단독정부 수립 책임론을 벗기기 위한 뉴라이트의 역사 인식이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에도 담겼다는 것이다. 뉴라이트 역사관은 일제의 병참 기지화 정책을 다룬 단원에서도 엿보인다.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 집필진은 한반도 남부와 북부 지역 공산액 비율 그래프, 일본 기업 작업장의 업종 비율 그래프를 자료로 제시하면서 ‘일제의 병참 기지화 정책이 광복 이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자’ 는 질문을 던진다. 이같은 서술은 한반도 공업화가 광복 이후 한국 경제의 바탕이 됐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의 뉴라 이트적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에 대한 추가 정밀 검증을 진 행하고 내달 말 학교에서 채택되지 않게 구체적인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참고문헌>

  1. 이준섭, "독립운동 축소 등 편향된 서술... 일제 강점기 오류 최다", 금강일보, 2024.9.6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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