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은 늘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그릴 것인가 고민했다.

대선 | 2024.09.07 04:47 | 조회 311



                     이중섭은 늘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그릴 것인가 고민했다. 


5일 열린 ‘2024 이중섭 세미나’에서 스토리텔링 전시를 주제로 발표하는 김인혜 미술사가. /김민정 기자

“서양의 새로운 조류를 알고 있으면서도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굉장히 고민하신 분이었습니다.”

5일 제주도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2024 이중섭 세미나’에서 김인혜 미술사가는 40세로 작고한 화가 이중섭(1916~1956)이 더 오래 생존했다면 어떤 작업을 했을 것 같냐는 참석자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추상이냐 구상이냐를 넘어 훨씬 광범위한 새로운 것을 만드셨을 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을 지낸 김 미술사가는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의 기획자다. 당시 그는 자료 확보를 위해 이중섭이 유학했던 일본 문화학원 교장의 유가족 등을 찾아가는 등 발품을 팔았다. “일본 유학 시기 그림은 초현실주의에 속했어요. 하지만 부산 등에서 그린 작품은 분청사기나 은입사, 상감 같은 우리 전통 기법을 생각나게 합니다. 전통을 끌어들인 줄 모를 정도로 현대화해 사용한 것이 훌륭한 점이라 생각해요.”

‘이중섭: 백년의 신화’는 1970~1980년대 이후로 열린 최초의 이중섭 회고전이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도 불리지만 작고 후 60년이 지난 뒤에야 그의 작품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고 김 미술사가는 말했다. 작고 후 작품이 많이 흩어져 작품 수가 많지 않고, 전쟁 전후로 활동한 만큼 작품 크기도 작아 대형 전시를 꾸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약 60군데의 소장처에서 작품을 대여해 와도 한계가 있었다. 그는 “이 때문에 편지와 엽서, 문예 주간지 삽화, 사진, 주변인의 회고 기록, 유족 인터뷰 등 자료를 샅샅이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작품 수가 적어도 맥락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자료를 통해 그의 삶과 생각을 보여주는 공간과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안배하고, 반드시 보고 갔으면 하는 내용과 더 알고 싶은 관람객에게 유용할 자료를 나눠 크기와 배치를 결정했다. 그는 “이런 경험이 재개관을 준비하는 ‘이중섭미술관’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은 10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시설을 확충해 2027년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정한 도슨트는 작년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열린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에서 이중섭의 편지화를 관람객에게 설명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이중섭이 아들 태현에게 쓴 편지(1954)를 관람객들이 많이 좋아했다”며 “편지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화가 이중섭의 어투는 참으로 다정다감했다”고 했다.

이중섭 세미나는 1997년 이중섭 거주지 복원 사업을 계기로 1999년부터 서귀포시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해 왔다. 이날 행사엔 현창훈 서귀포시 부시장, 다케다 가쓰토시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총영사, 김영순·이지호·김선두·김종학·정현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 고영우 기당미술관 명예관장, 이중섭 화백의 조카손녀 이지연·지향씨와 이종조카 이태호씨 등 각계 인사와 제주 도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고문헌>

  1. 김빈정, "중섭은 늘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그릴 것인가 고민했다", 조선일보, 2024.9.6일자. A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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