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과 구글의 유래

만국활계 | 2011.05.02 23:56 | 조회 6330

10의 100제곱 뜻하는 ‘구골’은 어린이 상상력의 산물

권기균의 과학과 문화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

한국과학창의 재단 이사 yeskkok@naver.com | 제216호 | 20110430 입력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선 날짜가 다르다.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아동복지회의에서 제정한 어린이날은 6월 1일. 공산주의 국가는 대부분 이날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중국도 6월 1일이 어린이날이다. 북한의 어린이날은 6월 1일이지만, 실제로는 ‘소년단’ 창립기념일인 6월 6일에 주로 행사를 한다. 이슬람 국가는 대부분 이슬람력으로 5월 5일인 7월 4일이 어린이날이다. 유엔이 정한 세계 어린이날은 11월 20일이다. 일본은 3월 3일은 여자 어린이의 날, 5월 5일은 남자 어린이의 날. 그러나 공휴일은 5월 5일뿐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1921년 5월 1일 천도교 ‘소년회’를 창립하고, 이듬해 창립기념식에서 ‘어른에게 드리는 글’과 ‘어린 동무에게 주는 글’을 발표했다. 그리고 23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이후 일제의 압력 때문에 5월 첫 일요일을 어린이날로 했다가 중단됐다. 광복 후 46년 5월 첫째 일요일을 다시 어린이날로 정했는데 그날이 5월 5일이다.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도 선생이다. 선생은 ‘아이’ ‘아해’로 부르던 것을 ‘젊은이’ ‘늙은이’처럼 ‘어린이’로 부르자고 했다. 그리고 1920년 창간된 ‘개벽’ 3호에 동시 ‘어린이 노래:불 켜는 이’를 번역해 싣고, 23년에는 잡지 ‘어린이’를 창간했다.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 예찬’에서 어린이의 특징을 이렇게 썼다. “…어린이들은 아무리 엄격한 현실이라도 그것을 이야기로 본다. 그래서 평범한 일도 어린이의 세상에서는 예술화하여 찬란한 미와 흥미를 더해 머릿속에 전개된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본 것, 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시인이다….”

어린이는 발상이 자유롭다. 그래서 엉뚱하기도 하지만 유머가 샘솟는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물었다.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은?” 그랬더니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대답했다. “만 원짜리요! 세뱃돈 받으면 만 원짜리만 없어져요.” 엄마가 만 원짜리만 빼 놓는 걸 알 리가 없었던 거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주차장을 지나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저게 뭐야?” “응, 주차장이야” 다음 날부터 아이는 주차장을 사 달라고 졸랐다. 한자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다. TV에서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 프로를 보더니 물었다. “미스 코리아 있잖아요. ‘미’가 ‘아름다울 미’인 건 알겠는데, ‘스 코리아’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어린이들은 느낌을 그대로 표현한다. 10의 100제곱을 이르는 ‘구골’은 어린이가 만든 단어다. 1938년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캐스너가 10100을 뭐라고 부를까 생각하다 9살 난 조카딸 밀턴 시로타에게 묻자 밀턴은 ‘구골’이라고 했다. 1940년 캐스너는 제임스 뉴먼과 함께 쓴 수학과 상상이라는 책에서 ‘구골’을 소개했다.

10100인 구골은 우주의 모든 원자의 수보다 많은 상당히 큰 수다. 모래 한 주먹이 모래알 1만 개 정도다. 해운대 바닷가의 모래알을 다 합쳐도 1020이 안 된다. ‘불가사의(不可思議)’라는 수가 1064이다. 그러나 캐스너는 ‘매우 큰 수’와 무한대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구골을 생각해냈다.

이에 대해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도 “무한대와 구골의 차이는 무한대와 1의 차이와 같다”고 했다. 캐스너는 또 10의 구골제곱(10googol)인 구골플렉스(googolplex)를 생각해 냈다. 칼 세이건은 “구골플렉스를 숫자로 적으려면 우주보다 더 큰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엔진 1위 업체 구글(Google)은 처음에는 회사 이름을 ‘구골’로 하려고 했었다. ‘엄청난 규모의 검색엔진을 만들겠다’는 목표와 맞아서였다. 그러나 인터넷 도메인을 등록하려다가 입력하는 친구가 구골을 구글(google)로 잘못 입력했다. 그런데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google.com이 되었다.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 본사도 구골플렉스를 변형시켜 구글플렉스라고 부른다. 구글의 인덱스에는 2008년 기준 1조 개의 웹페이지가 저장돼 있다. 구글은 형식을 따지지 않는 자유롭고 재미있는 기업 문화로 유명하다. 기업의 철학은 ‘나쁜 일 하지 않고 돈 벌기’와 ‘일은 도전이어야 하고 도전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하자면 구골플렉스보다 더 큰 수도 있다. 구골플렉시안(googolplexian). 10의 구골플렉스제곱(10googolplex)이다. 1 다음에 0이 1조 개 붙는다. 그레이엄 수는 1 다음에 0이 100조 개다. 이렇게 가다 보면 끝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큰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적 개념으로 있을 뿐이다. 그것이 무한대다. 마찬가지로 1을 구골플렉스로 나누면 구골플렉스마이넥스(googolplexminex)가 된다. 이것은 10-googolplex다. 가장 작은 것은 무한소다. 이것 역시 철학적 개념일 뿐이다. 결국 가장 큰 수도 가장 작은 수도 모두 마음속에 있을 뿐이다. 어린이들의 마음만은 무한대로 키워 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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