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 작품 무려 33종

신상구 | 2020.03.20 20:55 | 조회 3680


                                                                스웨덴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 작품 무려 33종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 후보자를 비밀리에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을 추천했지요. 그즈음에 노벨문학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유럽의 한 신문사 논설위원이 방한했어요. 그런데 그 논설위원이 미당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가 전두환 정권을 찬양했다는 대목에서 바로 ‘노(No)’ 했다는 겁니다. 얼마나 낙망했던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장을 지낸 문덕수 시인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1990년대 초반 일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한국 문학계는 노벨상 시즌이면 수상 기대감으로 달아올랐다. 이웃 나라 일본이 1994년 두 번째 수상 작가를 내자, 야릇한 경쟁심이 우리 문학판에 일었다. 2012년 중국 작가가 상을 받은 후론 우리 열망도 더 커졌다. 고은 시인이 유력 후보에 올랐다는 설(說)에 오랫동안 매달렸으나, 시인이 문학 외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소망을 접어야 했다.
   스웨덴 한림원이 10일 저녁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해외 언론은 이번에 한국 문학인을 유력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으나, 우리 문학인도 후보로 올라간 것은 분명하다. 한림원이 여느 해처럼 국제PEN 한국본부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공개여서 드러나진 않지만, 한림원은 다른 경로로도 추천을 받는다고 한다. 대륙별, 국가별, 장르별 안배를 해 온 그들이 아시아 강국인 한국의 문학인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노벨문학상 후보가 되려면, 5개국어 이상으로 번역된 작품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거기에 스웨덴어가 꼭 포함돼야 한다. 지난달 열린 스웨덴 예테보리도서전을 계기로 살펴보니, 스웨덴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 작품은 33종이었다. 김지하, 이문열, 문정희, 황선미, 김영하, 한강 등의 작가 작품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해외에서 출판된 한국 문학 작품은 최근 5년(2014∼2018) 동안 690종에 달했다. 번역 언어도 38개에 이르렀다. 물론 이 숫자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내세워 해외 출간을 1세기 이상 국가적으로 지원한 일본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럼에도 한국 문학이 언어 벽을 넘어 해외로 꾸준히 나가고 있는 것은 반갑다. 정부와 문학계가 함께 희망의 돛을 더 높이 올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PEN 한국본부가 산하 기구로 번역원을 만든 것은 뜻깊다.
   물론 번역을 하려면, 세계인이 공감하는 작품이 많아야 한다. 민족, 국가 틀을 벗어나 보편성을 추구하되 한국 작가만의 역동성을 담은 작품이 좋다고 한다. 예테보리도서전은 그런 수작들이 한국 문학에 포진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 기세를 지속하려면 작가들의 열정이 불처럼 타올라야 하고, 독자들의 독서 열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 문예지 ‘뉴요커’는 3년 전 “한국인들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고 비판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인쇄술을 지닌 국가이며, 전제 시대 군주가 애민 정신으로 글자를 만든 유일한 나라다. 그 자부를 바탕으로 이뤄 온 한글 문학을 누리며 스스로 아껴야 한다. 이것이 노벨문학상 시즌마다 수상 꿈에 앞서 우리가 진정으로 새겨야 할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1. 장재선, " 노벨문학상을 꿈꿀 자격", 문화일보, 2019.10.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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