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학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칼럼]

환단스토리 | 2016.08.03 14:43 | 조회 4870


[박성훈 칼럼] 동아시아 역학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한국일보 2016-08-02



중일, 미중의 주도권 경쟁 뚜렷해져

TPP는 지연되거나 아예 폐기될 운명

RCEP 적극적 참여는 검토할 만하다


한국이 속한 동북아시아는 국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개발이 던진 글로벌 및 지역안보 위협은 물론이고, 남중국해 영토분쟁,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재무장 시도 등이 모두 그런 예이다. 눈을 더 넓히면 동북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자국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세계 정치ㆍ경제 대국의 각축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체제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으로서는 긴박한 정세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게 우선 중요하지만, 긴 눈으로 국가의 중장기 발전방향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저울질하는 작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구도에서 관측되는 세 가지 경쟁관계의 내용과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적극적으로 유리한 지역구도 형성의 주도권을 잡아 나갈 국가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지역구도에서 관측되는 첫 번째 경쟁관계는 중일 주도권 경쟁이다. 2000년대 중반 하시모토 일본 총리가 제창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중국의 대아세안 (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국가 우호관계 추구 전략은 최근 양국 간 주도권 경쟁의 대표적 사례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이 참여하기로 결정한 데 대응해 중국은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의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나섰다. 이러한 경쟁은 어느 한쪽의 주도권을 허용하기가 쉽지 않은 관계여서 오랫동안 동아시아에서의 협력관계 증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를 우회하려는 잠정적 타개책으로 대두된 것이 바로 아세안중심주의(ASEAN-centrality)라고 할 수 있다. 즉, 중일 간의 주도권 경쟁이 역내 협력과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잠정적으로 아세안에 주도적 역할을 위임한 모양새다. 


한편으로 미국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은 동아시아 지역구도에서의 두 번째 경쟁관계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주도권 경쟁을 보다 강화하는 핵심 계기로 작용했다. 양국은 세계 제1, 2의 경제대국으로서뿐만 아니라, 군사력과 정치적 영향력 측면에서도 두드러진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 한국 등의 우방을 둔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지역구도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의 존재는 미국이 동아시아의 핵심 이해관계자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와 중국이 주도하는 RCEP의 세력대결은 이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 크다.


아세안이 중심적 역할을 해 왔는가라는 질문은 바로 지역구도의 세 번째 경쟁관계 및 이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과 직결된다. 필자는 아세안이 지난 20여년 동안 자신들의 어젠다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들에 위임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 내지 못했다. 한국은 여기에 착안해야 한다. 이 틈새를 뚫고 들어가 동아시아 지역구도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즉, 지역구도에서 아세안과 주도권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국익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려는 전략적 혜안을 가져야 한다. 


이런 당위성은 TPP와 RCEP의 향후 전개와 관련해 모종의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오는 11월 거행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패를 다툴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는 둘 다 TPP에 부정적이다. 이로 보아 TPP는 협상 종결에도 불구하고 발효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심지어 폐기될 가능성까지 있다. 한국이 아직 참여하지 않은 TPP이기에 조심스러운 접근 자세를 당분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반해 적극적 RCEP 협상 참여는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무역자유화에 소극적인 아세안을 제치고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사드 배치 등으로 민감해진 대중 관계를 풀어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KU-KIEP-SBS EU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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