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의 예언 "세계 경제, 결국 전쟁이 답이다"

환단스토리 | 2016.07.16 13:52 | 조회 3658 | 추천 12

김운회 동양대학교 교수


[기고] 위기의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마이너스 금리의 시대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돌입했다. 마이너스 금리란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물론 이것은 은행과 기업-가계 간 거래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중앙 은행과 일반 은행 간 거래에 적용된다. 이것은 시중에 보다 돈이 많이 풀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양적 완화와 취지는 동일하다. 문제는 이것이 장기화되면 결국은 은행과 기업-가계 간의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덴마크를 시작으로 스웨덴, 스위스, 일본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시중 은행이 ECB에 맡기는 예치금에 대한 금리를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했다. 미국의 CNBC에 따르면,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가능성이 큰 5개국으로 캐나다와 노르웨이, 이스라엘, 영국, 체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제로 금리 수준에 있다.

원론적으로 보면, 이자율(r)이 낮아지면 투자(I)가 증대한다. 이자율을 내리는 것이 경기 부양책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수준이 되면 이것은 단순한 경기 부양이 아니라 '고강도의 경기 부양책'으로 경제 자체가 이미 환자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제로 금리가 되어도 이미 금융 기관들이 제구실을 하기 어렵다. 하물며 마이너스 금리가 될 경우에는 금융 기관들이 생존하기가 어렵다. 금융 기관이 붕괴될 경우 자본주의 경제는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이자율(r)이 떨어지면 투자(I)가 증대한다고 하는데 여기에도 많은 함정이 있다. 마이너스 금리인 상황에서는 경제 교과서와 다른 두 가지의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극심한 불황 속에서 가계(소비자)는 미래가 불안하여 돈을 쓰지 않거나 또는 은행에 맡길 수도 없으니 현금을 그대로 보유하는 현상이 나타나서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고 물가(P)만 올라서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또 기업들은 적절한 투자처(투자 수요)를 발견할 수 없어 돈을 묶어두거나 손쉬운 투자 방식에 몰두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가 그렇다. 결국 기업이나 가계는 부동산 투기나 주식 투기, 환투기 또는 금모우기 등에 집중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는 양적 완화와 동시에 시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 전반에 크게 미치게 된다. 기축 통화와 같이 통화의 신뢰도가 높은 경우에만 양적 완화를 시행할 수 있는데 아무리 기축 통화라 해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피하기는 어렵다. 

금리를 역설적으로 파악해보면 한국의 경우는 아직은 여유가 있다. 즉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준 금리가 낮고, 만약 기준 금리가 마이너스라고 하면 그만큼 경제가 나쁘고 좀 나아지면 제로 금리로, 더 나아지면 정상적 저금리 수준으로 회귀하게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마이너스 금리(유로존, 일본)→제로 금리(0.25∼0.5 : 미국, 영국)→1.5%(한국) 등이므로 아직까지 한국은 제로 금리까지의 여유가 있어 확장적 통화 정책이나 재정 정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따라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오히려 좋지 못하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동일한 시장에서 약간만이라도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면, 틈새를 노려 이윤을 더 많이 확보할 기회는 그만큼 증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제로 금리나 마이너스 금리는 우리나라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고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만약 경제가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되었는데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마지막 카드는 이른바 양적 완화(QE, Quantitative Easing)다. 이 경우도 아무 나라나 해서는 안 되고 기축 통화(key currency) 국만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2000년대 초반 일본은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실시하였는데 양적 완화 정책은 중앙 은행이 시중 은행에 통화를 공급할 때 주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다. 양적 완화는 중앙 은행이 제로 금리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볼 수 있다. 

한국판 양적 완화? 

지난 4·13 총선 때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한국판 양적 완화'를 제안했다. '한국판'이라는 단초가 붙기는 했어도 지나친 부분이 있다. 양적 완화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펼친 무차별적 돈 풀기(Unpacking money indiscriminately)로, 비유하자면 마치 교통사고로 얼굴 전체가 큰 피해를 입어 숨을 쉬지 못하게 된 환자에게 목에 구멍을 뚫고 호스를 끼워 일단 숨을 쉬게 하는 것처럼 응급 처방에 속하는 것이다. 이 처방은 아무 때나 쓰면 안 된다. 이 다음에는 아무런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에서 왜 이런 민감한 용어를 쓰는지도 납득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선별적 양적 완화(Selective QE)"란 표현으로 말을 바꿨다. 즉 무차별적 돈 풀기가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에 지원이 이뤄지는 선별적 양적 완화 방식을 적극 검토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굳이 양적 완화라고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국민들이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위원회(FSC)는 아예 "한국판 양적 완화"라는 단어 대신, 범위와 목표를 좁혀서 "구조 조정을 위한 국책 은행 자본 확충(recapitalization of the National banks)"이라고 표현한 것인데 이것이 오히려 정확하다. 마이너스 금리니 양적 완화이니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실 마이너스 금리나 양적 완화는 서민들에게는 매우 위험하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시중에 엄청난 돈이 풀리면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니 부동산, 주식 등을 가진 부자들이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이 나라에서 바라는 대로 소비(C)를 진작시키고 투자(I)를 활성화하여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다. 따라서 마이너스 금리나 양적 완화는 빈부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자본주의의 그늘 

지난해 국제 구호 단체 옥스팜이 "내년(2016년) 세계 상위 1% 부자의 재산이 전 세계 부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영국의 BBC는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를 인용하여 "상위 1% 부자라고 하면 누구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79만8000달러(약 8억6000만 원)만 갖고 있으면 된다"고 했다.

이를 기준으로 상위 1% 부자는 전 세계에 모두 4700만 명 정도로 미국 거주자가 38%(1800만 명)이고, 일본(404만 명), 프랑스(352만 명)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1% 부자가 있는 나라는 38개국. 특히 10개국에 상위 1% 부자 3900만 명이 몰려 있고 나머지 28개국에 770만 명이 분포하고 있는데 한국도 45만 명(16위)을 차지했다. 

문제는 이 상위 1%가 가진 자산을 합치면, 전 세계 자산의 절반에 이른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위 1% 부자가 갖고 있는 자산은 전 세계 자산의 48%, 반대로 하위 50%의 자산 총액은 세계 자산의 1%에 불과했다.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ikin)은 세계 과학 기술 포럼(2015년 10월 19일)에 참석하여 '디지털 한국, 3차 산업 혁명, 그리고 한계 비용 제로 사회'를 주제로 한 기조 연설에서 "전 세계 부자 80명이 세계 인구의 반이 갖고 있는 부(富)와 같다"고 밝혔다.

일찍이 리프킨은 대저(大著) <노동의 종말>에서 미국 및 유럽의 사례를 통해 국가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실업률은 증가해만 가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자유 시간의 증가는 필연이다. 실업이냐, 레저냐의 문제"라고 했다. 빈곤층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실업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마치 마르크스의 산업예비군에 대한 현대적 버전처럼 들린다. 리프킨은 향후 15년 안에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5년 안에 전체 근로자의 40%가 프리랜서, 시간제 근로자, 1인 기업 등 기존 근로 시스템과는 다른 형태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들 대부분이 실업에 내몰리게 되면 그 어떤 인공지능이 개발한 신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수요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고 싶어도 돈이 없기 때문이다. 리프킨은 "소비자 신용의 시기에는 주식 시장의 거품과 주택 담보 금융을 통해 불완전 고용 노동자나 실업자들도 지속적으로 구매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신용 거래는 한계점에 도달하였으며, 주식 시장의 거품이 붕괴되고, 주택 담보 금융의 이자율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노동의 종말> 2005년 개정판 서문). 

낙수 효과, 분수 효과  

최근 불평등 연구의 대가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가 미국 블룸버그(Bloomberg) TV에 출연해 낙수(落水)효과를 노린 양적 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효과는 '부익부 빈익부' 효과만 심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지적이다.

현대의 경제 정책을 이해하는데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와 분수 효과는 유용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낙수 효과는 위에서 물을 부으면 물이 넘쳐흘러 자연스럽게 바닥을 적신다는 의미로 대기업이나 부유층들이 투자와 소비를 늘림으로써 그 효과가 하층민에게도 돌아가 소득불평등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새누리당의 기본적인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책의 툴(tool)인데 대기업에게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부유층에게는 소득세를 인하하고 이에 따라 복지 정책을 축소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에 반하여 분수 효과(fountain effect, trickle-up effect)는 분수처럼 밑바닥에서부터 물을 분사하면 전체적으로 물이 주변으로 넘쳐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분수 효과의 주요 내용은 부유층에 대한 세금은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정책 지원(support)을 증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즉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 증가→소비(C) 증가 →생산투자(I) 증가→경기 부양 등의 선순환 구조(virtuous circle)를 가지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역시 문제는 정책의 툴(tool)인데 대기업에게는 법인세를, 부유층에게는 소득세를 인상하고 이에 따라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를 통해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현재 더불어 민주당이 취하고 있는 정책적 이데올로기다.

간단히 말해서 낙수 효과는 성장을 중시하면서 친기업적이면서 친부유층적 이데올로기요, 분수 효과는 분배에 초점을 맞춘 친서민적인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성장률이 0.1% 포인트 내려가면 세수(稅收)가 2000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공화당)의 재임 기간(1989∼1992년) 중 채택한 경제 정책(economic policy)은 철저히 낙수 효과에 기댄 정책이었다. 즉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富)를 먼저 늘려 주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하류의 빈곤층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별로 없어 다음 정권이었던 클린턴 행정부(민주당)는 이 정책을 폐기했다.

그러면 분수 효과에 기댄 정책은 과연 제구실을 할 수 있을까? 답은 'No'다. 세금을 올리면 기업은 쉽게 해외로 빠져나간다. 이른바 '세금 바꿔치기' 즉 '택스 인버전(tax inversion)'이 본격화된다. 심지어 개인도 국적을 바꿔버리는 사태가 나타난다.

'택스 인버전'은 미국 기업들의 대표적인 세(稅) 테크 전략으로 미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해외로 본사를 옮기거나 신설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법인세율은 39.1%로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고, 반면 영국 21%, 아일랜드 12.5%, 핀란드 20% 등 유럽 국가들의 법인세는 대부분 10~20%선이다. 따라서 미국 기업이 유럽으로 세금 베이스(Tax base)를 옮기면 기존 법인세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세금 바꿔치기'는 기업 수익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인 셈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 예산 가운데 조세 부담률에서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의 비율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결국 근로 소득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업들, 예를 들면 애플(Apple)이나 구글(Google)이나 같은 공룡 회사들도 세금을 거의 안 내고 있다. '미국 조세 정의를 위한 시민들(CTJ)'의 자료(2012년)에 따르면, 미국으로 송금되지 않는 기업의 수익은 애플 92조 원, 마이크로소프트(MS) 68조 원, 얌첸 25조 원, 엘리렐리 23조 원, 오라클 23조 원, 델 21조 원, 벡스터 12조 원 등으로 대부분의 공룡 기업들이 해외에 본사를 두거나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를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법인세를 물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MS, 애플, 구글의 경우를 보자. 영국의 자료(ZDnet, 2011년)에 따르면, MS는 1조 원을 벌고서 330억 원의 세금을 내고 있고 구글도 대동소이하다. 애플(Apple)의 경우를 보면, 영국내 수익은 60억 유로(약 9조 원)인데 세금은 고작 1000만 유로(약 150억 원)을 내었다. 단순히 미국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고 영국에도 피해를 준다.

애플은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차리고 그 수익들을 고스란히 모아두었기 때문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애플의 현금 자산은 아일랜드에 115조 원, 미국에 약 49조 원인데 법인세율은 0.06%로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 세금을 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당시 애플의 해외 소득은 380억 달러(약 43조 원)인데 세금은 고작 2100만 달러(240억 원)밖에 안 낸 것으로 사실상 0%다. 또 문제는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기의 경제가 더욱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부패가 심한 사회는 그래서 더 위험한 것이다. 

2012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J.P. 모건 체이스의 데인 모트는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 1000곳 가운데 해외 보유 현금 액수를 공개한 회사는 600여 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해외 보유 현금은 약 5880억 달러, 전체 현금 자산의 60% 수준이었는데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들의 해외 발생 매출은 총 매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실제로 수익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낙수 효과를 기대하든 분수 효과를 기대하든 그 어떤 정책도 경제에는 큰 효과를 미치기 어렵다. 바로 여기에 현대 경제의 암울한 요소가 있다. 이 같이 경제 효과를 유산(流産)시키는 주범은 바로 '세계화(Globalization)'다. 문제는 이 '세계화'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근본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로자(Rosa)에게로? 다시 <공산당 선언>으로? 

이론적으로 가계는 소비의 주체로서 흑자여야 하고 기업은 투자의 주체로서 이자율의 변화에 따라 은행에 돈을 빌려 투자해야 하므로 적자여야 한다. 그런데 투자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기업은 돈을 기업 내에 쌓아두고 있어 고용 창출 역량이 미미하고 가계는 빚 때문에 소비지출을 최소화하다보니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년).

 

일찍이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년)는 자신의 대저인 <자본 축적론>에서 자본주의에서 제국주의는 상생 관계라고 정의했다. 즉 로자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내습하는 공황 또는 필연적 붕괴를 막기 위해 비자본주의 영역을 자본주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 과정은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 로자는 이것을 "폭력은 자본이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 하였다.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자본주의 영역을 착취할 수밖에 없고 그 영역이 크면 클수록 자본주의는 견고해진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전 세계가 이미 자본주의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각국가 간의 경제적 격차나 문화 및 법률의 차이로 인하여 글로벌 기업들의 운신이 쉽지 않자 이들은 '세계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세계를 신자유주의의 그늘로 편입시키기 시작했고 2006년경에 이른바 '세계화'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카를 마르크스나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년)은 모두 자본주의 하의 정부를 '부르조아의 괴뢰'쯤으로 보았다. 베블런은 근대 자본주의의 정치를 "영업 정치(Business politics)"라 했고(여기서 영업이라는 것은 약탈 정신의 경제적 표현), 정부는 이들 "영업자들의 대표 평의회(Soviet of Business Men's Delegates)"에 불과하다고 했다. 

현대의 글로벌 기업들이 마르크스나 베블런의 비판을 비껴나가기는 어렵다. 이들 기업들의 특징은 "현대의 부르조아 사회는 자기가 주문으로 불러낸 지옥의 세계의 힘을 더 이상 통제할 수가 없는 마법사와 같다(Modern bourgeoisie society is like the sorcerer who is no longer able to control the power of the nether world whom he has called up by his spell)"라는 <공산당 선언>의 표현과 너무나 닮아있다. 통제 불능의 '지니' 그것이 글로벌 기업들의 구체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대의 개별 국가들이 이들을 도저히 통제해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토마 피케티의 대안이라는 것도 너무 유치하다. 마치 "전 세계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고 하던 <공산당 선언>과 같은 공허함이 있다.  

피케티는 "불평등으로 인해 사회는 더 불안해지며, 민족주의, 보호주의, 정치적 불안정이 야기되므로, 세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위 1% 계층에 소득 및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고 한계세율 80%의 누진 자본 소득 세율, 누진 부유세, 상속세 강화 등이 이루어져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가 조세 정보를 공유해서, 똑같이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 한계 세율 80%도 그렇지만 전 세계가 조세 정보를 공유해서 똑같이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는 말은 해가 서쪽에서 뜰 것이라는 말과도 다를 바 없다. 하기야 오죽 답답하면 이것을 '주장'이라고 했겠는가? 그만큼 답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본 과세의 주된 목적은 정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함이 아니고, 자본주의를 규제하기 위함이다(The primary purpose of the capital tax is not to finance the social state but to regulate capitalism"(<21세기 자본>)"라는 그의 말은 분명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피케티에 대한 비판으로 흔히 지적되는 것으로 자본에 대한 세금을 높이면, 자본 수익률 하락→경제 성장률 하락→자본 스톡 저하 및 자본 소득 감소→국가 경제의 퇴보라는 식의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현대 경제에서 통제 불능한 자본의 움직임을 간과한 지적이다. 예를 들면, 선진국 7개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 변화를 보면, 1981년에 44%에서 2009년에 27%로 인하하였는데 이것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국가적 통제를 벗어나고 있음을 다른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모든 국가는 이제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끝없이 자본에 대해 추파를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세계적으로 소득 관련 세금 부담이 떨어지는 이유는 국가가 조세의 형평성을 무시하거나 경시해서가 아니라 세계화, 개방화로 인해 국가 간 세금 낮추기 경쟁(tax competition)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로자의 시각에서, 과거 독점 자본주의는 개별 단위의 국가적 폭력을 이용하여 제국주의적 침략을 단행하였고 그 결과가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이었다고 한다면, 현대의 자본주의는 국가의 장벽을 오히려 무너뜨리고 '자유', '세계화'라는 이데올로기로 유아독존적 자유를 구가하고 있다. 

대안은 있는가?  

그러면 과연 대안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즉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현대의 자본은 국가나 사회 등 일체의 영역에서 통제를 받지 않을 정도로 자기 영역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파 이론가들은 이 문제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부족→고용 창출 부실→가계 소득 감소→중산층 붕괴-축소→총수요가 정체→투자의 정체 등의 악순환에 빠졌으니 보다 친기업적 정책으로 적극 회귀해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동안은 이른 바 '복지 국가'에 경도되어 '성장보다 분배'에 집중했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복지 재원의 확보에 열을 올리다 보니 기업은 투자 의욕을 상실하고 정부가 나서서 소득보다 더 큰 소비를 조장하니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민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결국 기업이 투자(I)를 안하니 실업이 증가하고 소비(C)도 감소하니 경제가 성장할 리가 없다. 결국 저성장·양극화가 나타나고 이것이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분석들은 이론적으로는 일견 타당해보이지만 그 동안 미국의 실질적인 경험을 보면 타당성이 없다. 로널드 레이건에서 조지 부시(George Bush)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 미국의 정책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미국 경제는 오히려 더 나빠지고 빈부격차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버렸다. 

뉴밀레니엄(2000년) 이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공화국 역사상 가장 큰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이 두 차례 집권하였고, 급기야 여성 대통령 후보, 막말 대통령 후보, 심지어는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가 등장하였다. 냉정히 살펴보면 이 기간은 경제적 위기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광범위한 미국 백인 중산층의 몰락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 위기가 내습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공화정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대통령의 기본 조건은 WASP(백인이고 앵글로 색슨 신교도)에다 철저한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인데 이러한 특성은 그 동안 대통령 후보의 그 어떤 자질(資質)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200년 이상을 유지해온 이 전통이 무너질 정도로 참담한 경제적 시련을 미국 국민들은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 바닥이나 술집에서나 나올 법한 말들이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이른바 제3부문(기업도 정부도 아닌 시민 사회와 같은 제3의 영역)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을 언급하였는데 국민과 국가 경제가 이 같은 제3의 영역에 기댄 채 미래로 질주해가야 하는 현실 자체가 참담하다. 예컨대 '아프간 봉사대',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연합' 등과 같은 단체들에게 국가나 기업이 보조금을 주어 일정한 고용을 창출, 유지한다는 식인데 이렇게 창출된 직업에 일생을 걸어야 하는 국민들에게 미래가 있을 리 없다.  

그러면 한국은 어디로 ? 체제 위기, 현재로서 대안은 없어 

한국은 세계사적 변화를 주도하는 나라는 아니다. 따라서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해 지나친 위기의식이나 사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것은 이데올로그(ideologue)들에게 맡겨두면 된다.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는 정치꾼들이 불필요하게 현실 경제에 개입하면 더 큰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 만약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전문가들을 모으고 관련 경제 통계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단기 처방을 찾으면 된다.

한국은 일단 상대적으로는 경제 상태가 위에서 거론된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나은 편이기 때문에 그 틈새에서 경제를 지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서둘러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국민 부채를 탕감한다는 식의 어리석은 정책을 제시해서도 안 되고 양적 완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도 아직은 없다. 일단 이란 방면에서 경제 특수(特需)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투자(I)를 확대하고 국내적으로는 통화 정책이나 재정 정책들을 적절히 사용해가면 된다. 불필요하게 입방정을 떠는 정치꾼들이나 선동꾼들의 말에 기댈 필요가 없고, 경제를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경제 관료들이나 한국은행 등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서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가 세계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마르크스 식으로 표현한다면 "축적의 위기(crisis of Accumulation)"에 봉착한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유 무역'을 표방하면서 '세계화'를 달성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자신의 서식처 자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 그 기업들도 살아갈 방도는 없기 때문이다. 달(the Moon)이나 화성(火星)에 가서 사업을 할 수도 없고.

마르크스는 <자본>에서 자본주의의 특징을 "불균형 발전"이라고 지적했는데, 그것은 현대 자본주의를 설명하는데도 매우 적절하다. 즉 폐쇄 경제에 가까운 초기 자본주의 단계에서 기업들의 자본재는 계속 축적되고 확장, 증가하는데 이에 따라 실업자들도 계속 증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쌓이고 쌓여서 정치 경제적, 사회적으로 양질 전화(量質轉化)가 일어나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 혁명'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도 사실상 그 상태도 도달한 것이다. 즉 과거에 폐쇄 경제 하의 자본(독점 자본)이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을 제국주의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제 세계 경제도 하나의 단일한 시장으로 형성되니 과거 마르크스 시절의 자본주의와 거의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리프킨이 말하듯이 기업들은 '고용 없는 성장'을 질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궁극적으로 실업의 증가에 따른 소비의 감소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알파고(Alphago)와 같은 인공지능도 크게 한 몫 하게 된다.  

결국 마르크스의 시기와 같이 기업들의 자본재는 계속 확장 증가하는데 이에 따라 실업자들도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양질 전화(量質轉化)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도대체 어떤 혁명이 되어야 할까? 사회주의 혁명은 이미 용도 폐기된 지 오래고, 이것을 막아낼 수 있는 그 어떤 대안도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6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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