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화축관(華祝館) 이야기

신상구 | 2021.05.04 12:09 | 조회 7765


                                                                               천안 화축관(華祝館) 이야기


   천안이라는 도시의 이름은 매우 매력적이다. "하늘 아래 편안한 도시"라니 이 얼마나 멋지지 아니한가! 천안은 이름값을 하는 도시이다. 극심한 가뭄이나 풍수해 및 각종 자연재해가 거의 없다. 또한 70만 시민들의 고품질 삶을 위한 정주 여건이 매우 잘 조성된 도시로 유명하다.

    천안에는 과거에 화축관(華祝館)이라는 규모가 상당한 건물이 있었다. 이곳은 임진왜란 직후인 1602년에 건축된, 왕이 남쪽에 출타했을 때 머물던 조선의 별궁이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상당히 소실된 후 해방 이후에 완전히 소실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숙종은 화축관이 선왕대에 지은 건물이니 관리들이 함부로 그곳에 오가는 것을 금지하도록 명하였다. 영조는 천안에 머물 때, 화축관을 위해 친히 시를 짓고 "옛 추억을 회상하는 감흥"이라는 의미의 억석흥감(憶昔興感)이라는 친필을 새겨 화축관에 걸도록 하였다.

    화축관의 화축은 화봉삼축(華封三祝)의 줄임말이다. 이것은 장자(莊子)에 기록된 요임금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기록에는 "요임금이 화산(華山) 지역을 시찰할 때, 그 지역의 봉인(封人)이 장수, 부귀, 다남자(多男子)라는 세 가지로 요임금을 축복하였다"라고 하였다. 화산(華山)은 중국 역사에서 매우 특이하며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한 곳이다. 바로 현대의 중국인인 중화민족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인의 원류는 화산 일대에 거주했던 화하족(華夏族)이었다. 봉인이란 국경을 지키는 관리인데, 고대에는 그 지역을 지배하는 토호 세력을 의미했다. 즉, 화봉삼축이란 중화민족의 본향인 화산의 지배자가 요임금을 세 가지로 축복하였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화축관이란 별궁의 명칭은 고사의 내용처럼 그 별궁에 머무시는 임금께서 장수하시고, 부귀하시며, 많은 왕자를 생산하시기를 축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화축관이 지어졌던 당시가 임진왜란 종전 직후라는 시대적 배경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천안은 당시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군이 크게 활약했던 곳이다. 당시 천안의 북쪽인 직산에서 명나라군대는 전라, 경상, 충청 3남을 다시 함락한 뒤 한양을 향해 북상하는 왜군에 맞서 큰 전투를 벌였다. 이 직산 전투에서 명군은 대첩을 거두었는데, 이는 임진왜란의 종전을 결정짓는 신호탄이었다. 직산 전투에서 패배하여 기세가 꺾인 왜군은 경북 상주까지 후퇴한 뒤 다시는 북상의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일본으로 모두 철수하였다.

    또 다른 별궁이 있던 경기도 수원 화성(華城)도 조명연합군이 임란 3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을 거둔 곳이다. 화성이라는 지명 또한 천안의 화축관과 똑같이 화봉삼축에서 유래하였다. 따라서 천안의 화축관과 경기도 화성이라는 명칭은 조선에 원군을 파병하여 임진왜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명나라에 대한 감사와 기념의 표현일 것이다. 즉, 화축관이 있는 천안과 경기도 화성은 중국이 조선에게 외침을 극복하고 장수와 부귀, 하늘의 별처럼 많은 후손이라는 세 가지 축복을 기원한 곳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화(華)는 중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천안에는 이웃 중국과 더불어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인 국난을 극복하고 이를 기념하는 명칭인 화축관이라는 임금님이 머무시던 별궁이 있었다. 천안은 날로 시세가 확장되고 있다. 그러한 천안이 더욱더 매력적이며 경쟁력을 갖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역사적 특별함이 담긴 유적들을 재현하는 것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고증학적 복원이나 재현의 틀에 너무 얽매이지 말며, 무엇보다 천안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잡아 나가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이노신, "천안 화축관 이야기", 대전일보, 2021.5.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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