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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의 고향을 찾아서 (8) - 여호초상인동간산기경화친고與浩初上人同看山寄京華親故

2021.04.01 | 조회 3946 | 공감 0

유종원의  「호초 스님과 함께 산을 바라보다 장안의 친척과 친구에게 부치노라

(여호초상인동간산기경화친고與浩初上人同看山寄京華親故)」 


상생문화연구소 원정근


【제목풀이】 

이 시의 제목은 「여호초상인동간산기경화친고與浩初上人同看山寄京華親故」 이다. 호초 스님과 함께 산 위에 올라 장안에 있는 친척과 친구에게 고향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마음을 시로 적어 보낸다는 뜻이다. ‘호초浩初’는 담주潭州(지금의 호남성湖南省 장사長沙) 사람으로 용안해龍安海 선사의 제자이다. ‘상인上人’은 승려의 높임말이다. ‘경화京華’는 당나라의 수도 장안을 가리키고,  ‘친고親故’는 친척과 친구를 뜻한다.


유종원(773-819)의 자는 자후子厚이고, 하동현河東縣(지금의 산서성山西省 영제현永濟縣) 사람이다. 하동현 사람이기 때문에 유하동柳河東이라 부르기도 한다. 유종원은 대종 대력 8년(773)에 장안에서 태어났다.


덕종 정원 9년(793) 21세에 진사에 급제하였다. 왕숙문王叔文이 이끄는 혁신 정치집단에 가담하여 활동하다가 영주永州(지금의 호남성湖南省 영릉현零陵縣) 사마司馬로 좌천되었다. 뒤에 또 유주柳州 자사로 폄적되었기 때문에 유유주柳柳州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종원은 중당 시기 한유와 더불어 고문운동을 주창하였기 때문에 ‘한류韓柳’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송唐宋 팔대가八代家의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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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뾰족한 산 칼끝 같아,

가을 되니 곳곳에 애간장을 끊는구나.

몸이 천억 개로 변화할 수 있다면,

흩어져 산봉우리에 올라 고향을 바라보리라.


해반첨산사검망海畔尖山似劍芒,

추래처처할수장秋來處處割愁腸.

약위화득신천억若爲化得身千億,

산향봉두망고향散向峰頭望故鄕.


이 시는 시인이 유배지 유주에서 머물 때 지은 것이다. 용안해龍安海 선사의 제자인 호초 스님과 함께 산에 올라가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다. 마음은 고향을 애타게 그리워하지만, 돌아갈 수 없다.


『악부시집樂府詩集』의 「비가悲歌」에 “슬픈 노래로 울음을 대신하고, 멀리 바라보는 것으로 돌아감을 대신하네.”(悲歌可以當泣, 遠望可以當歸.)라고 말한 것처럼, 시인은 산에 올라 멀리 고향땅을 바라보는 것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대신한다.


시인은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고향에 돌아가고픈 애타는 마음을 표현한다. 바닷가의 뾰죽뾰죽한 산을 날카로운 칼끝으로 비유한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 머무니 수심에 가득 찬 마음이 예리한 칼로 도려내는 듯이 아프다. 시인은 화신불의 신통력을 빌어 천억 개의 몸을 나눠 봉우리마다 올라가 고향땅을 바라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고향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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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부 밤엔 서쪽 바위 아래 자고,

새벽엔 맑은 상수 길어 초 땅 대나무로 불 지피네.

안개 걷히고 해 떠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어여차 한 소리에 산과 물 푸르러라.

머리 돌려 하늘가 강물 한복판으로 내려가니,

바위 위엔 구름만 무심히 떠 가누나.


어옹야방서암숙漁翁夜傍西巖宿,

효급청상연초죽曉汲淸湘燃楚竹.

연소일출불견인煙銷日出不見人,

애내일성산수록欸乃一聲山水綠.

회간천제하중류廻看天際下中流,

암상무심운상축巖上無心雲相逐.


이 시의 제목은 「어옹漁翁」이다. 시인이 영주 사마로 좌천되었을 때 지은 것이다. 시인은 산수 속에 살아가는 늙은 어부의 평범한 일상생활을 통해 고결하고 초연한 삶의 경지를 노래하였다.


늙은 어부가 밤에는 영주 경내에 있는 서산의 바위 아래 잠을 자고, 새벽에는 맑은 상수의 물을 길러 초 땅의 대나무로 불을 때어 밥을 짓는다. 언뜻 보면, 늙은 어부의 평범한 일상생활을 노래한 듯이 보인다. 하지만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시인이 물을 길어 땔감으로 밥을 짓는다고 말하지 않고, 맑은 상수의 물과 초 땅의 대나무로 표현한다는 사실이다.


상수는 호남성에서 소수와 함께 소상팔경으로 이름난 강물이다. 초죽은 초나라의 대나무를 뜻한다. 상수가 흐르는 곳은 옛 초나라 땅이다. 초죽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순 임금의 두 비인 아황과 여영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흘린 눈물이 대나무에 묻어 소상의 반죽(瀟湘斑竹)이 되었다고 한다. 시인이 상수의 물과 초 땅의 대나무를 말한 것은 늙은 어부의 고결한 지조와 절개를 노래하기 위해서다.


넷째 구절의 “어여차 한 소리에 산과 물 푸르러라.”는 시인이 공력을 많이 들인 절창이다. 시인은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어부의 뱃노래 한 자락에 산과 물이 푸르다고 말한다. 이는 청각과 시각을 결합하여 어부와 산수의 연관관계를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다. 어여차 배 젓는 어부의 우렁찬 소리에 온 산하가 힘찬 생명력을 맘껏 발현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구절에서 시인은 도연명의 「귀거례혜사」에 나오는 “구름은 무심히 산굴에서 피어오르네.”(雲無心而出岫)를 인용하여, 세속을 떠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늙은 어부의 무심한 삶의 경지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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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산에 새 나는 자취 끊어지고,

온 길에 사람 종적 없어졌네.

외론 배에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눈 내리는 찬 강에서 홀로 낚시하네.


천산조비절千山鳥飛絶,

만경인종멸萬徑人踪滅.

고주사립옹孤舟蓑笠翁,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이 시는 유종원의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이다. 이 시의 제목은 「강설江雪」이다. 시인은 단지 20글자를 사용하여 온 누리에 눈이 내리는 인적이 끊긴 산속의 강에서 홀로 낚시질하는 늙은 어부를 노래한다.


‘천산千山’과 ‘만경萬徑’은  ‘고주孤舟’와 ‘독작獨釣’을 부각시키기 위한 시적 장치다. 영주 사마로 좌천된 시인의 고독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 시의 핵심은 차가운 강에 내리는 눈에 있다.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산과 사람의 발자취가 끊긴 길에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눈이 아무리 많이 내려도, 강에는 눈이 쌓일 수 없다.


강물에 눈이 내리는 순간 흔적도 없이 즉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시인은 ‘한강설寒江雪’ 세 글자로 늙은 어부의 고결한 품성과 고원한 삶의 경지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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