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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칼럼] 코로나 코리아 1 - 바이러스의 출몰

2020.03.11 | 조회 10270 | 공감 2

코로나 코리아


대전 한국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하민석 (hum50000@naver.com)


적벽대전(赤壁大戰)을 통해 조조 세력의 남하를 저지하며 유비와 손권 연합군이 지켜낸 형주(荊州)는 1911년 신해혁명의 불길이 당겨진 곳이자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곳입니다.


동서로 상하이와 충칭, 남북으로 베이징과 광저우를 연결하는 중국 중부의 교통요지로, 실리콘밸리를 본뜬 광밸리(光谷, Optical Valley)와 철강기지 등이 이 유서 깊은 도시에 자리잡았습니다.


인구 1,100만 명의 정치, 경제, 금융, 문화 중심지로 우뚝 선 왕년의 형주는 이제 후베이성 우한(武漢)이라 불립니다. 




우한이 우환(憂患)입니다. 2019년 12월 12일 첫 환자를 필두로 ‘우한 폐렴’이라 알려졌던 코로나19(COVID-19)의 맹위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23일 우한시 일대가 영화 <감기> 속 분당처럼 봉쇄되었고, 1월 30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언하였습니다.


2월 26일 남미 브라질에서도 확진자가 등장하여 6대주 모두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였습니다. 사실상 판데믹(Pandemic, 세계 대유행) 상황입니다.




한국에서는 2020년 1월 20일 우한에서 인천으로 들어온 35세 중국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한 달,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방역시스템이 뚫렸습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이 연일 속출하고, 지역사회 급격한 전파와 전국적 확산으로 현재 한국은 감염병 위기경보 최상위인 심각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이제껏 감염병으로 심각 단계가 발령된 것은 2009년 11월 신종플루 확산 당시가 유일합니다.

(주의는 5월 1일, 경계는 7월 21일, 심각은 11월 3일에 발령되었고, 2009년 11월 1일 확진자수는 14만 3,058명, 당시 최종 확진자수는 75만 명이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전면 폐쇄되었고, 건국 이후 처음으로 감염병이 한미연합훈련까지 연기시켰습니다.


이 와중에 제가 몸담은 응급의료센터도 한나절 동안 폐쇄되었습니다. 폐렴을 동반한 고열 환자가 이른 새벽에 ER에 찾아와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고, 오후 6시경 음성으로 확인될 때까지 병원 구석구석을 말끔하게 방역하느라 의료진들이 진땀을 뺐습니다.


향후 수개월 동안 중장기 전망과 전략을 가지고 현 사태에 의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걸 전염병 최전선에서 절감합니다.



바이러스

기원전 1,500년경 고대 인도에서 발흥한 인류 최초의 전염병, 천연두 또한 바이러스 질환이었으나 그 실체를 자각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1890년대 러시아 생물학자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는 담배모자이크병을 연구하다 박테리아보다 더 작은 물질의 존재를 발견합니다.




네덜란드 과학자 마르티누스 베이제린크는 이 작은 존재에 ‘바이러스’(라틴어로 ‘독’이란 뜻)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1939년에는 전자현미경의 등장으로 수십 나노미터(nm, 1미터의 10억분의 1)에 불과한 바이러스의 존재가 드디어 우리 눈에 포착되기 시작합니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바이러스 서식지입니다.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지구는 생명체 없는 행성이었을 겁니다. 바이러스는 생태계 균형을 맞추고, 탄소를 바다에 비축하고 산소 공급으로 지구별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자연계에는 약 160만 개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나, 지금껏 인류는 단 1%만 찾아냈을 뿐입니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위치합니다. 생명체 조건을 완벽히 갖추진 못했습니다. 구조도 간단해서 핵산을 담은 단백질 껍질과 몸통, 몇 개의 다리뿐이죠.


생물이라면 생존을 위한 세포 내 ‘대사 작용’ 및 번식을 위한 ‘핵산(유전물질)’이 있어야 합니다. 자체 핵산(DNA/RNA)은 있으나 세포막이 없고 영양분 대사 작용을 할 만한 단백질이 부족한 바이러스는 숙주에 잠입해서 단백질을 빌려다 증식합니다.


숙주세포 없이는 자존할 수 없는 절대적 기생체, 바이러스는 생명체를 등쳐먹고 살아갑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기생하는 숙주가 정해져 있습니다. 동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자주 노출되면서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생겨났습니다.


소에서 천연두가, 쥐벼룩에서 흑사병이, 박쥐에서 사스가, 돼지에서 신종플루가, 낙타에서 메르스가 전염되었죠.




현대사회는 인수공통 감염병이 생기기 딱 좋은 환경입니다. 인구증가로 인구 밀집지역이 늘어나고 수명이 늘어나 만성질환자와 면역저하자도 많아졌습니다.


생태계 파괴와 지구 온난화,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공장식 가축 사육 등이 바이러스 출몰을 부추깁니다. 미세먼지도 바이러스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미세먼지가 병원균을 군집시켜 일반 병원균보다 내성이 강한 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인수공통 감염병이 늘고 있는 만큼 ‘원 헬스(One Health, 사람, 동물, 생태계 사이의 연계를 통해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학제 접근법)’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의료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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