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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사피엔스 사피엔스

2020.07.24 | 조회 1379 | 공감 0

박덕규(본부 교육포교원)


네안데르탈人

짐승 같은 사람, 야만인으로 알고 있는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가죽을 가공하고 벽화를 그렸으며 조개 장신구와 피리, 실을 만드는 등 인지능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밝혀졌고 튼튼한 골격과 큰 두뇌를 가졌으며 추위에 강해서 사피엔스와 견주어도 크게 차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이 죽은 자를 매장하면서 꽃을 뿌리고 의식을 치뤘던 7만년 전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매장문화는 사후세계, 즉 신관과 세계관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샤니다르 동굴을 죽은 이들에 대한 반복적인 매장 의식을 치르는 

추모의 장소로 이용했다면 이는 더 높은 수준의 문화적 복잡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고고학과 엠마 포머로이 박사



네안데르탈과 사피엔스의 만남

약 13만년 전,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기후가 변하면서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4만 6천년 전에는 유럽 지중해 동부 레반트에서 네안데르탈과 만났습니다. 두 종은 일정기간 공존하다가 4만년 전이 되면 네안데르탈인이 홀연히 사라지게 됩니다.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졌기 때문입니다.



▶ tvN 드라마 <아스달연대기>에 나오는 뇌안탈은 네안데르탈인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뇌안탈임을 숨기는 타곤(장동건), 사람과 뇌안탈의 자식인 은섬(송중기)이 고대국가 아스달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는 장면은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의 경쟁을 드라마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1.지능이 앞서고 도구도 발달한 현생 인류와의 경쟁에서 도태됐다 2.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등 다양한 설이 제기되었지만, 앞서 말한대로 오히려 추위에 잘 적응했고 지능과 도구 사용도 사피엔스에 비해서 뒤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되고 있습니다.


결국, 사피엔스가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사냥기술과 병에 대한 저항성, 출산 능력'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사피엔스의 이런 능력도 사실은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덕분입니다.



△ 7만 3000년 전부터 3만 8000년 전까지의 네안데르탈인 인구 밀도(붉은색 영역)와 현생인류의 인구밀도(초록색 영역)를 비교했다. 네안데르탈인이 급격히 사라진 시점은 4만 3000~3만 8000년 전 사이다. 이는 현생인류가 급격히 유럽에 퍼져나간 시점 직후다. 신생대 제4기 과학 리뷰 논문 캡쳐, 동아사이언스 기사 재인용



경쟁에서 이긴 사피엔스

다른 종에 비해서 약했던 사피엔스는 오히려 생존과 진화, 번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적응했습니다. 네안데르탈처럼 같은 무리 안에서 싸워 이겨서 생존하는 대신 ('송곳니'라는 무기를 버리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을 택했고,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협력과 연대가 필요했기 때문에 언어 소통이 발달하고 공동체가 커지고 조직화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네안데르탈과 코로나19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중에서 심각한 중증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유전자에서 특이한 현상이 발견됐는데 보통사람보다 6만년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6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들을 더 많이 갖고 있었다." 

휴고 제베르그, 스반테 파보 박사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코로나 증상 때문에 "A형은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O형은 경증에서 머물 가능성이 크다"(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는 주장도 나왔습니다만 코로나와 혈액형의 관련성이 없다는 반박연구가 나오면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전자에 따라서 코로나 증세가 달라지고 3번 염색체에 있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6개가 코로나 중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약 6만년 전부터 사피엔스에게 전해진 네안데르탈 유전자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인에게 조금씩 남아있는데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4%정도를 가지고 있고 인도와 방글라데시, 북미와 서유럽인에게 특히 많이 남아있습니다.



△ 코로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보유 비율. 빈 원은 해당 유전자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bioRxiv



약에서 독으로, 네안데르탈 유전자

사피엔스보다 훨씬 빠른 40만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난 네안데르탈인은 토착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온 사피엔스와 이종교배를 하면서 면역 유전자가 전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 유전자는 사피엔스에게 해로웠기 때문에 대부분 사라지고 1.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과 2. 여성의 임신 성공율을 높이고 유산을 방지하는 유전자만 일부 남았습니다.(※유럽 여성의 3분의 1이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호르몬 수용체 유전자를 갖고 있다.)



전염병으로 이긴 사피엔스

네안데르탈 유전자가 지금까지 남아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과잉을 불러온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고대 바이러스를 이겨냈던 유전자가 현대 바이러스는 이겨내지 못하는 것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된 이유 중에 하나는 사피엔스가 가지고 있던 전염병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10만년 전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진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를 사피엔스가 갖고 있었고, 이것이 네안데르탈인에게 전염되면서 멸종을 앞당겼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수공통바이러스를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대표적인데, 동물에서 인간에게 10만 년 전에 옮겨왔다. 

유럽으로 온 호모 사피엔스 그룹은 이 바이러스를 유라시아에 가져왔고 

높은 성인 치명률로 네안데르탈인을 많이 죽였을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새 컴퓨터 모델 시뮬레이션으로 적용하고 있다. 

문화 영향도 방정식에 포함될 수 있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은 수십만년에 걸쳐서 만들어낸 생존 유전자(추위와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돕는)를 사피엔스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류의 바이러스 및 저항력 전파 (드미트리 페트로프·데이비드 엔나드/셀지)


현생 인류에게 전해진 고대인의 유전자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해가 되고 있습니다. 복잡한 현대인의 우울증과 흡연, 심장병과 피부병, 비만 위험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사피엔스는 약 4만년 전부터 시작된 유전형질 대전이를 거쳐서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되었습니다.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정적으로 밝혀진 이유는 없지만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사피엔스가 연대와 협력을 위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상징과 예술, 종교, 집단 지성을 만들고 상상의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문명을 만들고 역사를 개척해왔습니다.


△ 아스달연대기에서 은섬은 꿈을 꾼다. 그리고, 꿈속에서 봤던 또 다른 나(쌍둥이 형제)를 실제로 만난다.



"우리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다"

지구정복의 꿈을 이룬 것만 같은 사피엔스는 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사막화, 기상이변, 자원을 둘러싼 전쟁, 그리고 신종 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네안데르탈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은 언제 멸종될지 모르는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연대할 것인가, 

반목할 것인가, 

인류는 선택해야 한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교수 유발 하라리



특히, 유럽에서는 "우리가 마지막 인류가 될 것이다"는 담론이 퍼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초래할 생태적 묵시록 때문에 

럽에선 인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22세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사는 사람들이 마지막 인류가 될 것이다’라는 유의 담론이 

유럽의 공론장을 풍미하고 있다." 

김누리교수, 한겨레, 2020. 5. 10



문명과 자연의 전쟁

1만년 전, 농업혁명으로 시작된 인류문명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습니다. 이른바 황금시대입니다. 그런데 6천년 전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나자 자신들의 거처를 떠나 동서로 이동했습니다. 새로운 땅에서 비옥한 토지를 개간하고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그렇게 한정된 자원을 놓고 싸우는 전쟁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은 하늘땅의 이치를 대신해서 간의 이성理性을 진리로 삼았습니다. 자연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지구와 생명의 가치는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수십억년의 시간이 만든 자원을 마음대로 뽑아쓰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서로 싸웠습니다. 지구를 몇 번이나 파멸시킬 수 있는 핵폭탄을 만들었습니다.


 

△ 사막화, 기상이변, 자연파괴, 그리고 지구온난화



자본주의 종언

지구의 6번째 대멸종을 일으키고 있는 사피엔스는 '지구를 파괴하는 암세포'가 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문명이 멈추자 자연이 복원되는 코로나의 역설을 보았습니다.


△ 코로나의 역설 "인간이 멈추자 지구가 살아났다"


세계의 석학들은 기후와 환경, 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하는 것은 자연의 역습이라고 말합니다. 지금이라도 자본주의 논리를 멈추어야 한다고, 생명과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생명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거대한 재난은 낡은 사회질서를 작동 불능으로 만든다. 

인간은 패배자가 되는 대신, 새로운 사회를 실현한다. 

이것이 재난 유토피아다." 

문명비평가 '레베카 솔닛' <이 폐허를 응시하라>



하늘, 땅 그리고 생명과 삶의 가치와 의미는 인간이 만든 것입니다. 하늘을 아버지, 땅을 어머니로 여기고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했을 때 사피엔스는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사피엔스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상상을 잃어버리면서 진정한 가치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토피아는 위기의 순간 

섬광처럼 번쩍이는 과거의 기억 속에 있다." 

발터 벤야민 <역사철학의 테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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