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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의 고향을 찾아서 (10) -「나그네의 노래(유자음游子吟)」

2021.07.14 | 조회 958 | 공감 0

맹교의 「나그네의 노래(유자음游子吟)」


상생문화연구소 원정근


【제목풀이】 

이 시의 제목은  「나그네의 노래(유자음游子吟)」이다. 「유자음游子吟」은 본래 악부시의 제목으로 아녀자가 집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맹교孟郊(751-814)는 이 시에서 어머니의 자애로운 사랑을 읊고 있다. 이 시는 맹교가 율양溧陽의 현위縣尉가 되어 고향에서 아들을 찾아온 어머니를 맞이하면서 지었다.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을 곡진하게 노래한 시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금에도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중국 최고의 애송시愛誦詩다.


맹교는 자는 동야東野이고 호주湖州 무강武康(지금의 절강성浙江省 덕청德淸) 사람이다. 젊은 시절 숭산崇山에 은거하였다. 『당재자전唐才子傳』에 따르면, 맹교는 쉰이 되어서야 겨우 과거에 급제하여 율양 현위가 되었다고 한다. 맹교는 율양 현위가 되고서도 관리로서의 업무는 등한시하고 시 짓기에만 몰두하다가 감봉 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한유韓愈(768-824)와 ‘망년지우忘年之友’의 교분을 맺었다. 북송의 소동파(1036-1101)는 가도賈島(779-843)와 함께 ‘교한도수郊寒島瘦’라고 하여 맹교는 차고 가도는 야위었다고 평하였다.


━━━━⊱⋆⊰━━━━

인자하신 어머니 손에 든 실,

길 떠날 아들이 몸에 걸칠 옷.

떠날 제 촘촘히 꿰매는 건,

돌아옴 더딜세라 걱정해서지.

뉘 말하느뇨, 한 치 풀 마음으로

봄볕 사랑을 갚을 수 있다고.


자모수중선慈母手中線,

유자신상의游子身上衣.

임행밀밀봉臨行密密縫,

의공지지귀意恐遲遲歸.

수언춘초심誰言寸草心,

보득삼춘휘報得三春暉.


맹교는 젊은 시절 시마詩魔에 빠져 산천을 유람하면서 하릴없이 세월을 보냈다. 시에 갇힌 죄수, 즉 ‘시수詩囚’였다. 쉰이 되도록 과거에 급제하지 못해 어머니 속을 무던히도 썩였다. 먼 길을 떠나는 아들을 위해 옷을 한 땀 한 땀 온 정성을 다해 꿰매는 어머니의 마음은 양가적兩價的이다. 옷을 꼼꼼히 꿰매면 행여 늦게 돌아올까 두렵고, 꼼꼼히 꿰매지 않으면 옷이 풀어져 온 사방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셋째 구의 ‘밀밀密密’과 넷째 구의 ‘지지遲遲’를 대비하여 어머니의 양가적 마음을 절묘하게 표현하였다. 맹교는 한 치 봄풀 같이 작디작은 자식의 마음으로 봄볕처럼 한없이 따사로운 어머니의 크나큰 사랑을 어찌 다 갚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춘초심寸草心’과 ‘삼춘휘三春暉’는 자식의 치사랑과 부모의 내리사랑의 관계를 기막히게 표현하였다.




고전 시가에는 어머니의 은혜를 노래한 다양한 종류의 사모곡이 있다. 『시詩‧소아小雅‧육아蓼莪』에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셨네. 애고애고 부모님이시여, 날 낳아 기르시느라 애쓰셨도다. 그 은덕 갚으려 해도, 하늘처럼 다함이 없구나.”(부혜생아父兮生我, 모혜국아母兮鞠我. 애애부모哀哀父母, 생아구로生我劬勞. 욕보지덕欲報之德, 호천망극昊天罔極)라고 하였다.


윤춘병이 작사하고 박재훈이 작곡한  「어머님 은혜」에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 보다도 높은 것 같애”라고 말하였다.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는 하늘과 땅처럼 높고 넓어 보답하기 어렵다.


맹교는 나이 50에 처음으로 과거에 급제한 뒤의 심정을 이렇게 말한다.  


━━━━⊱⋆⊰━━━━

예전에 아등바등한 건 자랑할 것 없더니.

오늘 아침은 자유분방한 심사 끝이 없구나.

봄바람에 뜻을 얻어 말 몰아 내달려,

하루 만에 장안의 꽃 다 보았네.


석일악착부족과昔日齷齪不足誇,

금조방탕사무애今朝放蕩思無涯.

춘풍득의마제질春風得意馬蹄疾,

일일춘진장안화一日春盡長安花.


지난날 백수건달처럼 살 때에는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더니, 오늘 아침에는 벅찬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춘풍득의春風得意’와 ‘주마간화走馬看花’이라는 사자성어가 이 시에서 생겨났다. ‘춘풍득의’는 봄바람에 뜻을 얻었다는 뜻이다. 나이 50에 마침내 과거에 급제하니, 모든 일이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순조롭기 그지없다. 


‘주마간화’는 내달리는 말 위에서 꽃을 대충 훑어본다는 뜻이다. 당나라 시절에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을 위하여 화원을 유람하는 축하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맹교가 의기양양하게 말을 타고서 장안에 있는 온갖 꽃을 다 둘러보았다고 하는 데서 ‘주마간화’라는 말이 생겨났다. 맹교는 이 시를 통해 과거에 급제하기 이전의 자기와 과거에 급제한 뒤의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인심이 판이하게 달라졌음을 은근히 풍자하고 비판하였다.


맹교는 평생토록 빈곤하게 살았다. 그는 「추석빈거술회秋夕貧居述懷」에서  가을 저녁 자신의 고단했던 삶을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

찬 방에 누워 멀리 고향을 꿈꾸지 못하고,

가을 소리 들으니 이별의 정 쓰라리네.

높고 낮은 가지에 바람이 부니,

모든 잎이 소리를 내누나.

얕은 우물이라 마시지 못하고,

척박한 밭이라 오래 갈지 못했네.

지금의 사귐 옛날의 사귐이 아니니,

가난한 이의 말 모두 가볍게 여기네.


와냉무원몽臥冷無遠夢,

청추산별정聽秋酸別情.

고지저지풍高枝低枝風,

천엽만엽성千葉萬葉聲,

천정불공음淺井不供飮,

수전장폐경瘦田長廢耕,

금교비고교今交非古交,

빈어문개경貧語聞皆輕. 




날이 차가운 가을 저녁이다. 덮고 자는 이불조차 변변치 않으니, 추운 날이 더욱더 춥게 느껴진다. 잠을 푹 이루지 못하니, 멀리 떨어져 있는 고향에 돌아갈 꿈조차 꿀 수가 없다. 창밖의 가을바람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오늘따라 더욱더 사무치게 그립다.


가지에 바람이 부니, 모든 잎들이 아우성을 지른다. 얕은 우물이라 수량이 부족하여 마실 물조차도 넉넉하지 않고, 황폐한 밭은 경작할 수 없어서 오랫동안 묵혔다. 세상 사람들은 천박하기 그지없으니, 가난한 이의 말은 업신여기고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

강물은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고,

강가에 전송하는 일 잦구나.

이별의 잔을 눈물 머금고 마시고,

이별의 버드나무엔 봄 가지가 없구나.

한바탕 웃다가 홀연히 멈추니,

온갖 시름이 갑자기 새롭구나.

동쪽으로 흐르는 물결과 서쪽으로 지는 해,

먼 길 가는 나그네를 아끼지 않누나.


하수혼부신河水昏復晨,

하변상송빈河邊相送頻.

이배유루음離杯有淚飮,

별류무지춘別柳無枝春.

일소홀연렴一笑忽然斂,

만수아이신萬愁俄已新.

동파여서일東波與西日,

불석원행인不惜遠行人.


이 시의 제목은 「멀리 전송하는 노래(송원음送遠吟)」이다. 맹교는 시공의 대비적인 수법을 통해 이별의 아쉬움을 노래한다. 황혼에는 어둡다가 새벽에 다시 밝아지는 시간의 흐름과 동쪽으로 흘러가는 물결과 서쪽으로 지는 해의 공간의 모양을 대비하고 있다.


또한 시인은 헤어지기에 앞서 옛 이야기를 나누며 한바탕 웃다가 다시 헤어짐의 슬픔에 울먹거리고 온갖 이별의 근심이 웃는 가운데 사라졌다가 다시 되살아나는 뼈저린 아픔을 느낀다. ‘소笑’와 ‘렴斂’, ‘수愁’와  ‘신新’의 관계를 대비하여 이별의 슬픔을 절묘하게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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